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공동체를 회복하자<7> 정읍 태산교육협동조합

이병재l승인2015.05.05l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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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학교가 4곳이나 있는 정읍 산골지역 칠보면. 시군도 아닌 면 단위에서 이렇게 많은 혁신학교가 운영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이들 혁신학교와 지역 주민들이 손을 잡고 만든 ‘태산교육공동체’가 이제 ‘태산교육협동조합’으로 한 발 더 내딛었다.

“이 곳 칠보의 교육공동체는 출발이 다른 지역과 조금 다릅니다. 완주 고산의 경우 주민들이 먼저 나서서 교육공동체를 이룬 것으로 알고 있는데 칠보의 태산교육공동체는 학교가 먼저 변화한 경우입니다. 변화하는 학교에 맞추기 위해 주민들이 나선 것이라고 할 수 있죠”
‘태산교육협동조합’ 정현숙(58)이사장은 98년 귀농한 전직 국어선생님. 당시 아이가 다니던 수곡초등학교에 변원섭(57)현 칠보초등학교장이 교사로 전근 오면서 지역 교육이 변화하기 시작했다고 당시를 회고한다.
정 이사장은 당시 수곡초에 변 교장(교사)을 비롯해 농촌교육의 문제를 고민하는 여러 교사들이 근무했었고 이런 교사들의 열성적인 움직임에 몇몇 학부모들이 ‘학부모 모임’으로 화답하면서 지금의 교육공동체가 탄생하게 됐다고 설명한다.
이후 수곡초에서 근무하던 교사들이 3년 근무 기간을 마치고 인근 백암초, 칠보초 등으로 근무학교를 옮기면서 자연스레 교육공동체를 위한 기틀이 마련됐다.
백암초의 경우 전교생이 12명으로 줄어들면서 한때 폐교 위기에까지 처했다. 하지만 이순자, 하봉진 교사 등 당시 학교에 근무하던 교사들의 노력에 힘입어 정읍시내에서도 일부러 전학오는 학생들이 늘면서 위기를 극복하고 이제는 전교생이 56명에 이르고 있다.
현재 지역 교육공동체는 4월초 ‘태산교육협동조합’으로 진화했다. 주민들이 주체가 되는 지역 교육사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이라는 형태가 필요했던 것이다.
협동조합의 첫 사업은 ‘마을선생님’과 ‘소리놀’ 사업. 전북도교육청 학교혁신벨트화 사업의 하나로 학교 방과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동아리 프로그램이다. 지역에서 생활하는 주민들이 선생님이 돼서 아이들과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이다.
마을선생님은 ▲글쓰기 동아리 ▲문화역사 동아리 ▲영어연극 동아리 ▲산야초 동아리 등 4개 동아리로 구성돼 있다.
글쓰기 동아리는 지난 21일 오후 산내면 십장생마을에서 산내초 아이들을 대상으로 첫 수업을 마쳤으며 영어연극 동아리도 23일 오후 칠보초 아이들을 대상으로 칠보지역아동센터에서 수업을 진행했다.
글쓰기의 경우 정현숙 이사장이 시를 통해 아름다운 언어 습관을 키울 수 있도록 하고 보고서나 자기소개서를 쓸 수 있는 실용적 글쓰기도 지도한다. 영어연극 동아리는 아동센터에 근무하는 필리핀 선생님이 수업을 맡아 예술활동을 통해 영어를 흥미있게 공부하고 수업 목표를 지역축제 공연에 맞추어 진행한다.
문화역사 동아리는 학생 수가 적은 농촌 학교 특성을 살려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공동수업을 진행한다. 지역 문화역사현장을 찾아가 체험하는 프로그램으로 임진왜란 당시 ‘조선왕조실록’을 피난시키던 모습을 재연하는 가장행렬을 준비하고 있다. 행렬을 기획한 변원섭 교장은 “태인의 선비 손홍록과 안의가 없었더라면 실록이 화를 입을 수도 있었다”며 “당시 태산 지역에 살던 선비들의 기개와 희생정신을 가장행렬을 통해 되살려 보고 싶다”고 밝혔다.
소리놀은 노래 프로그램이다. 지역내 아이들을 학교에 관계없이 모아서 같이 노래를 배우는 동아리로 현직 교사들이 지도를 맡아 가르친다.
이 두 동아리의 공통점은 학교별 교육이 아니고 태산이라는 권역내 학교를 다니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든 교육을 진행한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지역에서 이뤄지는 정규 교육과 공동체 교육을 통해 지역 초중고에 진학하면서 지역 인재로 성장 할 수 있도록 돕는 모델을 추구한다.
“궁극적인 목표라고 한다면 주민들이 자녀를 집과 멀리 떨어진 외지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지역에서 보낼 수 있도록 좋은 교육환경을 만드는 일입니다”
‘정읍의 자랑은 교육이다’고 강조하는 정 이사장은 장기적으로 교육에 대한 투자야 말로 지역을 살리는 일이라고 믿는다.
단기적으로는 칠보초 교내에 있는 송현섭 도서관을 주민들이 같이 활용하는 도서관으로 바꾸어 놓는 일과 방과후 학생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샘터’같은 공간을 확보하는 일도 구상중이다. 특히 어르신을 위해 마련하는 공간을 지역 아이들도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복합공간으로 꾸미는 일도 도모하고 있다. 점차 늘어나는 노인과 지역의 꿈나무인 아이들이 같은 공간에서 융합적 프로그램에 함께 하는 일도 효율 뿐 아니라 지역공동체를 굳건히 하는 토대가 된다는 생각이다.
변원섭 교장은 “우리 지역은 농촌유학을 실시한 지 10년이 되어 가고 있다. 교육을 위해 칠보로 몰려온 수많은 학생들에게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태산선비문화권이 충분한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여기며 최고의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재기자·kanadasa@

▲태산선비문화권?
최치원선생이 태산군수를 역임했던 고현(칠보의 옛이름)을 중심으로 선비문화를 꽃 피운 유서 깊은 고장이다. 태산선비문화권의 중심인 칠보는 상춘곡의 배경이 될 만큼 수많은 문인들이 풍류를 읊었던 곳이기도 하며, 마을공동체를 이루어 마을구성원을 가족처럼 돌볼 목적으로 고현동향약을 만들어서 마을자치를 실천해 예로부터 충효예 교육이 충분하게 이루어져 왔던 곳이다.

<교육으로 행복을 더해가는 교육공동체>
태산선비문화권에 있는 학교는 거의 전라북도교육청 지정 혁신학교이다. 면면히 이어져온 선비정신에 따라 불길처럼 일어난 혁신학교의 힘은 교육이 이 지역의 브랜드가 충분히 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지역은 학교간 협조체제가 굳건하여 전라북도교육청 학교군사업에 이어 작은학교 협력형 어울림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지역주민과의 교육협의체인 협치인 태산교육협동조합을 설립하여 학교와 지역이 함께 아이들 행복교육에 앞장서고 있다. 아이들 교육이 학교만의 힘으로 완성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 아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전인교육을 위하여 노력하고 있지만 여러 사회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협력해야 함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있다. 우리 아이가 행복하려면 다른 아이도 함께 행복해야 우리아이도 행복해진다는 평범한 상식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태산교육협동조합은 최고의 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은 바람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지역사회가 중심이 되고 학교가 협력하는 형태로 조직?운영하게 된다. 올해 운영할 학생활동 프로그램은 산야초, 글쓰기, 문화역사, 영어연극 부문으로 지역학생들에게 동아리 형태로 다양한 교육적 경험을 제공한다.
이제 어른들은 학교에만 교육의 책임을 지우지 않고 아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공동체를 확고하게 구성하여 운영할 필요가 있다. 지금이 학교와 지역이 모두 힘을 모아 교육으로 행복을 더해가는 교육공동체 구성에 앞장설 때이다.
/변원섭 칠보초등학교 교장

<교육과 문화가 자랑스러운 칠보에서>
우리 칠보의 학교들은 부모와 아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정말 좋은 학교들입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 가고 싶은 학교’가 구호가 아니라 말 그대로 가슴에서 그렇게 느껴지는 학교입니다. 일하다가도 내 아이가 지금쯤 학교에서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하면 저절로 힘이 나고 마음이 뿌듯해지는 기분. 선생님들을 떠올리면 그냥 고마워서 미소가 떠오르고 때로 눈물이 핑 돌기까지 하는……. 우리 지역에서 학교는 그렇게 든든하고 고마운 존재입니다.
그런데 지역의 학교들이 모두 혁신학교가 되고 해를 거듭하면서, 저희는 교육이 학교와 선생님들만의 몫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고, 학교 못지 않게 가정과 지역도 교육의 중요한 주체인 만큼 모든 것을 학교에 맡기고 손을 놓고 있을 게 아니라, 아이들의 일상을 돌보고 지역의 인재로 키워내는 건 우리의 몫이니 우리 학부모나 지역민도 좀더 적극적으로 교육을 바라보고 힘을 보태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결과 올해 드디어 학교와 지역민간단체가 함께 하는 교육공동체가 만들어졌습니다.
태산교육협동조합은 지역의 학교가 힘을 잃지 않고 대를 이어 잘 뻗어나갈 수 있도록,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사랑하고 가르치는 일에 전념하실 수 있도록,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행복하게 자랄 수 있도록 받쳐주는 일을 할 것입니다. 그리고 가정과 지역이 주체적으로 교육에 참여하여 교육이 튼튼해지고 지역이 안정될 수 있도록 힘을 모을 것입니다.
/태산교육협동조합 이사장 정현숙


이병재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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