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20·여)씨는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지난 12일 밤늦게 한 남자가 몰래 방안에 들어와 자신을 덮치는 일을 겪은 이후 악몽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A씨가 피해를 당한 건 이날 새벽 4시쯤. 최근 더운 날씨로 낮에 열었다가 잠금장치를 잠그지 않은 창문으로 남자가 침입했다. 범인은 잠을 자고 있던 A씨에게 “흉기가 있다”며 협박한 뒤 속옷을 벗기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잠결에 너무 놀란 A씨는 반항도 하지 못한 채 울음을 터뜨렸다.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던 어머니가 딸의 방문을 열면서 범인은 그대로 줄행랑을 쳤다.

범인은 이튿날 경찰에 잡혔다. 경찰은 방에서 발견한 지문 등의 증거 수집으로 유모(36)씨를 특정한 뒤 자백을 받아냈다. 취조해보니 A씨는 지난 11일 오후 완주산단에서 일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A씨를 발견한 뒤 2km를 미행해 집을 알아냈고, 그날 밤 집에 침입한 것이었다. 전과 6범인 유씨는 2003년과 2008년 동종전과로 처벌받은 적이 있었다. 완주경찰서는 유씨에 대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북지역에 성폭력 범죄가 끊이질 않고 있다. 청소년들이 동갑인 10대를 성매매 시켜 돈을 빼앗거나 집안에 침입해 성폭행하는 등 각종 성범죄로 얼룩지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성폭력·학교폭력·가정폭력·불량식품 등을 이른바 4대악으로 규정해 척결활동에 나서고 있지만, 그 가운데 성범죄 발생은 되레 증가하고 있어 특별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의문을 낳고 있다.

14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말까지 도내에서 발생한 성범죄는 227건으로, 하루 평균 1.6건 꼴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173건)에 대비해 31.2% 늘어난 수치다. 올해부터 성폭력 등을 4대악을 규정해 대대적인 홍보와 단속을 벌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전년대비 늘어난 것이다. 다만 같은 기간 성폭행범들의 재범률이 지난해 8.98%에서 7.32%로 소폭 낮아진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책 실효성에 쓴 소리도 나온다.

전주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4대악을 척결하는 정책 취지는 좋지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접근 부분이 부족한 것 같다”며 “4대악을 통한 ‘실적쌓기’로 발생 후 적발하는 사후처리식의 방식보단 사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활동 등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지적했다.

도내 성범죄는 날이 더워지는 6~8월에 더 속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자료’를 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발생한 월별 성범죄는 여름(6~8월)이 31%로 가장 높았고, 봄 25%, 가을 24%, 겨울 18% 순이었다. 여름에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창문이나 현관문을 열어 놓기 일쑤여서 성범죄자의 침입이 용이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앞으로 검거에 치중하기 보단 예방요령 및 대응책 강화가 요구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4대악의 적극적인 홍보로 과거 드러내기 꺼려했던 성범죄 피해자들이 자발적으로 신고하면서 발생피해가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수사활동을 전개해 성폭력 범죄로부터 안전한 전북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만기자·na19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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