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 입법 예고가 다음달로 다가온 가운데 전북지역 농업계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시행령에서 선물·경조사비 상한선이 5만원·10만원 선으로 논의되면서 농축산업계 및 화훼업계는 FTA보다 더 큰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전북도청에서 김영란법에 대한 호남·제주권 설명회를 비롯, 권역별 순회설명회에서 법 예외 한도가 선물 3만원~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으로 수렴되고 있음을 암시했다.
그런데 최근 농협축산경제리서치센터가 2014년과 올 설 명절 기간 동안 농협유통 양재점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김영란법 선물 예외 한도가 3만원으로 정해질 경우 한우는 0%, 과일은 18%만이 이 범위를 만족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도가 5만원으로 올라도 한우 관련 선물세트는 1% 미만으로 찾아보기 힘들었고, 과일세트도 50%만 한도에 포함됐다.
전북지역 축산 및 과수농가는 연간 2번의 명절에 선물용 물량 1/3 이상을 출하해야지만 나머지 물량의 과도한 정체 없이 연중 출하를 마무리할 수 있다.
특히, 배와 사과는 2번의 명절 기간 동안 절반 이상의 물량을 출하해야 한다.
이와 관련, 전주 배농가 K모(62)씨는 "설과 추석이 농사의 전부라 할 수 있는 배·사과 농가에게 선물 3만원 한도는 그냥 문을 닫으라는 소리"라며 "정부가 농가 소득 증대를 위한 증산을 외치더니, 가격폭락 파동을 피하기 위해서 이제부터 배·사과농가는 남아도는 재고를 껴안고 그냥 썩을때까지 기다리라는 것과 같다"고 하소연했다.
전주김제완주축협 조합원 L모(52)씨도 "한우선물세트의 가격 95% 가량이 10만원대 이상이고, 축산농가의 매출 30% 정도가 2번의 명절에 이뤄지는 점 등을 감안하면 3만~5만원은 축산농가를 고사시키는 기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FTA 등에 대비해 고품질 축산으로 경쟁력을 갖추라고 하더니, 이제는 김영란법으로 고품질육 판매를 막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영란법 예외 한도는 도내 화훼농가에도 크게 영향을 끼치는 등 농업계 전반에 타격을 줄 것이란게 농업인들의 설명이다.
도내 국화생산농가 K모(57)씨는 "화훼단체협의회 등 농민단체들이 농축산물을 김영란법 예외 대상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했는데도 이를 받아들이기는 커녕 선물 및 경조사비 한도를 현실에 맞지 않게 낮추고 있다"면서 "이는 공무원 행동강령(음식물과 경조사비 한도 3만원·5만원)으로 이미 고사 상황에 이른 화훼농가의 숨통을 끊는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국산 국화로 경조사 화환을 보낼 경우 최소 13만원의 비용이 드는게 현실인데, 법으로 이를 막으면서 재생국화 및 값싼 중국산 국화가 판을 치고 도내 국화농가는 가슴과 땅을 치고 있다"면서 "축하난이나 농축산물에 이름을 표기해 보내는 것은 감사를 표시하는 고유의 풍습인 만큼 농업인과 농축산업의 피해를 감안한 현실적 허용 상한선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황성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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