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밑거름'주니 성숙한 시민으로 '쑥쑥'

<9>문화공간 싹 이병재 기자l승인2015.06.02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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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공동체 <9> 문화공간 싹

다니는 학교도 다르다. 또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각기 다른 동아리지만 비슷한 동아리 활동을 한다. 학교가 아니라 동네를 무대로 일을 꾸민다. 청소년들과 재미있는 문화예술교육을 고민하던 문화공간 싹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싹은 더 넓은 세상으로 나오기 위한 준비를 갖추었다. 청소년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싹의 변화를 찾아봤다.

“싹을 통해 동아리활동을 하는 아이들이 한결 같이 하는 말이 있어요. ‘자기들을 믿어줬다’고. 아이들은 ‘우리 나이가 어린데 이런 것 해도 돼요? 이런 것 말해도 돼요? 하면서 좋아했습니다.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지역문화예술 교육을 시작하는 핵심입니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내발적인 동아리 활동을 이어 가는 토대를 제공한 문화공간 싹의 채성태 대표는 이러한 믿음과 함께 책임의 무게에 대한 공감대를 만드는 과정이 곧 아이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이 됐다고 말한다.
내 믿음에 따라 행동하고 말하지만 결국 타인과의 관계에서는 또 다른 믿음이 있는 상대에 대한 예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균형을 맞추어 간다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이 쌓여 이제 약 200명의 아이들이 4개의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 가운데 ‘헤르메스’는 지역문화 연구동아리로 현재 5기까지 배출된 동아리. 전주지역 남녀 고등학교 연합 동아리로 싹을 통해 활동했던 아이들이 스스로 자생력을 갖추어 간 독특한 동아리다. 이제는 선배들이 후배 회원을 모으기 위해 학교별로 홍보도 하고 추천도 한다. 그렇다고 아무나 회원으로 가입 시킨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스스로 심사위원이 돼서 신입 회원에 대한 엄격한 면접을 본다. 경쟁률이 5대 1까지 높아진 적도 있다.
동아리 활동을 지역의 생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지역의 노래 만들어 부르기가 대표적인 예다. 지역의 역사를 알기 위해 어르신들의 생활사를 인터뷰를 통해 조사하고 이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모아 가사를 만들고 곡을 붙여 노래를 완성하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우기 힘든 지역의 이야기를 동아리 활동을 통해 얻고 이를 바탕으로 스스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더 나아가 지역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대한 고민도 같이 안고 간다. 지역 활동 과정에서 얻은 많은 정보와 이야기는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토론을 거쳐 민주 시민의 기본인 선거에까지 이어진다.
“지역의 문제점을 찾고 해결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동아리 아이들의 일입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민주주의에 필수적인 선거의 중요성을 알게 됩니다. 우리 지역이 안고 있는 상당수의 문제는 선거라는 행위를 통해 뽑힌 사람들에 의해 해결될 수도, 아니면 방치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이지요”
아이들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성숙한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간다는 채 대표는 아이들 스스로 기획력을 갖게 된다는 점도 동아리 활동의 장점이라며 빼놓지 않고 강조한다,
동아리의 모든 일들은 아이들이 조사 등을 통해 스스로 1차 기획을 하기때문에 자기 삶을 계획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계획을 하다보면 어디서 어떻게 자신의 뜻을 펼쳐야 할지를 알게 되고 지역은 물론 더 넓은 세상에 대해 나아가는 단계를 알게 된다는 것이다.
이렇듯 지역 아이들에게 학교 밖 교육을 펼쳐주던 싹이 이제 공간적 변화를 꾀하고 있다.
400여 평의 진북터널 옆 허브아일랜드 인근 지역은 싹과 뜻을 같이하는 지역 주민 김선윤씨와 채 대표의 공동작품. 아지트라 명명되는 건물 공간과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지하터널, 코 앞의 전주천, 그리고 어은골 자락의 숲은 공간 부족을 아쉬워하던 아이들에게 새로운 도전과 희망을 던져주고 있다.
공간 프로젝트를 취재한 최다혜(중 3)학생의 이야기에서 그 희망을 짐작해 본다.
“우리가 꿈꾸던 아지트가 현재 지어지고 있는 중이다. 우리의 계획, 많은 사람의 노력과 시간, 무수히 많은 땀방울이 모여, 정성 들여 만들어지고 있는 우리들의 아지트! 즐거웠던 추억들, 감정들을 교류할 수 있는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곳이라는 사실이 더욱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자유롭게 우리 ‘청소년’ 들의 톡톡 튀는 생각도 나누고, 그러다가 쉬어도 되고, 때론 투닥투닥 실수해도 가뿐히 일어날 수 있는 곳! 서로를 통해 ‘나’를 보게 되고, 우리를 통해 ‘세상’을 알 수 있는 일종의 다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이제 우리의 또 다른 친구가 되어주어 앞으로의 시간을 함께할 아지트! 우직한 아지트와 함께 나날이 ‘반짝반짝’ 빛나게 성장해져 갈 우리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이병재기자·kanadasa@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며

▲ 채성태 대표

‘문화공간 싹’을 아는 사람들끼리는 이곳을 일명 ‘지하세계’라 부른다. 
지역사회에서 ‘생활 속 문화예술’을 고민하며 2005년 ‘싹’을 만들었을 때도 지하였고, 지역민 삶의 현장으로 더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2010년 장소를 옮겨 현재까지 문을 열고 있는 공간도 지하에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하고 보니 지하를 좋아해서 지하공간을 선택한 것처럼 보이나 그런 것은 아니다.
지역 현장을 살피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지역민 삶에서 문화 인식이 필요했고, 누구나 평등하게 문화적 삶을 누리며 사는 것은 중요하다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역적 여건상 그것이 허락되지 않은 지역도 있었다. 그렇다 하여 지역의 현실을 불균형적 사회문제로만 치부하며 넋 놓고 바라보기에는 문화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지역민에게 미안하고 부끄러웠으며, 문화쇠퇴를 방조하는 것은 아니겠느냐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지하공간이라도 활용하여 사람들에게 문화향유권을 찾고 누릴 기회를 만들고자 한 것이다. 
누구는 ‘싹’을 아끼는 말로 행정의 도움과 지원을 요청해 지상으로 나오라고 권유하는 이도 있다. 과연 그것이 바른길일까도 생각해보았다. 그러다 보면 정책적, 정치적, 지원의 노예가 되어 지역을 바라보는 눈이 멀지는 않을까도 생각되었고, 지역 현장과 밀착되게 나아가려는 방향의 길을 잃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싹’이 할 수 있는 가능한 만큼 조금씩 나아가는 것이 자연스럽고 지속할 수 있을 거라 여기며, 그동안의 녹록치 않던 하루하루가 모여 오늘로 이어지고 있다. 
공간을 옮기고 5년이 된 지금, ‘지하세계’가 요즘 들어 분주해졌다. 이제 ‘지상세계’로 연계하는 일을 꾸미고 있어서이다. 어떤 이는 그 소식을 듣고 돈을 많이 벌었느냐? 고 묻지만, 그것은 아니다. 알다시피 문화판에서 돈 벌기가 싶단 말인가! 하하하~ 그렇다고 현재의 ‘지하세계’가 싫은 것은 아니다. ‘지하세계’에 오래 있어 그런지 이곳이 익숙하고 정이 가서 좋다. 또 지역적 특성상 이 공간에서 풀어가야 할 것들이 아직 남아 있어 떠날 생각은 전혀 없다. 다만 ‘지상세계’에서 펼쳐야 할 것들이 눈에 보였고, 사람들과의 관계가 확대되면서 자연스럽게 ‘지상세계’로의 확장일 뿐이다.
눅눅하고 쾨쾨한 지하 문화공간 싹을 찾는 사람들이 몇 해 전부터 늘어나고 있다. 마을주민에서 시민으로, 아동에서 청소년, 어른들로... 그중 아이들의 만남과 성장 과정에서 그들의 입소문으로 ‘지하세계’를 찾는 이가 많아졌다. 또 ‘지하세계’가 장소로 좁아 지역 현장의 유휴공간을 찾아 활용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서 공간 확장은 필요했다. 그러다 보니 그동안 알고 지지해주던 지인과 뜻을 함께할 기회가 생겨 ‘지상세계’로의 확장이 가능해진 것이다.
앞날을 생각하며 ‘지상세계’에서 문화공간을 어떻게 열어야 할지를 고민해 본다. 타 시설이나 문화공간처럼 갖출 것 다 갖추며 시작할 여건도 아니지만, 그렇게는 하고 싶지 않다. 문화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즉, 사람의 필요로 만들어질 때 오래가고 지속한다는 것을 ‘지하세계’에서 배웠기 때문이다. 그곳의 필요에 의해 새로운 문화를 찾고 만들어 낼 것이기에 공간을 채우고 시작하기보다는 공간을 비우고 채워가는 방향을 선택해야 할 것 같다.
‘싹’을 이용하고 아끼는 사람들은 현재 모여, 함께 땀방울을 흘리며 ‘지상세계’의 공간을 만들고 꾸며가는 중이다. 그 앞길이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그들이 그 공간을 주인으로 여기고 꾸려간다면 조금씩 문화공간으로 성장하는 길도 보일 것이다.         
땅속 씨앗이 싹을 틔워 세상 밖으로 나오는 일이 얼마나 힘듦을 이해할 것 같다. 공사가 이제 시작되어 그런지 팔다리 어디 안 아픈 곳이 없다. 공간의 모양새가 갖추어질 때쯤 익숙해져 나아지려나. 
/채성태<문화공간 싹 대표>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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