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제주도를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286만명 정도다. 한국관광공사가 집계한 2014년도 한국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 수가 613만명에 달한데 이중 약 46%가 제주를 방문한 셈이다. 대단한 숫자다. 이는 우리 정부와 중국정부가 2006년 6월 합의한 ‘한국방문 완전 자유화’에 따른 관광열기를 실감하게 한다. 제주에 불어 닥친 땅 투기로부터 ‘요우커’(遊客)라 불리는 중국 관광객의 한반도 점령은 지금 남쪽으로부터 불어오고 있다.
그런데 근자에 와서 속 빈 강정처럼 숫자만 많았지 실속은 없다는 볼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저가(低價) 관광으로 인해 지갑은 열지 않고 수전노 스타일의 눈요기만 하고 떠남으로서 지역경제에 큰 보탬이 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 이유다.
지난 번 전주에서 열린 전북 현대모터스와 베이징 궈안의 AFC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취재한 모 방송에 의하면, 베이징 궈안팀을 응원하러 온 중국인들이 대구공항으로 입국하여 전주에서 머문 시간은 채 24시간이 되지 않았다는 보도다. 경기 당일 전주로 와서 잠시 경기를 지켜 본 후 숙소에서 잠시 눈만 붙인 후 쇼핑을 위해 바로 서울로 떠났다는 것이다. 물론 그들의 짧은 일정은 관광보다는 경기관람이 주목적이었겠고 그 다음의 관심사는 한국 상품에 대한 구매욕이기에 다량의 면세물품이 있는 곳으로 몰려갔을 수 있다.
그간 관광 경쟁력을 제고(提高)하여 부가가치 높은 상품을 개발하려는 의지는 지자체마다 지속적으로 이루어져 왔다. 일부지역에서는 의료관광을 접목하기도 하고 카지노나 해양관광을 비롯한 복합휴양지를 계획하는 곳도 생겨났다. 우리 예향 전북도 새만금 개발에 따라 여러 활성화 방안이 모색되었고, 환황해권 전초기지로서의 대중국공략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한 청사진이 수차례 그려져 왔다. 차마 그것이 공수표로 치부되었다 치더라도.
관광정책이라는 것이 대상국가의 경제력이나 그 국민의 의식수준과도 무관하지 않는 것이어서 전략수립과 시행에 매우 복잡 미묘한 변수가 따르기 마련이다. 일찍이 한류바람을 타고 입국하던 일본인이 남이섬으로 가기 바빴는데, 이제는 경제적 여유로 불기 시작한 중국발 요우커들의 관심대상을 새로 읽을 시기가 되었다는 이야기다. 기존의 미주 구라파 관광객에 대한 보편적 정책을 유지하면서 말이다. 서풍의 방향이 언제 바뀔지 모르는 현상에서도 말이다.
지역마다 대동소이하겠거니와 외국인 유치의 가장 중요한 덕목인 ‘매력적 가치재’를 창출하는 일이 급선무가 되었다. 거론컨대 그 첫째가 인지도일 것이다. 그런데 그 인지도라는 것이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와 다름없어 문제다.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도 아니고 여차 저차한 정책개발과 하드웨어 구축, 그리고 실행의 메소드를 철저히 축적해야만 인지도도 생기는 것이고, 이에 따른 브랜드 가치가 성립되기 때문 아닌가.
이미 인간의 소비욕구를 충족하는 쇼핑에 따른 상품개발은 물론이거니와, 자연환경을 기저로 한 인프라 구축, 체류와 체험에 걸 맞는 독특한 콘텐츠 개발은 이미 공식화된 수순으로 굳어져 있다. 우리 고장을 예로 든다면 단편적 콘텐츠(역사 유물을 비롯한)는 산재해 있으나 이것들을 스토리로 엮어줄 테마를 개발할 것으로 기대하며, 추후 새만금 개발에 있어서 특정한 테마파크의 조성 또한 필수적으로 포함시킬 것으로 내다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요소는 바로 문예콘텐츠의 개발 육성이라 하겠다. 물론 오는 이마다 감상의 가치를 따로 갖겠지만 자금성을 보던 눈으로 풍남문을 보고, 만리장성을 걷던 발로 모양성을 걸으면서 어떤 유형유산의 차별가치를 획득해 갈 것인가 염두에 두고자 한다. 즉 이제는 무형유산의 공략으로 그 어떤 형태나 스케일을 떠나 그들의 감성과 감흥을 인양해 내는 ‘감성관광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기에 얼마 전부터 시행해 왔던 전북도 브랜드공연과 같은 문화예술적 유산 재현에 눈을 떠야 할 때다. 물론 그 제공물의 재료(소재), 공간(장소), 제작여건(스케일), 운영 실태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해 보인다. 인상서호, 인상유삼저 같은 대형공연으로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그들의 스케일만 부러워 할 일이 아니라, 우리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창출형태를 내수용이 아닌 국제적 감각, 기호, 부호로 재생산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그동안 그만큼 실험해 보았으면 퍽 오랫동안 해 본 결과다. 그러니 이제 코앞에 닥친 무주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의 문화대회로의 승화를 위해서라도, 대범하게 문화정책의 울타리를 개방하고 더 많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편견없이 받아들이고자 하는 문화당국의 혜안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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