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 송광사가 오는 22일 동짓날을 맞아 자비(慈悲) 팥죽 나눔 행사를 펼친다. 이날 오전 11시 30분부터 모래내 시장 사거리에서 1천명의 사람들이 먹을 수 있는 팥죽을 만들어 시민들과 나눠먹는다. 세밑 정이 그리울 때 열리는 나눔 행사. 송광사 주지 법진 스님에게 그 까닭을 들어 봤다.

-동지팥죽 나눔 행사를 마련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일년 중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중국 등 동북아 문화권에서 큰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동지가 지나면 낮이 길어지기 시작하기에)조상들은 동지를 일년이 새로 시작하는 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동지를 작은설이라고 불렀습니다. 이날 우리 민족은 여러 세시풍속을 통해 액땜을 하는 전통이 있었습니다. 특히 동지팥죽은 모든 액운을 막고 평화롭게 살기를 기원하는 소망이 담긴 음식이었습니다.
이처럼 동지는 우리 전통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절기임에도 새로움만 추구하는 세태 속에 동지팥죽이 기억 속의 유산으로만 사라져 가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래서 조상들의 삶을 되돌아보고 우리들도 새해의 희망을 나눠보자는 의미에서 동지팥죽 나눔 행사를 마련했습니다.
-나눔 행사는 어떻게 준비하셨나요?
이날 행사를 준비하고 도와주시는 분들만 약 100여 명입니다. 이 고마운 분들이 자신들의 시간과 정성을 들여 행사를 진행합니다. 나눔 장소는 모래내 시장을 비롯해서 경기전과 서신동, 신시가지 등 여러 곳을 놓고 고민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분들이 모래내 시장을 추천하셨습니다. 나눔의 의미를 뜻 깊게 공유할 수 있도록 서민들의 공간인 전통시장에서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지역과 서민들을 위한 행사인 만큼 많은 분들이 함께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지역사회에서의 사찰 역할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당연히 사찰은 지역과 함께 해야 합니다. 역사적으로 불교 사찰이 수행자를 위한 공간이었지만 시대의 변화를 거치면서 재가자들을 위한 여러 역할을 해왔습니다. 현재는 소극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대중 속으로 들어가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펼쳐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동지 나눔 행사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보셔 주시길 바랍니다.
-송광사에서 스님이나 재가자를 위한 법회는 어떻게 이루어지나요?
먼저 스님들은 수행을 위해 천일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매일 새벽 4시부터 밤 8시까지 하루 4번씩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고행이지만 이를 통해 부처님의 가르침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한달에 3번 같이 기도하는 재가자 중심의 수행이 있습니다. 또 같이 공부하는 불교학당이 있습니다.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일주일에 두 차례씩 모여 같이 공부합니다. 3월부터 6월까지, 9월부터 12월까지 2학기제로 각각 16주씩 진행합니다.
-송광사에는 재가자나 일반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지난해 가족들이 송광사에서 캠핑을 하며 불교문화를 체험하는 템플스테이를 진행, 많은 분들이 참여한 가운데 호평을 받았습니다. 또 올해 모두 4차례에 걸쳐 사찰음식 나눔행사를 개최하기도 했습니다. 최근 사찰음식은 웰빙음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는데 올해 열린 전주비빔밥 축제에 참가, 방문객들로부터 인기를 끌었습니다.
또한 ‘중생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뜻하는 ‘담마토크(Damma Talk)’를 불교뿐 아니라 전북의 문화 등을 주제로 진행했는데 패널 선정 등 진행 과정부터 같이 공유할 수 있어 보람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 어떻게 풀어야 할까요?
현재 우리 사회에는 많은 갈등 요소가 있고 그래서 사람들이 힘들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에서도 우리들은 한국사람이라는 것에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우리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나라에 태어났더라면 더욱 불행하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제가 미국 유학 기간에 IMF를 만나 고생이 많았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그래도 이만큼의 사회가 등댈 곳이라는 게 다행이다’는 생각이 위로가 됐습니다.
그리고 현재의 갈등은 대부분 경제적인 부분에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현재 ‘바름’의 가치보다 ‘돈’의 가치에 매몰되어 있습니다. 더욱이 ‘돈’에 대한 욕심은 끝이 없어 사람들을 더욱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기득권과 돈에 대한 집착이 갈등을 유발시킵니다. 이런 점에서 미국 청교도들의 청빈한 삶은 종교를 떠나 본받아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처럼 갈등의 근원이 욕심인 만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나눔의 가치를 공유하고 실천하는 여러 행위들이 필요합니다. 우리민족의 전통 가치인 나눔에 대한 실천이 바로 22일 동지 팥죽 나눔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도 하루바삐 다양하고, 상충되는 의견을 수렴하는 사회적 시스템이 구축돼야 합니다. 그래서 자기의 주장을 무조건 내세우기 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 시스템이 자연스럽게 가동되도록 해야 합니다. 의견이 달라도 같이 사는 방법에 대해 모두가 고민해야 합니다. 종교간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송광사 앞의 교회 종소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지금 우리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같이 사는 아름다운 세상을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이병재기자․kanadasa@

▲법진 스님은?
일찍이 출가한 뒤 불교 공부뿐 아니라 서울과 미국에서 공부를 했다. 회주 도영 스님의 제자로 해인사 승가대학 학장으로 일했었다. 불교문화사업단장을 역임하고 지난 8월 송광사 주지스님으로 취임했다.

▲자비(慈悲) 팥죽 나눔 행사
행사는 송광사를 포함하여 전북불교발전협의회, 송광사 신도회, 송광사 청년회 등의 불교단체와 소양농협, 사회복지법인 송광ㆍ정심원등 여러 단체의 후원과 참여로 진행되며 참여자들에게 새해달력을 선물하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완주 송광사에서 한해를 마감하고 새해를 앞둔 시점에서 신도들과 지역주민들의 소통과 화합을 위한 송년 법회 및 문화잔치마당을 가질 예정.
주요 프로그램으로는 우수신행(信行)단체와 신도들에게 시상식을 수여하는 송년법회와 통기타 그룹인 노스텔지어를 비롯한 섹소폰 연주, 여성 12인조의 기타합주단 등 풍성한 공연이 있으며 특히 떡국을 비롯한 행운권 추첨도 열린다.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