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일보의 취재요청에 응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28일 오전, 전주국제영화제 홍보 관계자가 기자에게 전화로 전한 내용이다. 사무처장이 돌연 사의를 표명한 것과 관련해 조직구조부터 되짚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본보 2015년 4월 20일자)가 “추측성이고 편파적이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24일부터 기자의 메일함에 보도 자료가 들어오지 않았고 이런 상황이 반복돼 “보도자료를 일부러 안 보낸 거냐”고 물었더니 “그렇다”는 대답을 받고 나서 이어진 상황이다. 물론 처음 일은 아니다.

가까이는 사무처장 기사가 나간 뒤 고석만 집행위원장 인터뷰를 요청했더니 홍보 관계자에게 “집행위원장이 거부한 걸로 안다”는 답이 돌아왔다. 멀게는 지난해 집행위원장을 비롯한 핵심인력들의 임금 인상폭이 크다고 쓴 후(본보 2014년 4월 15일자) 프로그래머와의 면담을 요청하자 당시 홍보팀장에게 “프로그래머들은 항의의 뜻으로 인터뷰를 거절한다”는 답을 들은 바 있다. 인터뷰에 이어 보도자료까지…2년 연속 취재를 거부당한 셈이다.

또 홍보 관계자는 “전라일보 뿐 아니라 같은 방향으로 기사를 쓴 언론사에게도 보도자료를 배포하지 않기로 했다”고 언급해 다른 언론사 역시 통제에 있어 예외가 아님을 분명히 했다.
일단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전북도 한국도 아닌 ‘국제’를 무대로 하는 영화제에서, 국민의 혈세로 진행되는 공적인 행사에서 이렇게 독단적이고 유아적으로 대처하는 게 과연 옳은가.
지적이 아프고 섭섭하다 해도, 보도가 설사 잘못됐더라도 소통 자체를 안 하겠다고 선언하는 감정적이고 안일한 대응은 이해하기 어려웠다. 고 집행위원장 선임 이후 3년 간 독단적이고 폐쇄적인 구조라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것의 연장선상은 아닌지 우려스러웠다.
이런 식이라면 향후 영화제에서 취재 요청을 받을 수 있고 언론통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단체는 몇이나 될 지, 자신의 세금이 어디에 쓰이고 있고 영화제는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등 마땅히 알아야 할 내용들을 전달받지 못한 국민들의 알 권리는 누가 보장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다.

정말 기사 상에 틀린 부분이 있다면 정정보도를 요청하거나 언론중재위에 신청하는 등 보다 공식적인 통로를 활용했어야 했고, 그게 아니라면 받아들일 건 받아들이고 고치면서 자신들의 입장을 충분히 설명하는 게 상식적이었을 것이다.

제16회 영화제가 코앞이다.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풍성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면 그것을 제대로 소개하고 알리는 것 또한 영화제의 몫일 터. 모든 언론들이 사실에 근거해 취재한 내용을 전달할 수 있고, 국민들은 관련 정보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맡은 바 소임을 다해주길 바란다. 감은 눈을 뜨고 닫은 귀를 열어 진정한 국제영화제로 거듭나길 기대해본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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