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통주 시장은 치열하다. 특히 대기업이 전통주 시장에 뛰어들면서 소규모 영세업체들은 살아남기 힘든 상황에 몰렸고, 소비도 크게 줄었다.
이처럼 어려운 시장 상황을 알면서도 전통주 시장에 뛰어든 (주)태평주가 이영춘(51) 대표, 그는 해외시장 진출을 통해 전통주를 살릴 수 있다고 믿고 있다.
2010년 첫 상품을 출시하면서 인천공항 면세점에 입점했으며, 도내에서는 남원 전통주인 ‘황진이’와 더불어 농축산식품부가 주관한 전통주 품평회에서 3년 연속 입상하는 등 술 맛을 인정받고 있다. 중국과 일본, 베트남 등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영춘 대표를 만나 태평주가와 전통주의 현주소에 대해 들어 본다.

-태평주가는 어떤 계기로 설립하게 됐는지?
30대에 시작한 직장이 우리나라 대표 전통주 이강주를 만드는 회사였다. 술 공장을 다니면서도 50살 이전에 창업을 해보자는 꿈을 갖고 살았다. 그래서 2010년 48살의 나이에 과감히 꿈을 찾아 나서게 됐다.
그래서 찾은 곳이 진안. 인삼으로 술을 만들기에는 최적의 장소였다. 또 이강주에서 전무로 있으면서 마케팅에 대해 많이 고민을 했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인삼주를 선택하게 된 것은 고려인삼이 해외에서 유명한데도 인삼주가 없기 때문에 가능성을 봤기 때문이다. 특히 화학소주가 대부분인 소주시장에서 홍삼을 원료로 한 증류 소주는 충분히 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태평주가는 다른 전통주와 달리 내수보다 수출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유는?
국내 전통주시장이 누구나 술을 만들 수는 있다. 전라남북도의 전통주공장이 전국의 25%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많다. 하지만 전통주공장들이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는 내수시장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에 과열 경쟁에 휩싸이게 되고, 내수가 주춤거리면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태평주가를 설립하면서 지역 연고에 의지해 술을 만들어서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 술 공장 시작 할 때부터 술을 만드는 것보다 ‘어디다 파는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내수시장에 목표를 두면 처음에는 부드럽게 갈 수가 있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판매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가장 이상적인 매출은 내수와 수출이 50%씩 되어야 한다고 본다. 매출 대비 수출 50%를 달성이 처음에는 힘든 과정이겠지만 성과를 달성하고 나면 경영에 수월해지고 안정을 찾을 수 있다.
우리나라 전통주가 외국 진출이 어려운 것은 나라마다 까다로운 절차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전통주업체들이 수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이미 그러한 것을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수출에 대한 경험이 있어 자신이 있다. 지난 2010년 공장등록필을 마치고 곧 인천공항면세점에 입점한 것도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태평주가의 해외시장 진출 어디까지 왔나?
얼마 전 전주에서 열린 발효식품엑스포에서 중국 청도에 2만불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현재 수출이 됐거나, 내년 1월까지 수출과 관련 해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오고가는 곳은 중국과 일본, 미국, 베트남, 대만, 홍콩, 필리핀 등이다. 그리고 미얀마와 러시아쪽 수출에 관해서도 바이어들과도 접촉하고 있다. 해외수출을 위해 3년간 외국출장을 13번 다녀왔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외국인을 가장 많이 접촉할 수 있는 면세점 입점도 중요하다. 현재 인천과 김포, 김해 공항 면세점에 입점해 있는데, 내년도에는 제주도 중문 롯데면세점에도 입점 예정이다.
면세점에서 팔고 있는 전통주 중에서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외국인들이 한국에서 만들어진 홍삼소주에 관심이 있어 한다.

-태평주가의 내수시장 공략은?
현재는 대형 마트 중심이다. 롯데와 현대백화점, 롯데마트에 납품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이마트와 홈플러스에 납품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수출과 더불어 내수시장에서의 판매도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방안으로 대형마트를 선택했다.
조만간 일반 소비자들도 쉽게 태평가주의 술을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하필 전통주 가운데 홍삼소주를 선택한 이유는?
가장 오래까지 소비자들이 꾸준히 찾을 술은 소주와 맥주라고 생각한다. 약주와 탁주, 막걸리 등은 입맛과 정책 등에 따라 기복이 있을 수 있다. 맥주는 시설비 등이 너무 많이 들어가 만들기에 역량이 부족해 소주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특히 소주는 많은 량을 먹는 술이 아니기 때문에 프리미엄급으로 만들면 충분이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소주를 만들기로 결심을 한 후 원료를 고민하다 홍삼을 생각해 냈다. 홍삼은 전통주 시장에서 마지막 남은 원료다. 홍삼소주가 충분히 프리미엄급의 소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전북에서 생산되는 전통주로 전국 시장을 재패하는 것이 꿈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전통주 시장의 현주소는?
전통주가 가장 호황을 누린 시기는 2002년이다. IMF 당시를 기점으로 전통주 매출이 크게 오르기 시작했던 것 같다. 당시만 해도 “우리 것을 먹어야 한다”는 소비자들의 심리가 크게 작용해 전통주 매출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그러나 전통주업체들이 현실에 안주하다 보니 매출이 점점 떨어져 현재는 당시의 20%선도 유지 못하고 있다.
최근 전통주시장이 침체되고 있는 것은 소비층을 다양화하지 못한 잘못이 가장 크다. 즉, 그동안 전통주는 젊은층을 위한 마케팅에 소홀해 전통주를 먹을 소비자들이 없어졌다는 것이다.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기호에 맞는 술맛은 물론, 병 디자인까지 신경을 써야 한다. 서울 대학들의 축제 때 시음행사를 계획하고 있는 것도 잠재적 소비자들을 만들어 내기 위한 작업이라 할 수 있겠다./김동규기자·kdg20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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