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인 참여가 앞으로 우리 하천운동에도 반드시 필요하다’<전주 박보람>
‘재해를 극복하면서 환경을 위해 노력하는 마을주민들이 참 아름답다’<고창 김혜성>
전라북도 강살리기 14개 시군 핵심리더들이 지난달 주민참여를 통해 하천보전할동을 펼치고 있는 일본 사가현 일대를 돌아봤다. 사)전라북도 강살리기 추진단(이사장 김택천)이 마련한 한·일 하천에코캠프는 21일부터 23일까지 사가현 누이노이케, 쵸기리, 아자메 등 현장에서 진행됐다.

▲사가 미즈(水)넷
사가현 환경 관련 98개의 민, 산 관, 학 단체들이 참여한 수평적 네트워크 조직.
지난 2003년 일본서 열린 세계물포럼에 맞춰 구성된 사가현 평지 물관리 연구단체 학습회가 포럼 이후에도 지속돼 현재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로카가와강 등 사가현에 흐르는 3개의 강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함께 지진 등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와 대책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
특히 사가미즈넷은 네트워크에 소속된 조직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해 활발히 하천 정책, 생태모니터링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전주 네트워크 박보람씨는 “한국에서 물과 관련된 수많은 NPO들의 네트워크, 특히 주민이 참여하여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네트워크를 어떻게 조직하고 방향을 설정해 나갈지에 대해 참고사례로 삼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누이노이케(池)
지하수의 과도한 사용으로 40년 이상 말라있던 연못으로 2001년 주민들이 다시 살려낸 연못이다. 지하수에 의존하던 생활용수와 음용수를 지표수로 전환, 지하수가 연못으로 흘러나오도록 했다.
처음 주민 20여명이 시작한 모임은 250여명으로 늘었고 현재는 ‘장소보존회’(미즈넷 참여 단체)를 결성해서 이 연못을 관리하고 있다. 현재는 연못을 채워주는 지하수가 차끓여 마시는 약수로 활용되고 있으며 연못 자체가 물의 소중함을 배우는 환경교육현장 역할도 하고 있다.
특히 매년 마련한 수차례의 이벤트를 통해 외부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무주 네트워크의 전선화씨는 “주민들이 되살아난 연못의 자연환경을 보전하는데 한 뜻으로 움직이는 한편 생기있는 지역을 만들기 위해 외부인과 함께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 다양한 교류활동은 본받을 만하다”고 말했다.
▲쵸기리 수차(水車)
규라기강에 인접한 쵸기리는 자주 범람하는 강물 때문에 둑을 높이 쌓아 모터를 이용해 물을 대어 농사를 짓던 마을이었다. 그러나 18년전 지진으로 인해 정전이 되자 전통 방식에 의한 물대기를 고민하게 됐고 수차를 복원, 사용하게 됐다. 현재는 수차 2기를 사용, 옛날 방식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학생들이 자연환경 학습지역으로 자주 방문하고 있다. 여름철에는 강변의 제초 작업을 통해 학생들의 물놀이 체험을 돕기도 한다.
특히 1600년대 만들어진 수로의 파손과 복구는 태평양전쟁 등 일본 역사의 흔적을 담고 있어 역사 교육현장으로도 인기가 있다.
남원 네트워크 조승희씨는 “수차를 복원하여 어린아이들 교육과 외부교류에 사용, 마을을 살리려는 노력과 함께 지역 대학과 함께 조력발전을 이용한 대체에너지를 찾으려는 모습이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니지노마츠바라(松原)
가라츠만 해안선에 무지개 형태로 늘어선 소나무 숲. 가라츠의 초대 영주가 방풍림으로 조성한 것으로 길이 4.5㎞ 폭 500m 면적 220㏊에 약 100만 그루의 소나무가 있다. 일본 3대 소나무 숲의 하나로 일본 국가 특별 명승으로 지정되어 있다.
1950년대 이후 관리가 안돼 소나무 숲이 명성을 잃어가자 2009년 주민들을 중심으로 ‘환경방재추진기구’가 만들어져 본격적인 보전활동에 들어갔다. 연회비를 낸 회원에게는 담당 장소가 정해진다. 학생과 기업이 주요 회원으로 연 4회의 이벤트를 통해 소나무 숲 보전활동에 참여하게 된다.
고창 네트워크 김혜성씨는 “6천명이 연회비를 내면서 봉사하는 소나무 숲을 지키고 보존하고 있는 모습은 좋았다. 다만 자연은 자연스럽게 해야 공생공존을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의 손이 너무 가는 것도 고려해 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카라츠세이쇼고등학교
현해탄에 접해 있는 학교로 정원 감소에 따라 2011년도부터 종합학과로 개편되었다. 이 학교는 환경학과가 있는 학교로 유명하다. 지역 자연환경을 교과 과정을 통해 배우는 학교로 일본에서도 보기 드문 사례다.
전주 네트워크 박보람씨는 “커리큘럼에 대한 지도와 담당교사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학생들의 자발적인 관심과 참여가 이 활동의 주를 이루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아자메 여울
잦은 수해를 입는 논을 주민과의 협의를 통해 범람원으로 만든 사례.
거의 매년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에 대한 치수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범람원을 만들기로 결정했다. 제방을 높이고 바닥을 준설하는 방식이 아닌 생태계를 최대한 살리는 방법으로 여울을 택했다.
‘검토회’라는 모임에 주민(노인회, 부녀회)행정, NGO, 교사들이 모여 자유롭게 의견을 나눴다. 복원 과정을 공유했다. ‘무엇을 해달라’가 아니고 ‘무엇을 해 봅시다’가 검토회의 정신이다. 다수결을 고집하지 않고 시간이 걸려도 ‘다 합시다’를 이끌어 내는 방식이 독특하다.
정읍 네크워크 김용련씨는 “하천복원을 관에서 밀어붙이지 않고 산, 민, 관, 학 등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 간다는 것이 시사하는 바가 컸다. 또 농사를 짓지 않아 버려진 논을 생태적으로 이용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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