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가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으로 고사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지자체와 함께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수도권과 지방의 상생방안 마련을 촉구하는 한편, 수도권 규제완화가 전북지역에 미치는 영향분석과 대응전략 수립, 균형발전정책 개발 등에 나선 상태지만 뒤늦은 감이 없지 않은 실정이다.
7일 도에 따르면 전국 비수도권 14개 광역단체장과 국회의원 28명으로 구성된 지역균형발전협의체는 지난 4월 정식 안건으로 ‘천만인 서명운동’을 채택한 뒤 논의를 거쳐 최종 의결했다.
이는 정부가 최근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수도권 규제완화 정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는 위기감이 컸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집중돼 있는 수도권에 사실상 더 많은 이익을 안겨주기 위한 수도권규제 완화정책이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불균형을 심화시킬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에도 이날 협의체 단체장 등이 적극 공감했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도는 현재 도청사 인근 대형 LED 전광판에 ‘수도권 규제완화 반대’라는 문구로 규제완화에 대응하는 분위기를 만들어나가고 있다. 이달 말까지 전주시 25만2000명, 군산시 10만7000명, 익산시 11만7000명 등 14개 시·군에서 72만2000명을 목표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는 도는, 충북에 이어 전국에서 2번째로 서명운동에 나서면서 추진동력을 하나로 모으고 있다.

◇한서린 ‘변방’의 목소리..전주시가 앞장
전주시는 지난 4월 21일 도에서 연 시·군 관계관 회의 참석이후 이틀 뒤인 23일 곧바로 서명운동에 불을 댕겼다.

시는 전주역과 전주버스터미널, 풍패지관(객사), 경기전 등 시민들은 물론, 관광객의 왕래가 잦은 위치를 선정해 서명운동을 펼치고 있다.

시는 도의 목표에 근접한 전주시민의 40% 이상(26만여명)에게 서명을 받기로 하고 각계의 주요 인사와 기관 대표 등을 시작으로 서명운동을 확산시키고 있다.

시는 관내 33개 주민센터 민원실에 서명운동 창구를 개설, 서명운동의 필요성과 수도권 규제 완화에 따른 지역 피해사례 등에 대해서도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또 전주역과 시외버스터미널, 객사, 경기전 등에서도 거리서명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특히 전주국제영화제를 비롯해 조만간 열리는 전주한지문화축제,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 전주단오제 등 지역에서 열리는 주요 축제현장에 서명운동 부스를 설치하고 중·고등학교 교직원과 학생, 학부모들도 서명운동에 동참할 수 있도록 전주교육지원청에 협조도 요청했다.

◇정부의 ‘수도권 규제완화 선물세트’..기업유치 ‘빨간불’
그러나 정부는 이 같은 비수도권의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6일 국토교통부가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3차 규제개혁 장관회의를 통해 ‘녹색 성역’으로 불리며 까다롭게 관리하던 그린벨트 내 주민 불편을 해소한다는 빌미로 입지규제와 해제 절차를 대폭 완화하는 규제 개선계획을 발표했다.

도내는 물론,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지난 1971년 지정 이후 정부 주도로 운영해오던 그린벨트의 관리에 융통성을 부여해 종전보다 해제를 쉽게 하고 입지·건축 규제도 대폭 풀어주는 ‘수도권 규제완화 선물세트’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는 그동안 그린벨트 지역 내에서 제기됐던 주민 민원을 수용해 입지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내용도 담겨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30만㎡ 이하의 개발사업을 할 때 국토부가 보유한 그린벨트 해제 권한을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해 국토부의 별도 해제 절차 없이도 지자체가 해제와 개발계획 수립을 한꺼번에 가능하도록 했다.

지금까지는 국토교통부 장관이 그린벨트를 해제한 후 시·도지사가 개발계획을 승인할 수 있었지만 앞으로는 지자체가 해제와 개발계획 승인을 동시에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계획 수립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기간이 2년에서 1년으로 단축된다.
국토부는 이를 통해 향후 매년 3∼4개 사업지구의 착공이 앞당겨져 지역 투자가 조기에 활성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그린벨트 해제총량(532㎢) 중 남은 물량(233.5㎢)에 대해서만 해제 권한을 부여하고 수도권은 42%(97.9㎢)인 반면, 지방은 58%(135.7㎢)가 남아 있다며 ‘비수도권’의 확대해석에 선을 긋고 있다.

그러나 그린벨트 해제총량 중 남은 물량이 비수도권이 많다고 하더라도 단순 비교에 불과할 뿐, 상대적으로 수도권(서울·인천·경기)에 해제 간소화 혜택이 더 돌아갈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으면서 당장 기업유치 등에 ‘빨간불’이 켜진 도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전북도 관계자는 “수도권 규제완화에 대응하기 위한 서명운동에서 우리 지역이 집계결과 전국 최고로 높은 사실이 바로 작금의 지역민심 아니겠느냐”며 “공장 증축 등이 허용되면서 수도권에 집중 투자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만들어졌기 때문에 우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용역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뒤늦은 관련용역..“아직도 정신 못 차렸다” 도민원성
지난달 7일 전남발전연구원은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전남지역 영향력 분석 및 대응방안 - 추가논의 4개 과제 중심으로 -’ 제목의 정책연구보고서를 통해 “정부에서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완화와 관련, 현재 추가논의 중인 4개 과제에 대한 전남지역 생산유발효과가 최대 2조원 가량 감소할 것”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취업유발효과도 최대 1만2000명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박근혜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1~7차) 456개 과제 중 139개 과제가 수도권 규제완화와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수도권 유턴기업에 대한 재정지원 허용 △항만 및 공항 배후지 개발제한 완화 △자연보전권역 내 공장 신·증설을 위한 입지규제 완화 △경제자유구역 내 국내기업 공장총량제 적용 배제 등 수도권 규제완화 주요 4대 과제를 중심으로 전남 지역 영향력을 분석했다.

하지만 전북도는 지난 4월에서야 전북발전연구원에 ‘수도권 규제완화에 따른 전라북도 대응방향 모색’이라는 연구용역을 맡긴 상태다. 우리 지역에 미치는 영향 등의 치밀하고 정확한 분석을 바탕으로 특화된 균형발전정책 및 사업 발굴과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지만, 매번 뒷북만 치는 지역정서가 어김없이 민선 6기 도정에서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김동근 전북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부원장)는 “우리나라 헌법에는 국가가 균형있는 국토개발과 이용을 위한 계획 수립과 지역간 균형발전이 국가의 의무로 명시돼 있다”며 “지역의 경쟁력이 국가 경쟁력의 기반임을 인식하고 수도권 과밀 해소를 비롯해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상생 발전을 위한 지역균형발전정책을 적극 추진해야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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