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강흥동에 소재한 부공영농조합법인은 파프리카를 재배해 유통하는 농업법인이다. 거대한 유리온실 안에 천장까지 닿을 듯 파프리카 줄기들이 솟아 있고, 초록색 이파리 사이로 빨간 파프리카 열매들이 주렁주렁 매달려 있다.
1단지는 육묘장 1,320㎡(400평)을 포함해 2만7,060㎡(8.200평)에 이르고, 2단지는 8,250㎡(2,500평) 규모다.
부공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정수영(53)씨로, 영농조합은 정씨를 포함한 아들들이 운영하는 가족회사다.
본래 장수에서 장미를 재배하던 정씨 일가는 2001년 전주로 이전해 유리온실을 짓고 장미재배를 시작했다.
그러다 장남인 수철(28)씨가 대학을 졸업하는 시기에 맞춰 2006년 파프리카로 작목을 바꿨다. 수익면에서 장미보다는 파프리카가 훨씬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충분한 노하우가 쌓이고 경영이 안정되면서 작년에는 유리온실 2단지를 새로 지었고, 수철씨가 책임을 맡아 운영하도록 했다.

■ 지역냉난방시스템설치로 연료비 거의 안 들어
가지과 고추속 고추종의 한해살이 식물인 파프리카는 1월에 파종하고 2월에 정식해 5월말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나무가 자라면서 계속 열매가 맺히기 때문에 높이가 높을수록 많이 수확할 수 있다.
파프리카 재배를 위해서는 시설비 등 초기비용이 많이 들어간다. 흙을 사용하지 않고 물과 수용성 영양분으로 만든 배양액 속에서 식물을 키우는 ‘수경재배’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시설비가 상상을 초월한다.
수철씨가 운영하는 2단지만 해도 땅값 4억원과 시설비 30억원이 투입됐다. 유리온실을 짓고 집하장과 보일러 설치비용, 각종 장비구입 등에 20억원 가량이 들어갔다. 이밖에 냉난방비를 절약하기 위한 지열냉난방시스템 설치에도 10억원 가량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됐다.
덕분에 수철씨의 농장에서는 바깥 온도가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는 이상 기름보일러를 가동하지 않고도 적정 온도를 유지하고 있다. 여름에는 아예 냉방비가 들지 않는다.
각종 시설비와 함께 황금보다 비싸다고 하는 종자대도 문제다.
현재 국내에서 재배되는 파프리카의 종자는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가격은 고추씨와 비슷한 크기의 씨앗 1개당 500~600원 가량으로, 한번 파종하는데 2,000만원에 육박하는 비용이 투입된다.
전라북도농업기술원은 황금보다도 비싼 파프리카 종자의 국산화를 위해 파프리카 시험장에서 종자생산을 모색하고 있으며, 2015년부터는 국산 종자를 보급할 계획이다.

■ 스마트폰 활용해 농장 관리
수철씨는 농장을 운영하면서 매일 일조량, 외기온도, 실내온도, 배액량 등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다. 또 1주일에 1회씩은 생장조사와 착과조사 결과를 체크한다.
농장 관리에는 신세대 농업인답게 스마트폰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언제 어디에 있건 스마트폰을 통해 온실의 온도나 환경을 체크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수철씨가 관리하는 2단지의 첫해 파프리카 수확량은 총 180톤으로, 3.3㎡(1평)당 70kg를 약간 넘는 수준이다.
국내에서는 3.3㎡당 65kg정도 수확하면 성공으로 평가하고 있어 수철씨의 첫 수확량은 국내 평균치는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목표 수확량인 80kg에는 아직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 파프리카는 햇빛이 많이 필요한 작물인데 작년에 비가 자주 내리면서 일조량이 적어 생육이 부진했던 탓이 가장 크다.
일조량 등 기후조건이 좋은 네덜란드에서는 3.3㎡당 100~120kg까지도 생산된다고 하니 아직도 갈 길이 먼 셈이다.
투자비용이 많은 만큼 수익도 크다.
작년에 파프리카 평균 출하가격이 kg당 3,300원이었던 것을 적용하면 5억8,000만원 가량의 조수익이 발생했다. 여기서 종자대와 인건비 등 영농비로 3억5,000만원을 사용한 것을 공제하면 실질소득은 약 2억3,000만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보통 중소기업의 마진율이 3% 안팎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웬만한 우량 중소기업을 훨씬 압도하는 소득을 올린 것이다.
부공영농조합은 점차적으로 유통방식도 바꿔나갈 계획이다.
현재 생산된 파프리카의 유통은 수철씨의 동생 순호씨가 담당하고 있다. 대부분의 물량을 유통회사를 거쳐 이마트와 현대백화점 등에 납품하고 있으며, 일부는 인터넷과 서울의 청과 등으로 출하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이나 내후년부터는 직접 유통에도 나설 계획이다. 또 ‘촌스럽고 정직한 농사꾼이야기(촌농이)’ 블로그를 통한 인터넷 판매도 더욱 활성화시켜 나갈 방침이다.

■ 스노보드 등 레저 즐기는 신세대 농업인
수철씨의 삶이나 여가생활은 웬만한 도시민들보다 훨씬 윤택하고 다양하다. 24살 때 고향 후배와 결혼해 5살과 생후 80일 정도의 두 아이를 둔 가장인 그는 농장에서 가까운 반월동의 아파트에서 거주하고 있다.
신세대 농업인답게 겨울에는 가족들과 함께 스키장을 찾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기고, 여름철에는 수상레저인 웨이크보드며 골프 등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고 있다.
일찍부터 전북4H연합회에 가입해 전주시지회 회장, 전북도연합회 사무국장 등을 지냈고, 올해에는 도연합회 부회장에 당선돼 부회장직을 수행하고 있다. 또 4H활동에 기여한 공로로 2012년 전국 4H대회에서 대상인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일찍부터 농업에 뜻을 둬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해 원예학을 전공했던 그는 파프리카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는 네덜란드를 여러차례 방문해 선진농업기술 습득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성공한 농업인이자 사업가인 아버지로부터 많은 자산을 물려받았고 지원도 받고 있지만 그는 아버지를 넘어서는 더큰 성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아버지에게서 보듯 농업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는 믿고 있는 그는 장차 100ha(30만평) 규모의 농장을 일궈보는 것이 꿈이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을 따라 농삿일을 도와드렸고, 보고배운게 농업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농업으로 진로를 택했다”는 그는 “농업으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사람을 내가 설득해서 농장으로 데려와 직원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있다”면서 “농업에 종사하는 것이 자랑이 될 수 있도록 꿈을 키워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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