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보배추’를 아시나요? 이름에 '배추'가 들어가니 배추의 한 종류로 생각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곰보배추는 기능성이 뛰어난 약초의 한 종류입니다.
곰보배추는 꿀풀과의 다년생 풀로 배추에 비해서는 크기가 작지만 얼핏 봄동과도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잎 표면이 올록볼록해서 곰보배추로 불려진다고 합니다. 들판이나 논둑, 밭, 강변 등에서 자라며, 대도시의 아파트 화단 등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겨울 내내 살아 있다고 해서 동생초(冬生草), 눈을 보고 자란다고 해서 설견초(雪見草)라고도 부릅니다.
곰보배추는 기침과 가래, 천식 등에 특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 때문인지 최근 재배하는 곳이 많이 생겼습니다.
고창군 부안면 송현리에 자리한 ‘질마재농장’은 3년전부터 곰보배추를 재배·판매하고 있는데 여느 작물 못지않게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곰보배추 ‘아기’들을 키우고 있는 질마재농장의 주재만(54)·하명자(51) 부부를 만나봤습니다.

■ 귀농인교육 통해 곰보배추 접해
주씨 부부는 전주에서 20여년동안 한약약업사를 운영했다. 약업사도 한때는 괜찮았던 업종이었지만 경쟁이 심해지고 간편한 양약이 많이 개발되면서 사양길로 접어들자 과감히 귀농을 결심했다.
부부는 지난 2010년 주씨의 고향인 고창 부안면으로 귀농했다.
첫해 벼농사와 고추·고구마 농사를 지었지만, 둘째 해에는 고창군 농업기술센터의 귀농인교육에서 접한 곰보배추를 재배했다.
면사무소에 전입신고를 하러 갔다가 면직원이 권하는 귀농인교육을 받으면서 곰보배추를 알게 됐고, 이로써 인생이 바뀌게 된 거였다.
곰보배추는 늦가을부터 생장해 이듬해 4월경에 수확이 가능하며, 물 관리만 해주면 비료 등의 관리가 필요치 않다. 때문에 생산비가 거의 들지 않으며 하우스 재배를 하게 되면 연중 생산이 가능하다.
농약도 하지 않고 화학비료도 주지 않지만 유용미생물(EM)은 정기적으로 투여하고 있다. 때문에 농장에는 지렁이를 비롯한 각종 곤충들과 두더지 등이 공생하고 있다.
부부가 같이 교육도 받고 밭을 일구면서 궁금한 것이나 재배에 필요한 기술은 농업기술센터의 도움을 받았다. 또 이런 모든 과정을 일기로 남겼다.
생산된 곰보배추는 생초와 건초, 생초즙인 엑기스, 생초를 발효시킨 효소 등을 만들어 판매했다.
미당 서정주의 생가와 인접해 있는 지리적 입지를 고려해 ‘질마재농장’이라는 이름도 짓고, 홈페이지(www.jilmajae.com)와 블로그(blog.naver.com/hmj8060)도 개설했다.
특히 아내 하씨가 운영하는 블로그는 제품을 판매할 목적보다는 시골생활의 소소한 일상과 마음을 울리는 진솔한 글로 인기를 모으면서 구독자가 500명을 훌쩍 넘어섰다.
하우스 안에서 냉이를 캐 나물을 무치거나 정월 대보름 두둥실 떠오른 보름달이야기, 농장에서 곰보배추들을 ‘아가’라고 부르며 노는 모습 등을 가감없이 진솔하게 써낸 것이 인기를 모은 비결이었다.
서울 등 대도시는 물론 해외에 나가있는 교포들 중에서도 방문객이 생겼고, 곧 구매로 이어졌다. 미국과 독일에서 항공료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곰보배추를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독일의 한 교포는 녹차처럼 ‘티백’으로도 제작할 것을 제안해 현재 티백제품 개발도 추진중이다.

■ 농촌생활은 '축복'‥후회한적 없어
주씨 부부의 곰보배추 재배면적은 4,000평에 이른다. 수익도 올해는 1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들은 곰보배추 외에 추가로 개똥쑥에도 손을 댔다. 개똥쑥은 미래를 대비하는 측면에서 시험적으로 재배해보는 것으로, 부부는 이미 개똥쑥 외에도 다른 몇몇 작물을 대안으로 갖고 있다고 했다.
올 하반기에는 귀농 3년만에 그간의 농촌생활에 대한 대폭적인 업그레이드에 나선다.
현재는 농장을 겸한 집이 마을 한 가운데에 있어 택배차량조차 들어오지 못하는 등 불편이 크다. 또 저장고가 없어 대량 주문이 들어오면 애로사항이 적지 않다.
때문에 마을 인근에 생초를 기준으로 한달치 정도의 물량 보관이 가능한 저장고와 가공설비, 농작업장비 등을 갖춘 새집을 지어 이사할 계획이다.
부부는 현재의 농촌생활을 '축복'이라고 말한다. 또 ‘도시냐’, ‘시골이냐’를 선택해야 한다면 주저없이 시골을 선택하겠다고 말한다. 귀농 이후 부부가 함께 일하고 대화하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서로를 더 이해하게 됐기 때문이다. 부부의 달라진 모습을 보면서 서울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는 외동딸도 부모를 자랑스러워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주씨 부부의 성공요인은 무엇이었을까?
부부는 첫 번째로 ‘교육’을 꼽는다. 처음 면직원이 귀농인교육을 권유했을 때만 하더라도 ‘무슨 교육?’이란 생각이 없지 않았지만 막상 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은 뒤엔 생각이 180도 달라졌다.
부부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운영하는 정보화교육을 비롯해 3~12월까지 월 2회씩 운영되는 농촌개발대학 등을 3년째 함께 다니고 있다.
이같은 교육을 통해 비로소 농사라는 것에 눈을 뜨게 됐고, 이제는 무엇을 새로 시작하든 두려움이 없을 정도가 됐다.
또 이들은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부부가 함께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몸소 체감하고 있다. 같은 교육을 받았더라도 이해력의 정도가 다르고 느끼는 점이 다른데, 어느 한쪽만 받게 된다면 효과가 반감될 것은 뻔한 이치라는 것. 때문에 교육기회가 있으면 어떻게든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 부부의 철칙이 됐다.
주씨는 “다양한 교육을 접하면서 스스로 농사에 대한 비전을 갖게 됐고 눈을 뜨게 됐다”면서 “이제는 무슨 일을 해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는 “즉흥적으로 결정하지 말고 사전에 철저한 준비를 해야 실패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소문관기자·mk7962@

■ 곰보배추는?
곰보배추는 우리나라 남부지방의 논밭이나 들에서 흔하게 자라는 잡초의 하나다. 들판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산야초로, 가시엉겅퀴나 와송, 개똥쑥, 인진쑥처럼 탁월한 기능성이 입증돼 상품화되고 있는 작목중 하나다.
곰보배추는 5월 말이 되면 꽃대를 올려 연보라색의 작은 꽃을 피우기 시작한다. 씨앗을 뿌리는 때는 6월에서 7월인데, 무럭무럭 자라다 봄동처럼 땅에 바짝 엎드린 채 엄동설한의 추위를 견뎌낸다. 그동안 영양분은 뿌리로 모두 몰리기 때문에 겨울을 난 곰보배추의 약효를 최고로 친다.
곰보배추 씨앗에는 참깨나 들깨 못지않게 많은 양의 기름이 들어 있다. 참기름을 짜듯이 볶아서 짜면 되는데, 이 기름은 샐러드에 드레싱으로 활용해도 좋고 식용유처럼 불을 쓰는 요리에 써도 좋다.
곰보배추는 기침·가래·비염 및 오래된 천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냉증과 생리통·자궁질환 등 부인병에도 효능이 있다고 전해진다. 선조들은 곰보배추가 각종 염증을 완화시켜 준다고 해서 종기가 난 곳에 짓찧어 바르기도 했다.
곰보배추를 제대로 먹으려면 발효액을 만드는 게 가장 좋다. 신선한 곰보배추를 깨끗이 씻어 물기를 뺀 다음 듬성듬성 썰어 설탕과 1대1로 버무린다. 항아리에 넣고 이틀 뒤부터 간간이 뒤집으며 발효를 시키면 된다. 6개월이 지나면 건더기는 건져내고 걸러낸 발효액을 냉장보관하는데, 다른 약초물에 1대1로 타 마시거나 물에 엷게 타 마신다. 효소가 풍부하므로 뜨거운 물이 아닌 찬물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발효액을 만드는 게 어렵다면 김치 담그듯 겉절이를 해 먹으면 된다. 잎만 따서 만들면 특유의 향도 거의 나지 않는다.
이밖에 잎을 그늘에서 말려 곱게 가루로 만든 뒤 환으로 만들어 먹거나 감주(식혜)를 만들어 음료수 대용으로 음용해도 좋은 효과를 볼 수 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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