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반구대 암각화에 머물러있던 제사장과 악사, 주민 등 6인의 군상이 전주에서 다시 생명을 얻었다.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희정의 두 번째 개인전 ‘기원’은 암각화를 모티브로 20년 간 지속해 온 작가의 상상력과 기획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전시다.
그는 암각화라는 우리 문화유산을 답사와 자료를 통해 학문적으로 해석하고 이를 토대로 당시 사람들의 기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놓은 작품을 선보인다.
그가 이번 전시를 통해 보여주자고 했던 것은 ‘사랑하는 모든 것에 대한 안녕을 바라는 마음’. 6인의 군상을 금속 오브제 환생시켜 당시 바위에 새겼던 선조들의 소원을 다시 한번 되새긴다.
이를 위해 형태의 변형, 반복, 크기의 변화, 색채 변화, 오버랩, 문양과 패턴 합성 등 그의 표현 방식은 한계가 없다. 특히 그동안 단순한 컴퓨터 그래픽으로 화면을 표현하는 2D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는 3D 작품으로 변화했다. 섬유의 나염기법과 금속과의 결합은 주제를 더욱 극적으로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자신의 작품을 영상물로 제작해 보여주고 6인의 군상을 ‘은’을 이용한 상품으로 까지 발전시킨 작가의 경계없는 의식의 확장이 주목된다.
김희정은 “우리의 숨겨진 문화유산들을 재조명하고 문화 콘텐츠의 가능성을 기대하며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상기해 본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선사시대인의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생활상을 나의 작품에 담아보며 그들의 소원처럼 나 또한 모든 것이 영원히 무사하길 기대해 본다”고 말했다.
작가는 전북대 공대 IT정보공학과 강의전담교수로 전주대와 전북과학대에 출강하고 있다. 전시는 17일까지 전주교동아트스튜디오에서 열린다.
/이병재기자·kanadas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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