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잘 놀아야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으로 자라고 사회의 미래가 있습니다’<놀이운동가 편해문>
사람 세상에는 여러 ‘잘 하기’가 있다. 공부 잘 하기, 밥 잘 먹기, 잠 잘 자기 등. 하지만 잘 노는 일도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지만 잘 노는 일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더구나 여럿이라면 더욱 그렇다. ‘전래놀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전래놀이의 힐링 포인트가 무엇인지 알아본다.

컬러 텔레비전이 등장하기 이전 흑백 텔레비전에 방영되던 아주 유명한 광고 카피가 있었다. ‘개구장이라도 좋다, 튼튼하게만 자라다오’라는 이 광고 카피는 영양제 광고였는데 당시 유명 영화배우였던 고 박노식과 현재 왕성한 연기활동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박준규가 출연해 더욱 큰 관심을 끌었다.
‘개구쟁이=건강’이란 생각은 지금에 와서도 모두가 수긍하는 얘기다. 밖에서 잘 뛰노는 아이들이 건강할 것이란 믿음은 크게 틀려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요즘처럼 자기 방에서 혼자 컴퓨터 게임에 열중하는 자녀들을 바라보는 부모들은 마음은 어떨까? 트인 공간에서 또래들과 같이 노는 아이 모습을 기대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런 걱정의 관점에서 보면 전래놀이는 안성맞춤인 놀이다.
“전래놀이 대부분은 몸을 활용합니다. 뛰고 움직이는 신체활동이 매우 활발한 놀이방법이 많아,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아이들 건강에 아주 좋은 놀이방법입니다. 특히 몸으로 하는 놀이이다 보니 신체발달은 물론 접촉을 통한 교감이 많아져 아이들 정서함양에도 많은 도움을 줍니다”
시민행동21 김선미 문화기획팀장은 전래놀이가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 게임에 빠져 있는 아이들에게 새로운 재미와 함께 건강을 줄 수 있는 훌륭한 놀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전래놀이는 공동체의식을 키우는데도 아주 효과적이다. 전래놀이 대부분은 여럿이 하는 놀이이기 때문이다. 여러 명이 편을 갈라 진행하는 놀이가 많아 반드시 협조가 필요하다. 특히 전래놀이 대부분이 단체전으로,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더라도 조금 부족한 아이와 함께 힘을 합하지 못하면 그 놀이에서 이길 수 없다.
김선미 팀장은 일명 38선 놀이로도 알려진 ‘이랑타기’ 놀이를 예로 들어 설명한다.
“이랑타기는 말 그대로 밭 이랑을 넘어가기 놀이로 수비와 공격을 나누어 진행됩니다. 공격하는 쪽에서 이랑을 쉽게 넘기 위해서는 협조자가 필요합니다. 한 명의 수비를 피하기 위해서는 두 명이 양쪽으로 나누어 공략한다면 더욱 쉽겠죠. 여기에서 능력이 좋은 아이가 조금 부족한 친구를 먼저 보내기 위해 수비를 유인한다면 경기에서 이길 확률이 높아지겠죠. 부족한 친구를 도와주지 않으면 승리 확률이 떨어지는 전래놀이의 특징이 아이들에게 공동체 의식을 길러주는데 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은 배려를 통한 사회성을 배우기도 한다. 규칙을 지키고 서로를 배려하는 과정은 더 없이 훌륭한 사회화 과정인 것이다.
특히 요즘처럼 파편화된 개인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전래놀이는 또 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요즘 학교에 가보면 20~30명의 같은 반 아이들 간에도 끼리끼리 어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전래놀이를 시작하는 처음에는 서로를 서먹하게 느끼는 경우가 있습니다. 하지만 놀이를 통해 부대끼는 가운데 서먹함이 사라지면서 잘 어울려 놉니다.”
현재 시민행동21 실천소모임인 놀이마당 오감을 통해 전래놀이를 가르치고 있는 선생님의 설명이다.
정해진 규칙이 있지만 상황에 따라 그 내용이 조금씩 달라지는 것도 전래놀이의 특징이다. 참여한 사람 숫자나 놀이터 자연환경에 따라 참여자들이 즉석에 규칙을 바꿀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가변성은 놀이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위에서 설명한 38선 놀이가 대표적으로 ‘이랑타기’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38선 놀이로 변한 것 말이다.
놀이 도구는 따로 구입할 필요없이 생활 주변의 소재만으로도 가능하다는 것도 전래놀이의 매력이다. 제기차기의 경우 질경이를 활용했던 옛날 제기에 이어 지금은 흔한 페트병 뚜껑과 신문지, 비닐봉투 조각만 있으면 훌륭한 제기를 만들 수 있다. 또 딱지치기도 종이만 있으면 되고 비석치기도 주위에 흔한 돌을 주어 사용하면 된다. 또 대부분이 땅바닥에 선(금)을 그어 노는 놀이가 많아 별다른 준비물 없이 놀이를 시작할 수 있다.
김선미 팀장은 “전래놀이는 우리 생활 속에서 살아 움직이는 놀이 문화로 요즘 혼자서 인터넷에 자주 빠지는 아이들의 생활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며 “지능발달과 사회화 훈련에 큰 몫을 할 수 있는 전래놀이에 더 많은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놀이마당 오감 ‘위풍당당, 전래놀이 일상이 되다’
전주한옥마을을 찾는 시민과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주 남천교 일대에서 매주 토요일 전래놀이를 체험하는 장을 마련한다. 체험료 무료. 6월 14일부터 6월말까지 고누, 쌍륙, 고무줄, 산가지, 딱지치기 등 체험이 가능하다. 7, 8월 두 달을 쉬고 9월과 10월 계속 진행한다. 문의 063-284-6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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