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못할 고민이 있다’ 이 말 못할 고민이 많은 사람들은 어떻게 고민을 풀어야 할까? 경쟁이 강요되는 사회적 관계에서 생긴 고민을 잘 관리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은 참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말을 안해도 고민을 알아내고 풀어주는 방법, 최근 관심이 높아진 ‘예술치료’의 세계를 들여다 본다.

예술치료란 전문치료사가 창의적인 예술매체(미술, 연국, 시, 무용, 음악 등)를 통해 인간이 가진 문제(심리적, 정서적 장애)를 풀어나가는 치료로 흔히 시설수용자나 입원환자에게 적용된다.
하지만 현대사회에서 심리적인 요인에 의한 질병(자살, 우울증, 정신장애 등)들이 사회문제로 떠오르면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요즘,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사회적 관계에 의한 과도한 스트레스나 갈등 해소를 목적으로 상담과 치료를 받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예술치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보급도 많이 됐습니다. 그동안 예술치료는 언어소통에 곤란을 겪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많이 이뤄졌지만 요즘엔 언어소통에는 문제가 없는, 비장애인들에게도 매우 유용한 치료 상담법으로 각광받고 있습니다”
김동민 교수(전주대 예술치료학과)는 예술치료의 가장 큰 특징은 언어 개입 대신 예술을 개입 시켜 문제를 해결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한다.
“갈등이 심한 부부의 경우 언어(말)를 개입시킨다면 누구나 예상하듯 싸움만 더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말이 아닌 그림이나 음악 등을 통해 갈등 요인을 찾아내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이 바로 예술치료입니다”
언어개입이 힘든 사람들, 특히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서 공통적으로 같이 나타나는 개별적이고 불안정한 면도 음악 합주라는 비 언어적 대화 방식을 통해 기다리고 협동하는 방향으로 개선할 수 있다.
또한 직접 그리는 그림을 통해 그 사람의 심리를 파악해 문제를 해결해 주기도 한다.
문은 그렸으나 손잡이가 없는 그림, 집에 창문이 없는 그림. 넓은 공간 한 귀퉁이 집을 작게 그린 그림, 가족들이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는 가족 그림 등등을 통해 닫혀있는 마음, 가족 유대감의 상실 등의 문제를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에 따르면 심리적인 문제는 자신을 저평가하고 자존감이 떨어지는 ‘나’와, 사회적 관계에 필요한 ‘남’의 문제로,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예술치료가 꼭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현재 미술치료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기쁨 치료사(전라북도장애인종합복지관 사회서비스센터)도 자신감이 없고 자기표현에 한계가 있는 사람들의 상호교류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예술치료가 아주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애와 비장애의 경계에 있는 아이들의 경우 예술치료가 꼭 필요하다고 말한다. ‘장애’를 인정 못하는 부모들의 심리 때문에 치료 시기가 늦어지는 경우가 안타깝지만 그래도 치료를 시작하면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사실 예술치료를 통해 아이들의 상태가 갑자기 좋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아주 작은 변화들이 꾸준히 나타납니다. 눈을 마주치지 않던 아이들이 시선을 마추치고, 언어표현이 거의 없던 아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고, 충동적인 행동을 적게 하는 모습을 보면 치료사로서 보람을 느낍니다”
심리적으로 위축돼 있던 아이들이 표현에 익숙해지고 타인과 관계 형성을 이루는 데 상호 긍정적 피드백이 존재하는 예술치료의 몫이 크다는 게 김 치료사의 생각이다.
현재 종합복지관에서 예술치료를 받고 있는 윤성진군(전주 용흥중 3년)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꾸분히 치료를 받아왔다.
“성진이는 원래 혼자서 뭘 잘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많았는데 미술치료를 받으면서 ‘내가 하께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늘었어요. 학교 등 외부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지만 예술치료사 선생님과 그림을 그리며 즐겁게 대화를 하는 성진이 모습이 보기 좋아요”
윤 군의 어머니는 미술치료를 통해 성격도 긍정적인 면이 많이 늘었고 그림 그리는 실력도 크게 늘었다며 예술치료 기회가 더 많아 지길 희망한다.
“성진이의 경우는 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의 장애인 바우처 사업을 통해 미술치료를 받고 있어요. 금액도 부담이 적고 좋은 선생님들이 계셔서 만족합니다. 이런 예술치료 기회가 앞으로도 더 확대 됐으면 좋겠어요”
예술치료 효과와 관련해서 김기쁨 치료사는 미술공모전 등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목표를 설정해 동기를 부여하고 대상과 최우상 등 수상을 통해 자신감을 키워 주는 데 공모전이 아주 좋은 기회입니다. 노력을 결과로 평가 받으면서 성취감을 얻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현재는 지방은행에서 주최하는 대회가 있는데 너무 기회가 적습니다. 더 많은 장애아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확대가 아쉽습니다”
예술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이 아니다. 사람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다.
김동민 교수는 “선사시대 동굴벽화에 그림이 그려있듯 예술은 인간의 본능으로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다”며 “어느 누구나 편하게 접하실 수 있는 것이 예술치료다”고 강조한다.

▲장애아동재활치료 바우처 사업
정부가 재활치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으로 전북장애인종합복지관이 전주시로부터 제공기관으로 지정받았다.
해당 프로그램은 언어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인지학습치료, 감각통합치료 등 5개. 바우처 지원금에 따라 본인부담금이 면제부터 최고 월 8만원까지 5단계로 구분돼 있다.
문의 063-222-9999.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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