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남호 전북대학교 총장이 긴 호흡으로 멀리 내다보며 묵묵히 ‘상식의 길’을 걷겠다고 약속했다.
23일 이 총장은 “대학 발전이 총장 한 사람의 힘으로만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초심과 기본을 잃지 않도록 겸허한 자세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총장이 명품대학을 목표로 설계한 4년을 일문일답으로 풀어봤다.

-최근 전북대가 주목을 받고 있는데요. 현재 대학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우리대학은 지난 10년간 전국 대학들이 부러워할 성과를 거두며 성장 속도가 가장 빠른 대학의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와 재정 압박이라는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위기 상황에 봉착해 있습니다. 우리대학도 이러한 힘든 현실을 그냥 비켜갈 수는 없습니다. 이제는 멀리 보고, 크게 생각하는 성숙함이 필요한 때입니다. 교육과 연구 분야 등 대학 전반에 대한 제도와 시스템을 점검하여 더욱 더 발전시켜야할 부분은 더욱 강화하고 미흡한 점들은 새롭게 보완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조직개편을 추진하고 계신 줄 알고 있습니다.
▲급변하는 대학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조직체계가 필요했습니다. 먼저 두 분의 부총장을 모셨습니다. 교학부총장은 교무?학생/취업·입학 등 학내 업무를 총괄하고 대외협력부총장은 산학연구·발전지원·국제협력 등 대외협력을 책임질 예정입니다. 기존 학생처와 취업지원본부를 학생·취업지원처로 통합하여 학생지원 업무를 일원화했으며, 산학협력단을 산학연구지원처로 강화했습니다. 이와 함께 약학대학유치추진단을 새롭게 신설하여 약대 유치에 총력을 기울일 수 있도록 했습니다. 또한 아트그린캠퍼스조성추진단’을 신설하여 캠퍼스를 명품브랜드로 만들계획입니다. 그리고 총장실 내에 소통복지팀을 둬 구성원은 물론 지역사회와도 상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대학교육 분야에서 그동안 시도하지 못했던 레지덴셜 칼리지와 오프 캠퍼스 제도를 도입하겠다 고 했는데요. 이런 제도를 도입하려는 목적이 있나요?
▲미래사회는 사회성이 결여된 인재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을 바탕으로 하여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새로운 유형의 리더를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대학 교육도 전문지식 전달에만 치중하는 ‘학원형 교육’에서 벗어나 인성, 사회성, 창의성, 감수성 등을 종합적으로 키우는 전인교육이 필요합니다. 다른 대학들과는 차별화된 우리 전북대만의 인재브랜드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취업의 질과 양을 개선하고 중도탈락률을 줄일 수 있습니다. 또한 우수학생 유치, 대학 브랜드 인지도 제고에도 크게 기여할 것입니다. ‘학원형 교육과 스펙쌓기’가 성장시대의 대학교육이라면, 전북대만의 인재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성숙한 대학교육입니다. 레지덴셜 칼리지와 오프캠퍼스는 성숙한 대학으로 가기위한 명품 교육프로그램입니다.
-재임 중 꼭 이루고 싶은 과제는 하나만 꼽아주신다면?
▲약학대학 유치는 우리대학 경쟁력 향상과 지역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해내야 할 절박한 일입니다. 약학대학은 일선의 약사를 양성?배출하는 1차적 소임을 넘어서 생명과학의 블루오션입니다. 의약품 산업과 연계하여 신약 개발에 필요한 전문 과학기술을 연구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다면 상상을 초월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것입니다. 우리대학은 의학, 치의학, 수의학 분야는 물론 자연과학, 농생명, 고분자나노 및 화학공학 분야 등 신약개발을 위한 학제간 협동이 수월하도록 그 기반이 잘 구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반드시 약대를 유치하여 연구중심?융합중심의 성숙한 약대로 키워야 합니다. 약학대학 유치는 우리대학의 위상을 한 단계 더 높일 수 있는 모멘텀 중의 하나입니다. 지역민들께서도 우리대학이 약대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성숙한 대학경영을 강조했습니다. 어떤 의미입니까?
▲잘 가르치고 열심히 연구하는 것, 이것이 대학의 길이라는 생각은 지극히 옳은 말이고 이 가치의 중요성은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변함이 없어야 합니다. 그러나 오늘날 대학이 하나 더 생각해야 될 부분은 ‘경영’입니다. 노벨상 수상자를 수 없이 배출하고 있는 미국의 아이비리그(IVY League), 영국의 옥스브리지(Oxbridge)의 경우에도 경영은 대학의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물론 대학의 경영과 일반 기업의 경영은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대학은 학생과 교수와 직원이 있고, 교육과 연구와 봉사가 있으며, 자연과 공학, 인문과 사회, 문화와 예술이 공존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보다 넓게 받아들이고, 보다 멀리 바라보는 긴 호흡이 필요한 곳이고, 고도의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리더가 필요합니다.
-선거 과정에서 나타난 구성원 간의 갈등을 풀어갈 묘책이 있는지요
▲대학발전의 전제조건은 구성원 간 조화와 화합입니다. 선거방식을 놓고 표출된 교수회와 대학본부의 갈등, 선거기간 흩어진 마음들을 지혜롭게 모으는 리더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무엇보다 구성원과 늘 소통하고 화합하는 총장이 되겠습니다. 저는 궁신접수(躬身接水)를 좌우명으로 삼아왔습니다. 이 말에는 아무리 화려한 잔이라 하더라도 주전자의 아래 있어야 물을 담을 수 있다는 겸손과 겸양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항상 낮은 자세로 경청하며 구성원과 눈빛을 주고받는 직접 소통의 시간을 늘리기 위해 학내의 일상 업무는 부총장을 중심으로 처장들이 책임지고 처리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연구비 확충에 대한 계획은 있으신지요
▲연구의 시작은 연구자의 의지에서 출발하지만, 그 과정엔 ‘연구비’라는 든든한 지원이 있어야 합니다. 국립대 재정 중 일반회계는 대부분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이고, 기성회회계는 폐지가 불가피합니다. 발전기금 모금 또한 지방대학으로서의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결국 연구비 수주 등 산학협력 수익이 유일한 돌파구입니다. 현재 연간 1,300억 원 수준인 연구비 수주액을 2천억 원 시대를 열어서 4년간 총 7천억 원의 재원을 마련하겠습니다. 저는 산학협력단장 재임 당시 3년간 총 3,400억 원을 유치한 경험과 노하우, 인적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습니다.
-대학과 지역사회가 가진 문화?예술 자산을 활용하여 대학의 브랜드가치를 높이겠다고 하셨는데요.
▲우리 지역과 대학에는 귀중한 메세나 자원이 풍부합니다. ‘혼불’의 최명희 선생과 시조의 가람 이병기 선생을 기념하는 대한민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을 제정하고, 지정기부금으로 ‘전북대 전통공연예술단’을 창단해서 운영하겠습니다. 대학의 브랜드는 인지도 제고, 우수학생 모집, 발전기금 유치 등에서도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전북대가 지역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우리 지역에서 전북대학교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저는 지역과 하나 되는 대학도시를 조성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독일의 하이델베르크대학, 영국의 옥스퍼드와 케임브리지대학은 지역과 경계를 허물고 온전히 하나가 된 대학도시의 전형입니다. 우선 혁신도시, 국가식품클러스터와의 연계망을 구축하고, 전북 연구개발특구 추진에 따른 대학 내 연구센터와의 협력 체제를 구축하겠습니다. 또한 탄소와 농생명 분야를 중심으로 지자체와의 협력을 통한 창업지원 및 일자리를 창출하고, 혁신도시로 이전한 국가기관에 필요한 인력을 제공하기 위해 취업연계 프로젝트를 가동하겠습니다. ‘지역을 캠퍼스로’라는 슬로건을 바탕으로 지역밀착형 평생교육·문화·예술·봉사 생태계를 조성하겠습니다.
/이병재기자·kanadasa@

※ 이남호 총장은?
○ 학 력 ; 전주고등학교, 서울대 <학사, 석사, 박사>
○ 가족관계 ; 부인 김영식과 슬하에 2남
○ 취 미 ; 산책/등산
○ 혈 액 형 ; A형
○ 좌 우 명 ; 궁신접수(躬身接水)- 아무리 훌륭한 보석잔이라 해도 찻잔이 차 주전자에서 물을 얻으려면, 찻잔의 위치는 차 주전자보다 낮아야 한다. 겸손, 겸양의 지혜를 중시함.
○ 주 량 ; 소주 1병+0.5병
○ 자신의 장점 ; 빠른 결단, 기획 조정력
○ 자신의 단점 ; 자신을 혹사시키는 것
○ 자신의 성격 ; 스트레스를 잘 받지 않음.
○ 좋아하는 음식 ; 콩비지찌게, 애호박전
○ 가장 행복할 때 ; 퇴근 후 건지산 산책하며 사색할 때
○ 가장 후회한 일 ; 장모님 발인날 자리 지키지 못하고 연구과제 선정발표장에 간 일
○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 3가지 ; 진취적인지,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지, 팀워크를 잘
이루는지
○ 꼴불견인 사람 ; 매사에 부정적인 사람
○ 기억하고 싶은 영화 ; 서편제, 브레이브 하트
○ 기억하고 싶은 책 ; 처음처럼 <신영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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