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여 잉~

관리요원l승인2015.02.23l0면

크게

작게

메일

인쇄

신고

아마도 이 말을 정겹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이 말의 의도와 그 안에 품고 있는 뜻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다. 말은 단지 소리로서 음성이 아니라 내 마음과 정신을 담아 전달하는 가장 정확하고 효과적인 매체이다. 따라서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은 함께할 수 있는 정신적 동질성을 내포하고 있다고 봐야한다. 객지에서 모르는 사람에게서 고향의 말을 들었을 때 반갑고 정겨움을 느끼는 것은 나만의 감상이 아닐 것이다. 특히 집단생활이 필수였던 농경사회에 뿌리를 둔 우리 민족은 유난히도 내가 태어난 고향과 그 고향 사람들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하긴 넓은 나라인 미국이나 중국에서도 같은 말을 쓰는 고향 사람들에 대한 감정은 그 강도는 차이가 있을는지 모르나 비슷한 동질적 친근감을 갖고 있다고 본다.
우리 전라북도는 어느 지역보다도 뿌리 깊은 오랜 농경문화를 구축하였고 이 문화의 특징인 “우리”라는 개념이 강하면서 동질의 집단의식을 강하게 형성하였고 지금도 그 바탕 위에 현대 사회를 이루고 있다. 따라서 그 강도는 점점 약해지고는 있으나 끈끈한 연대감, 가족과 같은 동질성을 함께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본다. 명절이나 집안 행사에 모든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그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고 자기 뿌리인 부모와 친척이 주는 아늑함, 포근함을 만끽하는 것을 보면 태어난 근본 뿌리의 중요함을 다시 느낀다.
동질성을 갖는 같은 고향 사람 간에는 쉽게 이해의 폭을 넓힐 수 있으며 교감의 정서가 상대를 이해하는 좋은 매체로 작용하는 등 바람직한 장점도 있다. 그러나 오랫동안 작은 울타리였던 농경사회에서 더 넓은 산업화 사회로 진출하면서 넓은 세계로 모든 활동 범위가 확대되는 시점에서는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어야 할 때가 되었다고 여겨진다.
한정된 지역에서 집단생활을 하는 경우 구성원 간의 유대관계는 강하나 외부인에 대한 수용의 감정은 발달되지 않은 것이 특징이다. 이제는 끼리끼리의 관계를 벗어나 더 넓은 세계를 향하여 우리의 생각을 넓히고 나와 다른 사람의 생각과 행동, 그리고 삶의 방식을 과감히 수용해야 하는 시대적 변화를 겪고 있다.
농경사회의 특징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우리 고향사회는 외부로 향하는 마음 보다는 내부지향적인 감정이 우선되고 새로운 것에 대한 거부감, 나아가서 적대감까지 갖는 경우가 있지 않나 여겨진다. 내부지향적 사고는 결국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이 갖고 있는 것을 뺏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경쟁 상대를 끌어내려야 내가 앞설 수 있다는 그릇된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지역에서 서로 간 투서, 무고 등이 타 지역에 비하여 많다는 것은 이런 업무를 맡고 있는 사람 간에 회자되고 있는 얘기이다.
우리의 약점으로는 동향, 동문에 대한 집착이 너무 강하다 보니 이 범주에서 벗어나는 사람은 거들떠보지도 않아서 시야가 대단히 한정되는 경향이 있다. 지도자일수록 폭 넓은 안목으로 인재를 활용해야함에도 내가 아는 사람, 동문 등 나와 인연이 닿는 사람만을 찾다보니 결국은 근친교배의 폐해가 일어나고 생각이 다른 사람들 간에 얻을 수 있는 시너지효과를 거의 기대할 수가 없게 된다. 그러면서도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못된 속담은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에 대한 시기, 질투가 지나쳐 자신을 좀 먹는 피해까지 감수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니 안타깝다.
이제 넓은 세상에 내 마음을 열고 다름을 받아들이고 같지 않은 사람들끼리 힘을 합치고 그 토대 위에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슬기를 발휘할 때이다. 밖에서 더 많은 것을 쟁취하여 내부를 살찌우는 진취적 사고를 갖도록 마음의 자세를 바꿔야겠다.
인구나 경제사정은 전국 시·도 중에서 하위에 밀려있으며 앞으로 특단의 조치가 없는 한 이런 비극적인 상황은 벗어나기 어려운데 이제부터라도 사고의 틀을 크게 바꿔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생활태도를 갖도록 지도자들부터 마음을 가다듬어야겠다.
우리끼리라는 농경사회의 사고방식은 이제 더 이상 발전의 바탕이 될 수 없고 진취적 발전에 걸림돌이 될 뿐이다. 세계인 누구와도 손을 잡고 공동의 선을 추구하면서 서로 간 상생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여 활력이 넘치는 사회를 우리 후손에게 물려줄 준비를 하자.

신동화 전북대학교 명예교수



관리요원  kkozili@jeollailbo.com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관리요원의 다른기사 보기

인기기사

기사 댓글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0 / 최대 400byte

숫자를 입력해주세요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합니다.
여백
여백
전라일보소개기사제보광고안내불편신고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55038] 전라북도 전주시 완산구 전라감영로 75  |  대표전화 : 063)232-3132  |  팩스 : 063)284-0705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유 동 성
법인명 : (주)전라일보  |  제호 : 전라일보  |  등록번호 : 전북 가 00003  |  등록일 : 1994-05-23  |  발행일 : 1994-06-08  |  발행인 : 유현식
편집인 : 유현식
전라일보의 모든 콘텐츠(영상, 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Copyright © 2022 전라일보.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