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 인문학도시 전주 <상>
전주시, ‘전주정신’ 근간으로 ‘인문학도시’ 구현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시가 ‘인문학도시’를 선언하면서 전주 고유의 자존감을 높여나가고 있다. 전주시는 지난해 2월 역사와 정신, 문화로 이어지는 ‘전주정신’을 근간으로 하는 ‘인문학도시’를 선언했다. 또 각종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고, ‘인문학 한마당’ 등 관련 행사를 개최하며 인문학의 부흥을 통한 전주시민의 자긍심 회복을 부르짖고 있다. 전주시가 새삼 인문학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인문학이 곧 전주시의 정신이자 역사이고 문화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본보는 전주시의 ‘인문학도시’ 선언의 배경과 내용을 2차례에 걸쳐 진단해본다. <편집자 주>

■ 산업자본의 발달로 인문학의 위기 초래
인문학은 한마디로 말해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다. 경험적인 접근을 중시하는 자연과학이나 사회과학에 비해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문학, 철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등을 모두 인문학의 분야로 포괄할 수 있으며, 크게는 문․사․철(문학, 역사, 철학)로 요약하기도 한다.
인문학을 서양에서 ‘휴머니티(Humanity)’라고 표현하는 것은 결국 인간성, 인간적인 것을 탐구하는 학문이라는 뜻이다. 원래 인문학은 그리스, 로마의 고전에서 시작되었으며, 르네상스 이후로 신에 예속되었던 인간을 재발견하는 과정에서 고전을 재평가하게 되고 여기에서 근세 인문학이 태동한 것이다.
하지만 산업혁명 이후 실용주의가 중시되면서 세계적으로 ‘인문학의 위기’가 초래됐다. 근대 산업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생산성을 갖춘 인간, 실용적 인간형을 추구하게 됐고, 철학이나 역사와 같은 인문학보다는 경제나 과학, 기술과 같은 실용주의 학문을 중시하게 됐다.
사회적으로도 생산적 가치가 있는 학문이 사회발전과 개인의 출세수단으로 인식되면서 인문학을 도외시하고 실용주의 학문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더욱 확산됐다.
결국 대학에서는 인문학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이 이어졌고, 이에 따라 많은 대학들이 인문학 계열 학과를 폐지하거나 통합시키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에 이같은 인문학의 위기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인문학 부흥을 부르짖는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인문학의 위기가 곧 삶의 위기’라는 위기론도 거론됐다.
최근 우리 사회가 다문화사회로 진입하고 문화경쟁력이 국가경쟁력으로 부상하면서 인문학에 대한 새로운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과학기술의 발달과 물질적 풍요로 인해 인간 소외가 심화된 상황에서 바람직한 삶의 조화를 위해서는 인문학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자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인문학 도시’를 선언하면서 인문학 부흥의 대열에 동참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 전주정신 기반으로 ‘인문학 도시’ 선언
세계적인 화두가 되고 있는 인문학의 위기는 급속한 산업화․현대화․정보화․실용화를 이뤘던 우리나라의 경우 더욱 심하다고 할 수 있다. 대학의 순수학문이 취업이라는 현실적 문제 앞에서 하나둘 사라지고, 국민들 또한 더 이상 인간과 역사에 대한 깊은 고민을 하지 못하는 사회가 되어가고 있다. 도시적 삶 또한 바쁜 일상과 경제적 고민으로 인문학 책 한 권 읽을 여유를 허락하지 않는다.
전주시의 ‘인문학 도시’ 선언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가 인문학의 이러한 현실을 극복하고 가장 한국적인 사상과 정신의 도시로 정체성을 강화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를 위해 전주시는 지난해 2월 29일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원장 최용철)과 전주전통문화연수원에서 ‘인문학도시 전주’ 협력 협약식을 가졌다.
전주시와 손을 잡고 인문학 도시의 내용을 채워줄 ‘고려대학교 민족문화연구원’은 1957년 설립된 이래 지난 50여년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한국학, 한국문화 연구기관으로 인정받아 왔던 곳이기도 하다.
전주시는 이날 협약식을 계기로 평생교육센터와 시립도서관, 전통문화연수원 등을 통해 운영해오던 각종 인문학 강좌를 새롭게 재편했다. 기존에 운영되던 인문학 강좌에 더해 새로운 강좌를 신설하고, 직장인들을 위한 야간반을 개설하는 등 내실을 갖춰가고 있다. 지난 6월에는 전국에서 최초로 ‘2013 전주인문학한마당’을 개최하기도 했다.
전주시는 민․관․학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의 인문학을 진흥시켜 ‘인문학 도시 전주’의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송하진 시장은 “가장 한국적인 도시 전주의 특성에 맞는 한국적인 사상과 정신은 물론,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전주다운 인문학을 진흥시켜 전주시가 세계적인 인문학 중심도시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전주시는 현재 전주시평생학습센터를 실무책임기관으로 선정해 각종 인문학 강좌를 개설․운영하고 있다.

■ 인문학, 전주에서 꽃피운다
전주시의 인문학 강좌 확대는 시대정신 학습과 시민 자존감을 함양하기 위한 취지로 진행되고 있다. 인문학을 기본으로 근본적이고 올바른 시민정신 확립을 통해 역동적으로 전주시의 발전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기본 구상이다.
이는 바르게 다져진 인성과 정의로움안에 현대사회 삶에서 의지와 용기와 희망을 불어넣을 수 있는 자기성찰적 힘을 키워주기 위함이다.
전주시의 ‘인문학도시’ 강좌는 평생학습센터의 ‘유쾌한 인문학’과 고전과 사상을 중심으로 한 전통문화연수원의 인문학 강의가 대표적이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전주시의 각종 인문학 강좌는 미술사, 대중문화사, 음식문화사, 농경문명사, 철학, 고전, 현대사, 신화, 사상, 예술 등 다양한 주제로 5년째 이어오고 있다.
지난 5년동안 각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진행된 수백여회의 인문학 강의는 전주정신을 바로세우고 전주의 정신문화를 풍요롭게 하는데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이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학습열을 부추켜 각종 독서모임을 활성화시키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실제 지난 2008년 4개 독서모임으로 출발한 ‘전주독서동아리연합’은 현재 51개 동아리 800여명의 시민들이 참여하는 시민독서모임연합으로 성장했다.
/소문관기자․mk7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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