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아직 이르다.
하지만 봄의 소리를 찾아 나선다.
섬진강 하구 매화가 봄 바람을 타고 거슬러 올라와 데미샘이 있는 신암리 계곡에 도착하기까지 내내 전해올 올 봄 소식을.

2월 마지막 주말 아침. 아직 바람이 차다.
순창 구미리 강경마을 입구에 넓게 마련된 주차장에서 순창 예향천리 마실길 3코스를 향해 걸음을 옮긴다.
예향천리 마실길은 순창군이 만든 도보 여행길로 모두 4개 코스로 길이는 27.3㎞.
영화 ‘아름다운 시절’ 촬영지로 유명한 임실군 구담마을을 거쳐 순창군으로 들어서는 섬진강 줄기를 따라 적성 구남교까지 조성돼 있다.
1코스는 강경마을 입구에서 구미교~구암정~어은정~구남교까지 4㎞로 왕복 2시간이 소요된다.
2코스는 강경마을 입구에서 강경마을~새목재까지 4.5㎞로 왕복 2시간 20분이 걸린다.
3코스는 강경마을 입구에서 휴양펜션단지~현수교~새목재까지 3.8㎞로 왕복 2시간이 걸린다.
4코스는 내월마을 입구에서 구미교~강경마을 입구~은적골~도왕마을 입구~입석마을~내월마을 입구까지 편도 3시간은 잡아야 한다. 길이는 11.8㎞.
코스간 연결 도로가 조성돼 있어 특정 코스에 구애받지 않고 자신의 체력이나 취향에 따라 언제든 진로를 변경할 수 있는 것이 이 예향천리 마실길의 장점이다.
강경마을 입구에서 강 건너 용궐산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용궐산(646m)은 섬진강 전망대 역할을 하는 산으로 남쪽의 무량산(586m)으로 이어져 등산객들이 자주 찾는 산이다. 강경마을에서 오를 수있는 벌동산(450m)은 예향천리 마실길 2코스로 연결된다.
한국전쟁 당시 회문산에 활동하던 빨치산이 지리산으로 이동하면서 잠시 머물렀던 용궐산은 내룡임도 방향에서 오르거나 휴양펜션단지 건너편에서 오르는 코스, 또는 용동마을에서 무량산을 거쳐 오르기도 한다. 특히 용궐산은 어느 방향이든 험한 암릉길을 지나야 하는 위험이 있기는 하지만 스릴과 함께 섬진강을 굽어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휴양펜션단지는 출발지에서 현수교 사이 중간쯤에 있다. 노란 리본이 강변 난간에 촘촘하게 매여 있다. 이곳에 왜 그 많은 노란리본이 촘촘히 묶여 있는지.
아직 추운 날씨지만 오토캠핑을 즐기는 가족이 있다. 단지 앞 데크에서 바라보는 섬진강은 고요하다. ‘S’형태로 놓아진 징검다리를 건너보고 싶은 충동이 인다. 징검다리를 깡총 깡총 뛰어 넘어가 보는 상상을 해본다. 강을 건너가면 장군목에서 구미교까지 이어지는 자동차 도로다.
이 3코스는 걷기 전용 길은 아니다. 자전거 길을 겸하고 있다. ‘섬진강 자전거길’은 임실 섬진강 생활체육공원에서 바다와 만나는 광양 배알도 수변공원까지 길이가 148㎞다. 지난 2013년 6월에 개통된 이길은 임실(13km), 순창(24.9km), 남원(23.6km), 곡성(12.2km), 구례(36.6km), 광양(37.7km) 등 섬진강변 지역을 거치는 인기가 높은 길이다. 10여 명의 동호인이 자전거를 타고 차가운 바람을 가르며 지나친다.
최근에 정비한 이 도로를 지나면 아름다운 장군목으로 들어가는 ‘석문(石門)’이 나온다. 돌로 만든 문이 아니고 큰 돌에 ‘석문’이라고 새겨져 있다. 이 곳은 옛날 ‘종호정(鐘湖亭)’이라는 정자가 있던 지역으로 섬진강 일대에서 풍류를 즐기고 호연지기를 기르던 선비의 흔적이다.
석문을 지나 등에 땀이 느껴질 즈음 장군목으로 강을 가로 지르는 현수교가 보인다.
현수교에서 두 가족이 기념사진 촬영에 한창이다. 좀전에 지나친 휴양펜션단지에서 캠핑을 했던 가족들이다.
현수교 아래 장군목의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진다. 생김새가 요강 같다고 해서 지어진 요강바위를 중심으로 물살이 빚어낸 아름다운 바위들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이 바위들은 이 일대 3㎞에 퍼져있다. 이 곳 장군목은 풍수지리상 장군목 일대에 ‘장군대좌(將軍大坐)’의 명당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요강바위는 아들을 못낳은 아낙네가 구멍을 향해 소변을 보면 아들을 얻을 수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 오는 바위. 한국전쟁 때에는 이 요강바위에 숨어 목숨을 구했다는 이야기도 전해 온다. 한 때 도난을 당했지만 주민들이 다시 찾아 놓은 사연이 많은 바위다. 깊은 그 속에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지만 물이 제법 고여 있어 포기하고 말았다.
인정샘에서 요강바위까지 여인들이 행적을 연결한 ‘순창 여인들의 길’을 지나면 2013년 12월 조성된 ‘용궐산 치유의 숲(산림 테라피 벨리)’ 현장이 나온다. 추웠던 섬진강의 겨울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듯, 숲이라고 하기엔 아쉽기만 하다.
섬진강권역 마을자원지도에 나와 있는 징검다리 터를 찾아 봤지만 확인할 수 없다. 가꿈터를 지나 입석이 있는 작은 다리를 건너면 귀미리의 풍요와 안녕을 지켜주는 영물로 알려진 거북형상의 ‘거북바위’가 길 옆에 보인다. 꼬리부분이 마을을 향하고 있어 마을의 풍수를 보완해주고 있다고 한다.
남원 양씨가 600년전부터 자리를 잡고 살아온 귀미마을을 등지고 조금 걸어 구미교를 넘으면 출발지였던 주차장이다.
마실길에서 만난 고영만(52·전주)씨는 “아직은 쌀쌀하지만 날씨가 풀리면 정말 멋진 산책길이 될 것 같다”며 “자전거 길과 걷는 길이 같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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