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규창 시인·전북문학관 사무국장
어릴적 장군목과 요강바위는 우리들의 놀이터였습니다. 어른들은 한국전쟁 때를 떠올리며 그 곳에 숨어 봉변을 피했다고 하지만 저희들에게는 숨바꼭질을 하는 재미있는 장소였죠.
하지만 요강바위는 한 때 도난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1980년 대 중반 외지인이 마을의 어느 주민과 짜고 일을 벌인 것입니다. 휴양차 왔다며 밤나무 밭에 움막을 짓고 살다가 아무도 모르게 밤에 장비를 동원해 15t이나 되는 요강바위를 훔쳐간 것입니다. 당연히 주민들과 순창 청년회의소 등 시민단체가 나서 경기도로 옮겨졌던 요강바위를 찾았죠.
하지만 장군목 제자리로 돌아오기까지 사연이 많았습니다. 남원지청으로 되돌아온 요강바위의 반환지를 놓고 남원지청, 순창군, 동계면 등이 신경전을 벌였습니다. 각 기관이 멋있는 요강바위를 자기 마당에 놓고 싶어했으니까요. 당시 유력 인사가 마을에 와서 이런 제의를 했다가 큰 봉변을 당한 일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결국 주민들이 운반비용을 십시일반으로 모아 제자리에 돌려놨습니다.
요강바위가 있는 이 곳 장군목이 유명해진 것은 영화 영향도 있습니다. ‘아름다운 시절’ 등 영화를 통해 이곳의 아름다움이 그대로 소개됐기 때문입니다.
장군목 다슬기도 요강바위 못지않게 유명합니다. 푹 삶으면 나오는 푸른 국물은 이곳 다슬기를 최고로 쳐주는 이유입니다. 어릴 땐 잡아도 잡아도 다슬기가 넘쳐났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한 가지. 구미마을엔 문인들이 많습니다. 섬진강가에서 풍류를 즐기던 선비들이 많았던 덕분인지 이 마을에 문인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한 마을에 문인협회 회원이 6명이나 됩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깨끗한 자연이 살아있는 곳, 내 고향 장군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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