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축산업은 국제 곡물가의 상승과 환경관련 규제의 강화, 잇따른 전염병 발생,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수입개방 확대 등으로 경영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1~2년새 소․돼지 값마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대다수의 축산농가들은 존폐의 기로에 서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 축산업에는 희망이 없는 것일까?
불과 돼지 1,000여 마리를 사육하면서도 연간 10억원대의 매출과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진정한 ‘강소농’을 소개한다.

■ 유기축산으로 연간 10억 매출 ‘강소농’
임실에서 돼지를 사육하고 있는 김성두(55)씨는 사육규모는 작지만 유기축산을 통해 연간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전형적인 ‘강소농’이다.
임실군 지사면 방계리가 고향인 김씨는 1987년부터 돼지를 사육했다. 부친으로부터 물려받은 2,000평 가량의 논에서 벼농사를 짓고 있던 김씨는 시험삼아 20여 마리의 돼지를 입식해 기르기 시작했다.
사육규모가 200여 마리로 불어난 1995년께 김씨는 새로운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유기농’이란 개념이 확산되던 시기였고, 김씨는 유기농에 연계한 ‘유기축산’을 구상했던 것.
이후 김씨는 일반 사료 대신 유기사료를 먹이고, 항생제 사용을 줄이는 등 본격적으로 유기축산을 실행하기 시작했다. 유기축산을 위해 벼농사도 유기농으로 바꿔 볏짚을 조사료로 활용했다.
이러기를 10년. 김씨는 드디어 지난 2006년 ‘유기축산’ 인증을 받을 수 있었다.

■ 톱밥돈사에 유기사료+유기조사료+미생물 투여
말이 유기축산이지 유기축산의 개념조차 제대로 정립되지 않은 시기에 이를 구상하고 실행에 옮긴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유기축산은 항생제 쓰지 않고, 사료만 유기사료를 먹인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돼지는 8평 축사를 기준해 25~30마리를 사육하지만, 유기축산의 경우 15~2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밀식사육’을 하지 않는 것이다.
또 새끼때부터 흙은 물론, 지푸라기, 톱밥 등 유기물질을 먹이고, 미생물을 투여해 고초균(바실러스균) 생성도 돕는다. 축사 바닥에는 톱밥발효사료를 바닥에 깔아준다.
이 톱밥발효사료는 분뇨와 섞여 유기농 퇴비로 활용되고, 악취는 일반 축사에 비해 크게 줄어들어 이로 인한 민원발생도 없다.
또 겨울에도 날씨만 좋으면 축사를 개방해 햇빛을 쪼이게 하고, 평상시에도 최대한 자연조건에 가깝게 사육환경을 조성해주고 있다.
구제역 등 극히 한정된 범위 내에서만 백신을 사용하다보니 돼지들이 잘 걸리는 자궁내막염 등 전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임실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 ‘봉독’을 투여하고 있다. ‘봉독’은 페니실린의 1,200배 효능을 지닌 천연 항생제로, 돼지의 면역력을 키우는데 도움이 된다는 설명이다.
반면 유기축산은 사육기간이 길어지는 약점은 감내해야 한다.
보통 돼지를 출하적정 체중인 110kg까지 키우기 위해서는 180일 가량 사육하지만, 유기축산의 경우에는 220일에서 최대 240일까지 사육해야 한다. 돼지 1마리에 50일을 더 사육하게 된다면 이에 따른 사료값 부담이 만만치 않을 터.
김씨는 또 생산성은 좋지만 육질이 떨어지는 흰색돼지는 사육하지 않는다. 산자수(1회 분만으로 출산한 새끼의 수)나 증체량을 포기하고 오직 육질로만 승부하기 위해 색깔이 있는 유색 돼지만 사육하고 있다.
이 때문에 초기에는 주변 축산인들로부터 ‘미친놈’ 소리까지 들어야 했다.

■ 일반 돼지의 2~3배값인 마리당 70만원 출하
하지만 유기축산으로 키운 돼지의 출하가격은 일반 돼지의 2~3배에 달하는 마리당 70만원선. 김씨의 경우 한국냉장(한냉)으로 전량 출하하고 있다. 일반 돼지처럼 국내 사육두수에 따라 가격의 폭등이나 폭락이 없이 안정적으로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는 것도 유기축산의 장점이다.
때문에 불과 1,000여 마리를 상시 사육하고, 연간 1,200~1,500마리를 출하하고 있는 김씨의 연매출은 놀랍게도 10억원 안팎. 각종 인건비와 경비를 제외한 순소득액은 억대를 넘어선다.
유기농법으로 키운 돼지는 고기가 맛있고, 먹은 뒤에도 소화가 잘돼 속이 편한 것이 특징이다. 또 찌개를 끓이면 고소하고 질리지 않는다는 것이 김씨의 설명이다.
김씨의 유기축산은 이제 2달 후면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된다.
바로 국립축산과학원에서 육종한 합성씨돼지의 첫 출하를 앞두고 있는 것. 토종 재래돼지를 여러차례 교잡해 고품질화한 합성씨돼지는 2008년 완성됐으며, 작년에 김씨의 농장에 입식됐다. 현재 숫놈 1마리와 모돈 5마리, 후보돈 50마리가 사육되고 있으며, 약 2달후 첫 출하될 예정이다. 지금까지 단 한 마리도 병에 걸린 적이 없어 품종의 우수성이 반은 입증된 셈이다.
합성씨돼지가 소비자들의 평가를 거쳐 시장성이 입증된다면 김씨의 유기축산은 한단계 도약의 계기를 마련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종돈 수입에 막대한 외화가 유출되고 있는 현실에서 국산 씨돼지의 성공적인 정착은 국내 축산업의 발전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유기농 인증 축사는 도내 유일
이처럼 유기축산이 일반 축산에 비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지만 이를 실행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실제 도내에서 유기축산 인증을 받은 곳은 김씨의 농장이 유일하며, 부안 등에 유기축산을 시험중인 농가가 1~2농가 있을 뿐이다.
일반사료는 성장 단계에 맞춰 분유나 이유식 역할을 담당할 사료가 시판되고 있지만 유기사료는 성장단계에 따른 구분이 없다. 또 돈사 규모도 일반 축산에 비해 30%이상 커야 하고, 무엇보다도 질병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자식같은 돼지가 여기저기 전염병으로 쓰러져 나뒹구는데 주사(백신) 안 맞히고 버틸 재간이 없다는 것이다.
김씨는 유기축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물복지를 추구하는 ‘복지축산’도 신청할 방침이다.
김씨는 “바른 생각을 갖고 정성을 다해 원칙대로 한다면 돈은 따라오게 돼 있다”면서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을 토대로 사육비용을 더욱 절감하면서도 품질을 높일 수 있는 유기축산을 구현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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