◎지난 4.11총선이후 야권의 대선후보 경쟁구도에서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김두관 경남도지사의 약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김 지사는 민주통합당이 패배한 이후 처음으로 여론조사기관의 정기조사에 대선후보군으로 분류되기 시작했다.
선거종사자 및 전문가들에 따르면, 김 지사에 대한 현재의 낮은 인지도와 지지율은 본격적인 경선국면에 접어들면 급속히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그만큼 김 지사의 잠재력이 크다는 말이다.
김 지사는 가난한 농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에 아버지를 여의었다. 대학에 합격했으나 등록금이 없어 전문대를 졸업하고 부산 동아대에 편입했다. 월간지 외판원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고, 민통련에서 재야운동을 하다가 투옥되기도 했다. 이후 고향인 남해에서 지역언론 운동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헌정사상 최초로 이장, 군수를 거쳐 행정자치부장관, 도지사까지 오른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의 성공은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지역으로 분류되는 경남권에서 계속해서 야권후보로 도전하여 끝까지 좌절하지 않고 7전8기의 신화를 썼다는 점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바로 이 점이 김 지사를 주목하게 만드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본보는 창간 18주년에 앞서, 야권의 유력 대선 후보로 분류되고 있는 김 지사를 만나봤다.

▲이번 대선의 화두를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2012년 대선은 우리 사회의 체질이 바뀌는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부의 편중과 양극화, 계층이동의 어려움, 약육강식의 무한경쟁체제...이런 것들과 결별해야 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함께 더불어 살수 있는 공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특히 계층이동이 자유로운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정의는 법질서의 정의만이 아니라 경제, 사회 정의까지 포함됩니다. 저의 좌우명이 ‘불환빈 환불균(不患貧 患不均)’입니다. 백성은 가난이 아니라 부가 공정하게 분배되지 않을 것을 근심한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정의가 실현되려면 무엇보다 소통이 중요합니다. 소통을 통해서 민주주의가 숨을 쉴 때 ‘무엇이 정의인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구나 꿈을 꿀 수 있는 나라, 그리고 누구에게나 그러한 꿈을 이룰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나라를 만드는 것이 이번 대선의 화두이자 저 김두관의 꿈입니다.

▲정치권에서는 여전히 김 지사를 주목하고 있다. 대선출마에 대한 계획을 듣고 싶다.
- 솔직히 지금 저희 야권의 상황이 매우 어렵습니다. 총선 전만 해도 야당이 무난히 집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일반적이었는데, 총선을 거치면서 변했습니다.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서는 우리 야당이 자기쇄신과 대동단결을 통해 새롭게 태어나야 합니다.
국민과 역사를 위한 봉사가 더 중요한 지, 경남도민들과의 신의가 더 중요한 지, 과연 시대가 저를 필요로 하는 지를 놓고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저를 도지사로 뽑아주신 경남도민들의 진솔한 의견을 수렴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의 원로, 선배정치인들로부터도 많은 조언을 듣고 있습니다. 마음이 정해지면 좌고우면하지 않겠습니다. 돌직구처럼 결단할 것입니다.

▲출마를 선언하신다면 그 시기와 어떠한 형태로 대선 출정식을 가질 예정인지.
-출마 선언도 하지 않았는데, 대선 출정식까지 여쭤보시네요. (웃음) 너무 질문이 멀리 가시는 감이 있네요.(웃음)
출정식을 어떤 형태로 하느냐는 그렇게 중요한 문제가 아닌 것 같습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과연 오늘의 시대정신과 국민들의 염원을 얼마나 잘 받들어 모시느냐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국민들의 가슴속에서 터져 나오는 탄식과 아우성이 있는 장소라면 거기가 어디든 제가 있어야 할 자리, 바로 출정식 장소가 되야 하지 않을까요?

▲지난해부터 도내에서는 김 지사의 대권 도전을 돕기 위한 조직들이 만들어지고 있는데, 잘 알고 계시는지.
-전북은 물론이고 수도권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김두관을 지지하시는 분들이 자생적으로 친목 모임을 만들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여러모로 부족한 저를 위해 전국에서 자생적인 모임이 생겨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송구스럽습니다.
부족한 저를 믿고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들게 일일이 찾아뵙고 인사드리지 못해 송구스럽습니다. 특히 전라북도에 계신 동지들에게는 우선 전라일보 지면을 통해서 먼저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습니다.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남은 기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민주통합당이 정권을 다시 찾아오기 위해서는 먼저 무엇보다도 철저한 자기반성을 통한 자기혁신이 있어야 합니다. 왜 지난 총선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가져오지 못했는지에 대해 겸허한 반성이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반성을 반드시 자기혁신으로 국민들에게 보여드려야 합니다.
정치는 첫째도 겸손, 둘째도 겸손, 셋째도 겸손입니다. 민주주의 정치는 더욱 그러합니다. 국민을 섬겨야 합니다. 국민을 가르치려 들지 말고 국민으로부터 배워야 합니다. 오만한 정당, 교만한 정치인 중에 성공한 정치인은 없습니다.

▲새누리당에서는 박근혜 대세론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데. 박 전 대표를 평가해 주신다면.
-박근혜 전 위원장은 역대 여권의 대선후보 가운데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냉철하게 생각하면 박 전 대표는 이명박 정권의 실정에 공동책임이 있는 여당 지도자입니다. 이명박 대통령과 차별화를 하고 있지만 이는 대선을 위한 제스춰일 뿐입니다. 이명박 정부 4년동안 민생이 파탄났어도 자기입장을 전혀 내놓지 않았잖아요. 언론파업, 불법사찰, MB측근비리 등 어떤 것에 대해서도 책임있는 방안이나 입장을 낸 적이 없습니다. 이는 전형적인 무책임한 정치입니다. 박 전 위원장이 국가와 국민을 말하지만 그가 말하는 국가는 사유화된 국가, 국민은 통치대상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습니다.

▲지지율이 상승추세에 있긴 하지만 아직 선발주자들에 비하면 갈길이 먼 것 같다. 최근 일부 조사에서는 5%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오기도 했는데, 향후 지지율 제고는 어떻게 할 것인가.
-노무현 대통령도 경선 전에는 지지율이 1~2%대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결국 그 진가를 인정받으면서 결국에는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 대통령에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현재 저의 인지도와 지지율이 다른 분들보다 다소 떨어진 것이 사실입니다. 아직 출발조차 하지 안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러나 시간이 흘러 진가를 인정받게 된다면 지지율은 저절로 올라간다고 생각합니다. 본래 지지율은 변하는 것 아닙니까? 중요한 것은 제 그릇의 크기이겠지요. 당장의 지지율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꾸준히 제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면 언젠가는 국민들께서 다 알아주실 것으로 믿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선 ‘영남후보론’이 늘 화두가 되고 있다. 즉, 호남의 지지를 받는 영남출신 대선후보가 필승카드라는 것인데, 이번 대선에서도 영남후보론이 작동할 것으로 보는가.
-호남의 전통적인 지지에다 영남표를 가져오면 승리할 수 있다는 정치공학적인 분석에 따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저 김두관은 2010년 지방선거에서 경남에서 53.5%의 득표율을 보인 유일한 야권주자라는 점에서 이러한 분석이 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도 제가 야권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되면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하시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는 정치공학적인 분석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과연 누가 지금의 시대정신을 가장 잘 구현해 낼 적임자인가라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최근 통합진보당이 비례대표 선출 의혹과 관련해 지사께서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나.
-기본에 충실해야 합니다. 이번 사태는 통합진보당 차원에서 슬기롭게 극복해야 할 문제이므로 당원이 아닌 제가 해법에 대해 직접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한 것 같습니다. 국민의 상식을 존중하는 방향으로 해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야권연대를 위해서라도 통합진보당이 하루빨리 속 시원히 밝힐 것은 밝히고 사과할 것은 사과해서 국민들의 마음을 다시 얻어야 할 것입니다.

▲전북도민들에게도 한 말씀 해주신다면.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은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 호남이 없으면 나라도 없다고 하셨습니다. 역사의 고비 고비마다 호남은 흐름을 바꿔놓는 굵직굵직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이러한 호남지역인만큼 올해도 호남유권자들께서 현명한 선택을 통해 연말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루는데 앞장을 서실 것으로 믿습니다. 제가 태어난 남해는 지리적으로 호남과 가깝습니다. 또 전북 등 호남에는 저의 동지들도 많이 있습니다. 또 지금까지 정치를 하면서 호남의 동지들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영남출신으로 호남을 가장 잘 이해하는 정치인 중 한명이라고 자부합니다. 앞으로도 전북도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김두관은 누구인가>
‘이장·군수’ 이력을 빼고 김두관(53)경남지사를 말하기는 힘들다.
1959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난 김 지사는 동아대 정치외교학과를 졸업한 이듬해인 1988년 고향인 고현면 이어리로 돌아와 농민운동에 투신, 마을이장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던 청년이장 김두관은 민중의 당 지구당위원장으로 정당활동을 시작하는 한편 ‘남해신문’을 창간해 군민의 삶을 살피며 활동의 폭을 넓혔다.
1995년 민선 1기 군수에 도전해 37세의 나이로 당선돼 최연소 군수 기록을 세웠고 1998년 재선됐다.
그러나 새천년 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2002년 도지사 선거에서 지역주의 한계를 느끼며 고배를 마셨다. 낙선한 그는 이듬해 참여정부 초대 행정자치부장관에 발탁돼 지역구도 타파와 학력·경력 파괴의 상징으로 떠올랐으며, 결국 2010년 경남지사 선거전에서 승리하며 지사직을 거머쥐었다. /서울=김형민기자.bvlga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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