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오목대 일원에서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되는 유적이 발굴됐다. 1944년 ‘전주부사’에 기록된 이후 그 위치에 대한 고고학적 확인이 미비한 후백제의 궁성 및 도성의 전모를 밝히는 귀중한 단서가 될 것으로 보여 기대를 모으고 있다.
국립전주박물관(관장 유병하)이 지난 4월 28일부터 6월 20일까지 전주시 완산구 교동 산1-3 일대에서 후백제 도성벽 시굴조사를 진행 중인 가운데 최근 오목대 주변에서 성벽을 발견했다.
후백제 기와파편은 물론 인접한 자만동과 연결된 토성도 발굴돼 후백제 도성벽이 아니냐는 의견들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이번 조사대상지는 1944년 전주부사와 1992년 전영래 선생이 후백제 도성벽으로 추정한 곳으로 2014년 ‘대외관계로 본 후백제 학술세미나’에서 1948년 항공사진과 1968년 위성사진으로 동 지역에서 토축물을 확인한 바 있다.
현지조사 결과 오목대 일대 두 개 지점에서 동고산성 출토품과 동일한 기와가 포함된 토축물을 확인했고 동편의 자만동 일대(약 300평)에서도 후백제 시기의 많은 기와를 수습했다.
지난해 10월 전주시 노송동 일원에서 후백제 도성을 발굴, 후백제 도성 전체모양이 반월형이며 왕궁이 있는 핵심구역인 궁성과 그것을 감싼 내성 그리고 수도 전체를 두른 나성 개념의 외성이라는 3중 방어벽으로 이뤄졌음을 알게 된 데 이어 또 하나의 괄목할 만한 내용이라는 게 학계의 반응이다.
전주가 조선왕조의 발상지이기 앞서 후백제의 수도였다는 정체성을 명확히 갖기 위해서는 증거가 필요한데 후백제 문화의 핵심공간인 도성의 실체를 밝히지 못해 유물, 유적의 재정립 또한 실현될 수 없었고, 1960~70년대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후백제 도성 흔적 대부분이 파괴되는 등 어려움을 겪은 게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오목대 토축물은 1984년 도로확장과 최근에 설치된 진입계단으로 유구의 3분의 1이 유실돼 조사와 보존이 시급한 가운데 발 빠르게 움직이고 나름의 결과를 얻어 의미 있었다는 지적이다.
최홍선 학예연구관은 “토축물을 발견 후 전주부사와 인공위성 사진 등의 자료를 취합해 이것이 성벽임을 확인했다. 후백제를 포함하고 있는 신라시대와 고려 초기 사이 기와 및 토기들이 나와 현재 분석 중에 있다”면서 “예상외로 많이 발견된 유물들이 후백제와 연관된다면 후백제 왕조 왕궁 조사는 진일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주는 900년부터 36년간 후백제의 수도로 기능했으나 후백제 도성 흔적 대부분이 파괴됐다. 이를 찾으려는 연구자들의 논의가 이어졌지만 결정적인 자료가 제시되지 않아 도성의 범위, 궁성의 위치, 산성과의 관계 관련해 논란만 지속되고 있다.
박물관은 조선왕조의 발상지이기 앞서 후백제의 수도였던 전주의 정체성과 역사를 되찾기 위해 2014년부터 2023년까지 10년에 걸쳐 후백제 도성, 유적과 유물, 대외관계 등 후백제를 조사, 연구하는 ‘후백제 역사․문화 복원을 위한 조사․연구’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이번 시굴도 그 일환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저작권자 © 전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