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면으로 부딪혀 찌그러진 차. 심장이 찌릿하고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교통사고 현장은 무수히 덧댄 선들과 과하다 싶을 정도로 화려한 색감으로 딴판이 됐다. 사고의 심각성을 보여주듯 서로에게 파고 든 두 대의 차가 입맞춤하는 연인들로 거듭난 것.

정소라가 숨 갤러리(관장 정소영) 기획초대전 플랫폼으로 5월 25일부터 6월 13일까지 다섯 번째 개인전 ‘Black Drawing(black humor+drawing)’를 열고 있다. 작품은 운전을 하다보면 겪게 되는 교통사고와 이 잔혹하기까지 한 상황을 긍정적으로 극복코자 떠올린 팀 버튼 감독의 블랙코미디에서 착안했다.

계속되는 불편함을 화려한 색으로 표현, 기분 좋은 환각을 전하면서도 틈틈이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블랙코미디의 공식은 그의 작업방향과 맞아떨어졌고 어려움을 펀(Fun)한 분위기로 구현하기에 이른다.

가볍게 느껴질 수 있는 원색과 형광색을 쓰고 던져 놓는 듯한 드로잉으로 사고 현장을 그려 이른바 ‘유머 있는 반전’을 만든 것이다. 속이 터진 만두처럼 보이던 바람 빠진 바퀴가 어느 순간 사랑하는 남자를 잃은 여인의 모습으로 바뀐 데서도 알 수 있다.

작가의 눈으로 보는 세상, 그 기발함과 유쾌함이야말로 참혹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가 가져야 할 자세는 아닐까. 원광대 서양화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 후 전북대 대학원 미술학과 박사 과정에 재학 중이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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