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렬 칼럼] 내년인들 못 견딜까

유승렬 논설위원l승인2014.12.29l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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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 한해가 지나갔으며 할 만큼 힘들고 고통스러웠던 2014년이 저물고 있다. 기쁘고 즐겁고 꼭 기억하고 싶은 행복한 기억이라곤 찾으려야 찾을 수가 없는 한해라는 표현이 이처럼 적절하게 와 닿았던 적이 과연 몇 번이나 됐을까.

전 국민에게 이보다 더한 슬픔은 없음을 가슴 아프게 체감토록 했던 세월호 참사에서 부터 없는 자의 비참함이 처절하게 드러났던 갑 질 논란. 여기에 정치권의 추잡한 말장난에 이은 진실공방과 급기야는 정당해산을 둘러싼 보혁 갈등에 이르기 까지 한국사회의 지난 1년은 정치, 경제, 사회 전반에 걸쳐 어느 한 부분 제대로 굴러간 적이 없는, 그저 한 조각이 빠진 동그라미가 덜컹 덜컹 소리를 내며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비틀 거리며 굴러갔던 그런 해였다.

돈에 눈이 멀어 탐욕에만 집착했던 어른들의 잘못이 꽃다운 어린 청춘과 성실한 우리의 이웃들을 사지로 몰았다는 사실에 전 국민은 더 할 수 없는 상실감을 감내해 내야 했다. 하지만 그런 상처를 보듬고 어루만져야할 여야 정치권은 복잡한 정치셈법에서 한 치도 양보할 수 없다는 아집만을 내세우며 반년이상을 허송세월했다. 국민의 정신건강이 피폐해저 갔던 것은 물론 경제까지 엉망이 됐다. 한번 갑이면 영원한 갑이며 을이 돼버리면 철저한 갑의 종이 될 수밖에 없는 황당한 현실이 이슈화 되면서 국민의 정신적 피로도는 극에 달했다. 여기에 연말정국을 강타한 정권수뇌부 측근들의 국정농단의혹과 통진당 해산 결정은 옳고 그름, 찬반 논리를 떠나 어서 이 한해가 갔으면 하는 망연한 상실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정치가 엉망이고 경제가 바닥이니 희망을 찾을 수 없음은 물론이요 후회만이 남는 회한의 1년이다 보니 다시는 돌이켜 보고 싶지 않음은 오히려 당연함으로 다가온다.

한해를 보내는 시점이 되면 용서와 화해를 통한, 하나 된 따뜻함으로 새해를 맞고 싶어 하지만 어찌 올해는 누군가를 용서하고 싶은 마음도 들지 않고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는 더더욱 싫을 정도다. 많은 이들이 마음의 문을 닫은 것으로, 정신적 여유가 없음이요 다가올 내년 역시 올해와 별반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슬픈 느낌까지 더해지며 우리 스스로를 옥죄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우리 앞을 가로 막았던 수많은 걸림돌 앞에 그냥 속수무책으로 주저앉아 있을 수만은 없을 일이다. 이를 디딤돌로 삼을 수도 있는 충분한 저력과 능력을 갖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지금의 고통스런 기억을 과거지사로 돌리며 잊기 위해 애쓸 일이 아니라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삼아 이를 극복해야 하는 이유다.

위기 극복의 리더십이 필요한 건 지도자뿐만이 아니다. 히틀러는 우리가 잊어선 안 될 하나가 있다면서 과반수가 절대 중요한 한사람을 대표할 수 없다고 했다. 잘난 지도자 한명이 무능한 과반수의 원칙까지도 깨지 않으려 하는 민주주의 기본을 앞서는 결정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는 말로 독재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이지만 우리는 이를 나 자신을 대표하는 건 나일수 밖에 없음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소중한 자신의 결정 하나 하나가 곧 나를 위함이요 이는 결국 모두를 이롭게 할 수도 있다는 소신을 가질 필요가 있단 것이다.

올해와 같은 1년도 지냈는데 다가올 1년이 힘에 부친들 올해 같을까 라는 희망을 품어보자. '모든 삶은 내적으로 볼 때 좌절의 연속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한 화해의 전도사 빌리브란트 전독일 총리처럼 불안과 고통을 견디어 내는 건 결국 내 몫임을 이해하자. 참 힘든 일이긴 하지만 상처 준 인연에게 고마움을 가져보기 위한 시도만으로도 내 마음이 넉넉해 질수 있음을 느껴보는 것도 괜찮은 일이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세상이 보는 대로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매사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보지 말고 있는 그대로 볼 줄 아는 가장 평범한 원칙조차 잊고 사는 이들 때문에 인생이 피곤하고 세상이 혼탁해짐에 지나치게 노여워하지도 말자. 낡은 가치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치가 주는 감동을 모두가 원하고 있지만 이 역시 누군가가 채워주길 기대하긴 정치가 엉망이고 경제가 무너진 지금의 상황에선 요원하기만 하다. 나를 믿어보자. 올해도 지냈는데 내년인들 못 견딜까.

/유승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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