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를 겪는 청소년들이 음악으로 세상과 소통한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장애와 비장애의 벽을 넘는다. 남보다 조금 더디지만 아름다운 음악으로 하나가 된다. 발달장애 청소년들이 오케스트라를 통해 또 한번의 기적을 만들어 냈다.

지난 25일 전주전통문화관 한벽극장에 라르고(헨델) 연주가 잔잔하게 울려 퍼졌다. 느린 박자속의 서정적이고 따뜻한 분위기의 라르고에 관객들은 한없는 편안함을 얻는다.
도내 최초 발달 장애 청소년 챔버 오케스트라 ‘위더스(WITH US)’의 공식 출범을 알리는 연주는 이렇게 시작됐다.
연주된 곡은 하이든의 ‘놀람 교향곡’, 엘가의 ‘위품당당 행진곡’,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 등 클래식과 ‘님이 오시는지’ ‘고향의 노래’ 등 가곡, 민요 ‘아리랑’ 등 모두 열 여섯 곡.
마지막 곡으로 연주된 요한스트라우스 1세의 가장 유명한 작품 ‘라데츠키 행진곡’의 힘찬 선율은 위더스 오케스트라의 출발을 축하는 음악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날 지난 2년간 수천 번의 연습 끝에 연주되는 열 여섯곡의 선율은 관객들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받으며 이어졌다.
“제가 발달장애를 겪는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통해서였습니다. 방송에서 소개된 ‘우당탕탕 오케스트라’는 발달장애나 자폐를 가진 아이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였습니다. 음악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는 모습,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전문직이 되면서 오케스트라를 만드는데 필요한 것들을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주교육지원청 정성환 장학사는 위더스의 산파.
오케스트라 구성을 위해 필요한 사항을 준비해가며 현악, 관악 연주가 가능한 단원 모집에 나섰다. 관내 학교에 공문을 보내며 마침내 지난 2012년 11월 22일. 10명의 단원이 모였다.
이들은 발달장애나 자폐를 가진 아이들로 부모들의 관심 아래 음악을 공부한 경험을 가진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개인 독주는 어느 정도 가능한 수준이지만 장애 특성상 협연은 쉽지 않았다. 개인적으로도 한 곡을 완성하기 위해선 3개월이 걸린다고 하지만 협연은 독주와 차원이 다른 연주.
특히 발달장애나 자폐의 특징이 주변과의 관계가 원활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대의 소리를 듣고 거기에 맞춰 자신의 템포를 조절해야 하는 협연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단순한 연주 실력 외에 타인과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치는 것이 협연으로 위더스 단원들에게는 힘든 시간들이었다.
“기악은 일반인도 하기 힘듭니다. 이런 기악을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음표를 이해하고 서로 화음을 맞춰가며 협연을 한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위더스’ 단원들과 함께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창단 때 공모를 통해 위더스 지휘를 맡은 강진학(전주시립교향악단 상임단원)지휘자는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음악공부를 꿈꾸었는데 위더스를 통해 비로소 그 꿈을 이루게 됐다고 한다.
또 무대에서 당당하게 연주하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부모들도 마찬가지.
“음악의 공명이 아이들을 성장시키고 마음의 상처를 치유한다는 말이 있어요. 음악을 통해 밝아지는 우리 아이 모습을 보면 음악 공부를 시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해요”
클라리넷을 연주하는 노상호군의 어머니 임은희씨는 음악을 통해 아이가 긍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이같은 기회가 더 많아지기를 희망한다.
“여럿이 함께 연주하는 오케스트라를 통해 사회성이 좋아지는 것을 실감해요. 음악에 대한 자신감도 생기는 것 같구요. 라디오에서 아는 노래가 나오면 곡명을 맞추며 즐거워해요. 얼마 전에는 어느 모임에 같이 가는데 먼저 ‘엄마, 악기 갖고 갈까요? 라며 먼저 묻는 거예요. 음악을 통해 자기의 존재감을 찾고 이를 통해 (그동안 어려워했던)타인과의 관계가 부드러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어 행복했어요”
하지만 여기가 끝이 아니다. 위더스 같은 오케스트라가 아니라 비장애인도 함께하는 오케스트라나 또 다른 음악모임을 통해 아이들이 만남의 폭을 넓혀 더 나은 생활을 가꾸어 가기를 소망한다.
단원들에게 주어지는 여러 가지 기회들이 결국 이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기여할 것이 분명하다.
정성환 장학사는 “위더스는 더불어서 함께 살아간다는 의미를 두고 장애 청소년의 음악적 재능을 발굴, 장애인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 확산 등을 목적으로 운영된다”며 “아직은 어리숙한 손놀림, 어색한 몸짓이지만 이들은 지난 2년 동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며 더 많은 관심과 격려를 요청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 위더스 단원
- Violin 장문정_전주성심여고 2학년
-? Violin 김성민_전주중앙중 3학년
- Violin 서주희_김제여고 1학년
- Violin 주지원_전주상업정보고 2학년
- Violin? 신서희_전주중학교 3학년
- Flute 김란_전주솔내고 졸업
- Clarinet 김경주_전주대 음악과 1학년
- ?Clarinet 노상호_전주생명과학고 졸업
- 독창 유동국_전주중앙중 1학년?

▲위더스 연혁
- 2012. 10. 24. 위더스 단원 공모
- 2012. 11. 01. 위더스 단원 면접 및 선발
- 2012. 11. 23. 위더스 첫 연습
- 2013. 11. 15. 전국특수학교(급) 콩나물 콘서트 참가
- 2013. 12. 05. '굿프렌드' 시상 초청 연주
- 2013. 12. 30. 전주성심여고 '옥잠화' 축제 초청 연주?
- 2012 ~ 2014. 장애청소년 재능캠프 '뽀꼬아 뽀꼬' 참여
- 2014. 09. 25. 전주시 장애청소년 챔버 오케스트라 위더스 창단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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