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한옥마을이 한 해 평균 700만 명이 방문하는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함에 따라 도내에는 상설공연들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기 시작했다. 지역적인 것들을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해 재미와 완성도를 갖춰야 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을 시 지역 홍보물로 전락할 수 있는데, 5월 29일 한국전통문화전당 무대에 오른 전주시립극단의 ‘사랑이 필요해’도 예외는 아니었다.

전주표 상설공연물이라는 취지에 맞게 전주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를 등장시켰으나 과했고, 핵심요소인 음악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극의 흐름을 방해했다는 지적이다.

물론 전주의 자원들을 활용한 건 괄목할 만한 부분이다. 덕진공원이 과거 단오물맞이를 통해 많은 이들의 몸과 마음을 치유했고 현재에는 여러 추억을 만드는 곳임을 강조하려는 노력이 곳곳에 배어있었다.

더불어 새로운 시도였다. 새로운 상임연출 부임 후 번안극을 주로 선보이던 극단이 지방색을 덧댄 뮤지컬 형식의 창작극을 마련, 변화에의 의지를 드러낸 건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반면 지나치게 많은 요소들이 존재하는데다가 어우러지지 못해 완성도와 집중도 모두 흔들렸다. 특히 전주 콘텐츠가 넘쳐났다. 주요소재인 덕진공원 그리고 그 안에 자리한 수질오염과 연꽃, 창포까지는 그렇다 쳐도 부채, 조경단, 건지산, 오송제습지까지 이야기를 확장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공간들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답했으나 장소에 대한 설명이 단편적이고 은유적인 데 그쳐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진 못했다. 덕진연못 내 민물고기들의 영역다툼도 전개상 불필요했다는 의견이 많았다.

노래와 춤이 포함된 연극, 사실상 뮤지컬인 만큼 장르도 다채로웠는데 뮤지컬의 기본이자 핵심인 음악이 제 구실을 하지 못했다. 감정이나 상황을 증폭시키면서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자연스레 드나들어야 하지만, 여백을 메우는데 그쳤고 그마저도 약하거나 어울리지 않아 맥을 끊었다. 오히려 음악이 없는 게 나았겠다는 목소리가 높은 건 이 때문.

내용 또한 사랑과 환경, 과거와 현재 등 많은 것을 담으려 한 흔적이 역력했다. 수질오염이 사실이라고는 하나 시민이나 관광객들의 흥미를 끌어내기에는 적절치 않았으며 설화에 근거, 천 년에 한 번 물이 범람해 모든 것이 깨끗해진다고 설정한 건 시대성과 개연성에 맞지 않았다.

관객의 호흡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과거와 현재를 오가 혼란을 야기하기도 했다. 영상과 조명은 잦은 활용빈도로 그 부족함을 실히 보여줬다. 세련되지 못하고 전문적인 기량을 찾아보기 어려워서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다 완성도가 떨어진 작품이 상설화될 수 있을 지 의문이 앞서는 가운데 향후 일정을 위해서라도 수정, 보완이 시급해 보인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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