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자 베른하르트 A.는 자신의 저서 ‘권력과 책임’에서 인간의 권력욕에 대해 이렇게 언급했다.
 
“인류역사는 확실히 권력과 폭력, 전쟁과 범죄의 역사다. 역사의 어느 시대를 들춰보아도 다른 사람을 지배하려는 인간의 욕구를 확인할 수 있다. 그것은 자신의 땅을 지키거나, 확장하기 위한 것이거나, 또는 이데올로기나 종교에 대한 광신에 빠져서 전지전능한 신의 이름이나 십자가를 앞세우고 유대인, 마녀, 이단자 심지어는 한 민족과 문화 전체를 말살하려는 시도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쯤 되면 권력욕은 인간 기본 욕구의 하나로 재물욕이나 색욕 등 다른 욕구에 결코 뒤지지 않는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또 심리학자 A. 아들러의 권력의지 역시 강력한 인간의 권력욕에 대한 이론이다. 아들러는 인간 행동 동기부여의 원천은 권력의지라고 확언했다. 권력의지란 일종의 우월에의 충동으로 이것이 발전하면 자아실현을 통한 완성으로의 충동 그리고 더 나아가면 사회감정으로까지 승화한다고 보았다.
 
아들러는 권력의지라는 말을 니체로부터 빌려오기는 했지만 다른 의미로 쓴다. 즉 유능성을 추구하는 노력이라는 층위다. 아들러는 따라서 권력의지에는 무겁고 고된 책임과 의무가 뒤따른다고 했다. 그러니까 단순히 특권이나 이익, 향락을 목적으로 하는 권력욕과 권력의지를 구분한 것이다.
 
어쨌거나 권력욕은 인간을 움직이게 하는 중요한 추동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최근 어지러운 정국에서 손학규 전 새정치연합 상임고문의 은거지가 붐비고 있다고 한다. 전남 강진의 토담집에는 연일 각계 인사가 북적이는 데 대개 정계에 복귀해 혼란스런 정치판을 수습해달라는 주문을 한다고 들린다. 이에 대해 손 전고문은 “가끔 곰팡이처럼 피어나는 정치욕심을 산 생활로 닦아내고 또 닦아낸다”며 은퇴를 번복할 뜻이 없음을 비쳤다.
 
흔히 우리는 권력을 악으로 치부한다. 하지만 정치는 마치 공기와 같아서 정치 권력을 떠나 인간은 살 수 없다. 필요악인 셈이다. 관건은 앞서 아들러 지적대로 저차원의 권력욕보다는 자아실현과 사회에의 헌신으로 가는 권력의지를 갖는 사람이 많으면 된다. 손 전고문의 발언만을 놓고 보면 그는 치졸한 권력욕의 화신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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