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디, 복분자, 블루베리 등 제철 농산물 소비 급냉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한파가 전북 농촌지역까지 강타하고 있다.
농산물 소비침체, 농어촌 관광 및 체험행사 취소 등 메르스 여파가 전북 농촌지역 전반에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농산물 소비침체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해 세월호 사태에 따른 소비부진 속에 농산물 작황 호조까지 겹치면서 농산물 가격 폭락으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던 전북지역 농가들은 이번 메르스 사태에 따른 소비부진이 최근 간신히 살아날 기미를 보이던 농산물 가격 및 농촌경제에 또 다시 찬물을 끼얹는 것은 아닌지 걱정하고 있다.
12일 전북 순창 매실·복분자 생산 A농가는 "최근 순창에서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하면서 30km 떨어진 여기도 6월 주말 농장체험 방문 예약 5건 모두가 취소됐다"며 "인근 지역 체험농장 대부분이 마찬가지 현상을 겪고 있다"고 푸념했다.
이어 A농가는 "순창에서 격리 마을이 생기자 택배 박스에 병원균이 묻어 전염될 수도 있다는 괴소문에 기존 온라인 고객들까지도 수확기 오디·복분자 주문을 취소시키고 있다"며 "가뜩이나 수입과일에 치여 국내산 과일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데, 소비자들이 오디·복분자·블루베리·매실 등 과일 자체를 먹지 않으려 하는 등 더욱 큰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고창 아로니아 생산 B농가도 "고창 대형축제 취소는 물론, 우리 농장의 정기적인 소규모 친목 모임 등까지 대부분 취소 상태에 들어갔다"며 "이제는 지역 농민들이 '소비부진이 아닌 메르스때문에 죽겠다'고 아우성"이라고 말했다.
이어 "농가들은 제발 6월 안에 메르스가 종식되기를 기대하면서, 7월 초부터 잡힌 각종 예약 및 행사는 강행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며 "사람들이 면역력을 높이는데 인삼 뿐만이 아니라 현재 수확중인 마늘·양파·오디·블루베리·복분자·매실 등도 충분히 효능이 있음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농민들은 빠른 메르스 종식과 함께 정부 및 지자체에서 정확한 농가 피해에 대한 규모 파악 및 지원 대책을 마련해 줄 것을 촉구했다.
A농가는 "도내 다수 학교가 장기간 휴업하는 등으로 인해 농산물의 학교급식 납품 등이 중단되면서 제철 농산물의 가격 하락세가 시작되고 있고, 지역 하나로마트의 농산물 코너가 썰렁할 정도로 농가 매출이 얼어붙고 있다"며 "그런데도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책에 입원환자·격리자 등 직접 피해자, 관광숙박여행업, 병원,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지원 대책만 있을 뿐, 농업농촌에 대한 언급이 없어 농민들이 불안해 하고 있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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