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창 풀빛농장 박창주 대표

수제소시지 틈새공략 성공

전북 순창군 북흥면의 풀빛농장 박창주 대표(40)는 귀농 후 돼지를 키웠는데, 돈분 등 역겨운 냄새를 맡지 못하는 바람에 친환경 발효사료를 직접 만들어 먹였다.
또 냄새도 싫지만, 모돈 관리도 어려워 돼지도 60일령 자돈을 구입해 사육했다. 수지타산이 안�� 농사였지만, 박 대표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친환경 돼지를 키운 이유는 축산농가가 가공산업까지 겸해 고소득을 올리는 게 목표였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60일령 돼지를 3개월 사육한 후, 도축을 인근 남원에 맡기고, 후지(뒷다리), 등심, 삼겹 등만을 재료로 사용한다./

 
 
▲ 소시지를 만들고 있는 박창주(왼쪽) 대표 부부

◆이른 귀농

박창주 대표는 전남 광주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일찍부터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다 11년전 고향 북흥면으로 귀농해 블루베리 및 돼지농사를 시작했다.
소는 회전율이 늦고, 닭은 가공 등 처리에 손이 많이 가 축종은 돼지를 선택했다.
박 대표는 귀농을 하더라도 부가가치가 높은 가공산업을 구상하며 농사를 시작했는데, 돈분 등 역겨운 냄새를 맡지 못해 친환경 발효사료를 직접 만들어 먹였다.
이후 돼지 및 돈분에서 냄새가 크게 사라지자 박 대표는 블루베리 가공 및 돼지고기 수제 소시지 만들기에 도전했다.
박 대표는 "국내 축산농가 중 식품제조업을 동시에 시도하는 농가는 풀빛농장이 유일할 것"이라며 "유럽 등에서는 많은 농가가 수제 소시지 등으로 성공하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 수제 소시지 수요를 감당하는 유일한 농가여서 미래 또한 밝다"고 소시지 제조 이유를 설명했다.

◆촉망받는 형제

박 대표는 돼지 냄새도 싫지만 모돈 관리도 어려워 돼지도 60일령 자돈을 구입하며, 3개월만 사육 후 재료로 사용한다.
남원 도축장을 이용해 돼지가 분리되면 후지(뒷다리), 등심, 삼겹 등을 이용해 일일 약 60kg의 소시지를 생산하는데, 3.5마리의 돼지가 매일 이용되는 셈이다.
이에 따른 수백마리의 돼지 사료를 직접 만들고 돼지에게 공급하다 보니 일손이 부족하다. 이에 블루베리 및 돼지 사육은 4년 전부터 동생 박정연씨(38)가 도맡아 관리한다.
농촌 초고령화에 들어선 고향 북흥면에서 이들 형제는 미래 북흥면을 이끌어갈 촉망받는 신세대 농부들이다.

◆잘 자란 재료

풀빛농장 돼지는 동물복지형 돈사에서 마음껏 뛰어놀 수 있고, 풀·볏집 등을 먹으며 건강하게 자란다.
또 돼지들이 먹는 사료에는 항생제·성장촉진제·구리·아연 같은 중금속이나 첨가물 등을 일체 사용하지 않고 공장에서 직접 만든 사료만 먹인다.
국내 거의 모든 돼지들이 창살없는 감옥에서 물·사료·공기를 공급받는 것과 비교하면 풀빛농장 돼지는 육질부터가 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또 풀빛농장 돼지들은 발효사료를 먹는데, 원료에 효모와 효소 등을 섞어 3일간 발효시킨 사료여서 항생제 및 성장촉진제 등 없이도 건강하게 자라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사료원료는 쌀도정공장에서 나오는 미강, 분쇄미, 청미, 귤껍질, 옥수수, 대두박, 팜박 등이어서 건강하다.
박 대표가 소시지를 생산할 때 식품첨가물보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건 어떤 환경에서 자란 재료를 사용하는가 이다.
박 대표는 동물복지형 돈사에서 자란 돼지고기로 수제 소시지를 만드는 곳은 국내에서 풀빛농장이 유일하다고 자부한다.

▲ 수제 소시지

◆천연돈장 소시지

소시지에 사용되는 후지는 지방 껍질 빼고 사용하는데, 1마리당 16kg 정도가 나온다.
등심은 햄 제조에, 삼겹살은 베이컨 제조에 사용한다.
하지만 풀빛농장의 주력 제품은 소시지이고, 풀빛농장의 제품을 가장 소시지다우면서도 수제 느낌을 주게 하는게 바로 천연돈장(돼지창자)이다.
얇은 피막의 돈장은 굵기가 제각각이다 보니 작업속도도 느리고 중량편차가 심해 일률적 제품 생산이 어렵게 된다.
식감도 대기업이 사용하는 콜라겐 케이싱(인조창자)보다 약간 질긴듯한 느낌을 주는데, 굽게 되면 훨씬 부드러워진다는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잡내 제거 및 보존성과 풍미를 위해 입히는 훈연 작업시에는 인조보다는 숨쉬는 자연돈장피가 유리하다는 것.
이밖에 저지방(지방대신 야채 사용), 저염, 정제훈연(목초액 등이 분리되는 간접훈연) 방식을 이용해 풀빛농장만의 고품질 소시지를 생산한다.
여기에 생삼겹살에 100% 허브와 천일염, 유기농 설탕을 이용해 7일간 염지숙성하며, 건조 후 5시간 정제훈연 및 4시간 쿠킹으로 만들어진 수제베이컨도 마니아층에겐 인기이다.
수입냉동삼겹살에 염지제를 주입한 후, 약 2일이면 만들어지는 다른 베이컨과는 차이가 크다.
박 대표는 "친환경 제품은 맛 내기 위해 쓰는 MSG 등 인공조미료를 제한하기 때문에 재료로 소고기 40%를 추가하는 등 자연조미료로 맛을 업그레이드시킨다"며 "캠핑용 생소시지의 샘플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이라고 밝혔다.

▲ 훈연공정

◆사업성

풀빛농장은 제품을 신선한 상태에서 익일 섭취할 수 있도록 하루 약 60~80kg 정도의 소시지만을 생산한다,
유통기한 또한 첨가제 및 보존제 등을 투입한 제품에 비해 14일 정도로 짧은 편이어서 대량생산은 하지 않는다.
때문에 하루하루 모든 공정을 거치다 보니 몸이 이만저만 힘든게 아니다.
그래도 타 대기업 제품과 비교되다 보니 틈새시장의 폭은 크다.
이미 유기농 돈사육으로 인한 고퀄리티 돈육, 농가 전통방식의 수제 소시지, 데이터로 증명되는 연구결과 등으로 전라북도농업기술원으로부터 '아이디어 고소득 벤처사업'에 선정되기도 했다.
풀빛농장 제품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생협 매장과 친환경쇼핑몰에 납품된다.
황교익 '명품식당'이나 총각네 야채가게가 운영하는 '우리가 총각네' 등 유명 친환경 매장에서도 좋은 평을 얻고 있다.
또한 인터넷 산지직송 '후레쉬 윈도' 등을 통해 인터넷 토탈유통 '쿠팡', '티몬' 등에서 거래되면서 매출도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박 대표는 "이렇게 유행하는 유통매체에 전북상품이 거의 없는 것이 아쉽지만, 풀빛농장 제품만은 이곳에서 당당하게 전국 제품과 경쟁하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풀빛농장에서는 개인 직거래 포함 택배만 월 약 600~700건이 발송되는데, 매월 약 2천만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셈이다.
박 대표는 "제품 평가가 높아지면서 OEM 주문이 늘어나고 있는데, 가족과 주변 마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농업CEO가 된다는 목표가 가까워지고 있다"며 "장애인들이 모인 사회적기업 '제주맘' 평화의 마을처럼 수제 소시지와 블루베리 등을 판매하는 직매장을 개설하는 준비도 착착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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