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초 딸기가 모든 열매를 다 맺고 나면 잔가지만 남는다. 11월이 되면 다시 열매를 맺고 꽃을 피울 수 있지만, 농부들은 이 딸기묘를 사용하지 않는다.
품질 좋은 딸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건강한 새 육묘가 필요하다. 전북지역 딸기 재배면적은 해마다 늘고 있는 반면, 우량한 딸기묘 확보가 해마다 부족한 실정이다.
그런데 해마다 농사에 사용할 딸기묘는 물론, 추가로 판매할 건강한 우량묘까지 자가 생산하는 농장이 있어 딸기 농가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귀농 6년차 주인공

주인공은 김제 참살이 영농조합법인의 최형식 대표(53)다.
그런데 최 대표는 베테랑 농부도 아니고, 참살이 농장이 있는 김제시 백구면은 딸기농가가 많은 곳도 아니다.
전주에서 여러가지 사업을 시도하던 최 대표는 지난 2008년경 부인 손정애(49)씨와 고향 김제 백구로 귀농했다.
귀농 초기 다행히 부모님의 엽채류 밭 1,000평(3,300㎡)을 얻어 딸기 '설향'(국산)을 3년간 토지경작했다.
딸기 원예작물이 순환이 빠른 탓에 원하는 수익은 얻었지만, 농사가 보통 힘든게 아니었다.
그러나 도시에서 다년간 사업을 꾸려봤던 최 대표는 딸기의 수확을 늘리는 길이 다양하게 열려 있고, 본인이 기술만 습득한다면 노력대비 몇 배의 수확을 올릴 수 있음을 직감했다.
이에 최 대표는 김제농업마이스터대학 1기, 2기 3년을 공부하며 주야로 농사 방법을 배웠다.
몸은 더욱 힘들었지만, 기술에 대한 성과 향상은 뚜렷했고, 결국 최 대표는 귀농 4년만에 딸기 시설 2,000평, 육묘 500평, 토마토 시설 1,000평의 농사를 짓는, 시골에 성공적으로 정착한 농부가 됐다.

◆저면관수

최 대표가 생산하는 딸기 육묘와 어미모 모두는 저면관수법으로 키워진다.
전북도농업기술원은 저면관수를 활용한 우량 딸기묘 재배 시범 사업 2014년도 사업대상자로 최 대표를 선정했다.
저면관수란 토양 내 공급관에서 수분 및 양액을 공급하는 방법이어서, 딸기묘 뿌리의 활착이 빠르고 조기 수확 및 수량 증대까지 얻을 수 있다.
또 스프링클러로 관수할 경우 낙수에 의해 병원균이 식물체에 튀면서 탄저병 등이 발생하는데, 저면관수는 이러한 위험성까지 사전에 차단하며 건전묘를 생산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물을 주는 노동력도 줄이면서 물을 골고루 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고설재배에서는 양액으로 PH 조절이 가능하고, 토질 분석 및 시비 처방이 쉬워 당도 및 경도 강화는 물론 딸기묘의 둘레가 크고 건강하게 자란다.

◆15개월 농사

저면관수로 인해 딸기묘 둘레는 물론, 잔가지까지 커지면서 최 대표는 딸기묘 1개당 16개 정도의 새로운 딸기육묘를 생산해 낸다.
딸기 가지가 자라면 중간 포트에 삽묘해 뿌리를 활착시키고, 다시 이어진 가지가 자랄때까지 또 다른 가지를 삽묘하는 식으로 육묘를 얻어 낸다.
저면관수 및 중간 삽묘식 육묘 생산에다 6월 초 생산을 마친 어미묘에서 분리한 자묘받기까지 최 대표가 생산하는 딸기 육묘는 매년 11만주다.
9월 딸기 육묘를 정식하고, 11월 초부터 딸기를 얻어내기 시작해 다음해 6월 초까지 딸기를 생산하면 1년 농사가 끝나지만, 최 대표는 삽묘와 함께 6월부터 자묘를 육묘로 다시 키워 또 다른 소득을 만들어낸다. 때문에 최 대표는 여름 3개월 농사까지 15개월 농사를 짓는다고 말한다,
저면관수로 인해 병충해가 없고 우량한 육묘를 얻어내면서 한주당 일반묘보다 100~200원 정도 더 소득을 올리는데, 이 마저도 없어서 못파는게 최 대표네 육묘다,
이를 통해 최 대표는 연간 5,500만원의 추가 수확을 얻는다. 육묘를 확보한 농가들도 경도 및 상품성, 등급이 좋아 딸기 생산성이 향상되고 소득 증대로 이어지니 최 대표의 육묘를 인정한다. 김정곤 도농업기술원장이 추천할 정도로 참살이 육묘는 잘 키웠다.

◆1등 농사를 짓고 싶은 농부

최 대표는 기술 습득에 대한 집념 및 노력으로 귀농 5년만인 지난 시즌부터 평년작 농사를 지었다.
1,000평당 경비 제외하고 5~6,000만원의 소득이 평년작인데, 부부가 얻는 1억5천만원 이상의 수확은 주변 농가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그런데도 최 대표는 1,000평당 연간 1억원의 수익을 올리는 1등 농사를 짓고 싶어 한다.
최 대표는 "건강한 육묘 이식과 관리가 적정하게 이뤄졌지만, 소소한 병충해와 약간의 상토관리 불량으로 지난 시즌 수확량이 떨어졌다"고 푸념한다.
이어 "1등 농사와 보통 농사는 몇가지 농법을 알고, 모르고의 차이"라며 "농부가 2배 정도의 수확 차이를 보이는 것도 기술의 차이"라고 기술농업을 강조한다.
병해충 등에 대한 대처능력 하나로도 몇배의 수확차이를 내기도 하기 때문인데, 최 대표는 지금도 '아는 만큼 보인다'는 자세로 농업을 배운다.
그러나 김제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최 대표는 이미 농사 6년만에 농업인들이 부러워하는 상위 10%의 상등농사를 짓는 농사꾼이 됐다.
이를 증명하듯 11월부터 6월초까지 생산되는 최 대표네 딸기는 대전 Y농산이 전량 수매해 백화점 등에 납품한다.
Y농산은 백구 9개 딸기농가 생산품 전량을 수거하는데, 이 중 최 대표네 딸기는 물론, 최 대표가 생산한 육묘로 농사지은 최 대표 여동생네와 누나네 딸기는 당도와 경도(저장성)가 좋아 소위 '없어서 못 팔 물건'이 됐다. 포도로 유명한 백구 마을농가들이 최 대표 때문에 딸기농사로 전환할 정도다.
그런데도 최 대표의 욕심은 멈추지 않는다.
최 대표는 "이제야 조금 농사를 알게 됐다. 6~7월과 10월경까지 지하수 등으로 시설내 온도를 낮춘다면 저온성 상품인 딸기의 수확 시기를 3개월간 늘릴 수 있고, 경쟁자가 거의 없는 10월경에 생산된 딸기를 판매해 매출을 올린다면 1등 농사는 달성될 것"이라고 기술적 가능성을 강조한다.
최 대표의 학구열과 노력은 참 남다르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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