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다발적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개방 확대로 어려움에 처한 전북지역 과수농가들이 올초 착과불량 등 작물 피해에 이어 장마기 가격 하락세까지 삼중고를 겪고 있는 모양새다.
특히, 젊은층 및 어린이들의 과일 선호도가 망고·포도 등 수입과일 쪽으로 기운데다 장마까지 겹치면서 7월 제철과일인 전주복숭아 가격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8일 전주시 삼천동 비아마을 복숭아 생산 농가들에 따르면 이번주 장마가 시작되면서 지난주까지 가뭄으로 인해 반짝 특수를 누렸던 복숭아 가격이 지속적인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성출하기 7~10일째를 맞고 있는 천도 계열 조생종 복숭아의 지난주 도매가격은 5kg 상등품 한 상자에 2만677원을 기록하며 급등세를 보였다. 그러나 장마가 시작되며 지난 6일 1만원으로 떨어지더니 7일에는 9,325원을 기록하며 전월평균대비 -54.9%까지 하락했다.
복숭아 2천평 농사를 짓는 비아마을 유모(57)씨는 "장마가 과일가격의 하락세에 영향을 주는 것은 정상이지만, 가격폭락을 겪었던 전년 과일가격보다 더 떨어지는 것은 수입과일 때문"이라며 "젊은 층과 유치원 간식 등으로 소비돼야 할 복숭아가 망고·오렌지 등 수입과일에 밀려 설 자리를 잃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농경연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주요 신선과일 누적 수입량은 총 37만7,000톤으로, 전년동기(35만4,000톤)보다 약 6% 증가했다.
특히, 5월 한 달간은 전년동월대비 17% 증가한 7만2,000톤의 과일이 수입되면서 우리나라 제철 봄·여름 과일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중 복숭아의 대체과일로 분류될 수 있는 오렌지와 체리의 수입량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66%, 162% 증가했고, 망고도 쥬스·아이스크림 등의 원료로 대기업들이 앞다퉈 수입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와 관련, 유씨는 "미국과의 FTA로 2012년 체리의 수입 관세가 없어지면서 값이 내려가자 수입량이 늘고 있는데, 체리 한 종목만으로도 4월부터 여름까지 과일시장에 크게 영향을 끼치고 있다"면서 "더욱 큰 문제는 복숭아 대체과일 격인 오렌지와 망고 등의 국가별 관세 철폐가 지속된다면 복숭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그만큼 낮아지고 절반 이상의 도내 생산농가들이 몰락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올초 배의 착과불량, 수박, 복숭아 등에 대한 우박 피해, 수박·포도·단감 등과 대체되거나 경합되는 오렌지·수입포도·체리 등의 수입 증가로 인해 올해 전북지역 주요 과일농사를 짓는 농가들은 모두 FTA 및 이상기온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초 잦은 비와 저온 등 이상기후로 전주·완주지역 배 농가의 착과가 크게 줄어들며 가을 단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또 가뭄으로 반짝 호조를 이어가던 고창수박도 최근 우박 피해를 입었으며, 수입과일 증가로 복숭아 등이 영향을 받고 있다.
여름 포도는 이미 칠레산 수입포도 등에 설자리를 잃은지 오래다. 4년째 이마트 봄철 수입과일 매출 1위인 포도는 김제 백구 등 도내 포도농가들에게 '품목전환'이란 고민을 안겨줬다.
지난해 풍작 속에 가격폭락을 심하게 겪었던 단감도 도내에 식재 수가 급증하고 있는 반면, 이와 대체되는 과일들이 사철 수입되고 있어 올해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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