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다른 인생을 살 권리가 있다. 그것이 이전의 삶과 정반대라면 그 바람과 열정은 더욱 커지기 마련인데 교사 생활을 마치거나 그 즈음, 꾸준히 이어왔던 글쓰기에 더욱 매료된 2명의 문인이 그렇다.

규칙적인 체계에서 매사 모범적인 모습을 보여야 했던 교사들이 이제는 인간으로서 느낄 수 있는 실낱같은 감정 하나에도 미세하게 반응하며 이를 다양한 장르로 전하고 있는 것. 오랜 시간 몸담아온 직장은 가장 좋은 소재며 가족과 취미 생활도 빼 놓을 수 없는 이야깃거리다. 먼저 중·고등학교에서 40년 동안 근무한 전길중은 시집 ‘울 선생님 시 맞지요?’를 통해 그간의 교직생활을 정리하는 한편 바다와 갯벌 등 자연에 대한 애정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원래 책 전체를 교단에서의 생활로 꾸리려 했으나 기록해두었던 것도 적고 기억력에도 한계가 있어 각 지면에 발표했던 시들까지 한데 엮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을 시작했던 새내기 시절부터 정년에 다다른 최근까지 적지 않은 세월을 몸소 겪은 그의 이야기는 살아있는 한국교육 그 자체다.

학교생활의 추억과 경험담을 비롯해 세상과 맞물려 빠르고 폭 넓게 달라지는 아이들을 보여주면서 교사와 학부모를 비롯한 교육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 ‘금강하굿둑’을 보면 ‘하늘이 강을 새들을 공중으로 부양하자/ 비릿한 울음을 토해내매 산란을 시작하는/청둥오리, 가창오리, 재갈매기, 가마우지/(중략)/ 물멀미하는 갈대들이 꽃들을 지운다…저렇게 부서지는 부연 눈물로/ 얼마나 소리쳐야 바다로 살아날지?//’라며 하구 뿐 아니라 주변 자연 경관에 대해 언급하면서 자연이 작가인 듯, 작가가 자연인 듯 어우러진다.

익산 출생으로 공주사범대를 졸업 후 1987년 시문학에서 ‘늦가을 정원, 안개’로 등단했으며 ‘제 그림자에 밟혀 비탈에 서다’ ‘섬에서 달의 부활까지’를 펴냈다. 현재 전북문인협회와 시문학문인회,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시문학사. 133쪽. 8,000원.

박부산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도 놓을 수 없었던 시조에의 열망을 퇴직 후에도 이어가는 중이다. 1962년 동아일보 시조 광장과 문학과의식 신인상으로 등단한 글쓴이는 맥을 잃어가고 있는 시조의 매력에 빠졌다. 정중하고 지조 있는 선비의 고결한 성품 나아가 우리 민족의 근성을 상징하는 소나무처럼 쓰다보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어서다.

유일한 재산인 시조나무를 햇빛 찬 보금자리로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시조집 ‘햇빛 찬 보금자리’에서는 학교에 대한 생각을 풀어내는가 하면 전주의 특색 있는 면면을 소개한다.

‘폐교, 그 후'에서는 ‘가쁜 숨결 머무는 교단에 다시 올라/땀 흘릴 수 있다면 오죽이나 좋을까/…’라며 김제고를 끝으로 학교를 떠났지만 여전히 그 때의 기억이 다시 돌아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고 아름다웠다고 밝힌다.

국악부터 한복, 합죽선, 운일암 반일암, 진안고원, 마이산에 이르는 전북의 특색과 명소에 대한 글귀는 지역민들에게는 공감을, 외지인들에게는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자연을 토대로 깨달은 바를 밝히는 시구도 여럿인데 ‘…차분히 숨 고르며 하늘보고, 산을 보고/오로지 올바른 길은/마음 속 깊이 있다//’는 주제시 ‘햇빛 찬 보금자리’도 그 중 하나다.

정해진 구조 안에서 뜻하는 모든 바를 말해야 하는 만큼 지극히 함축적이지만 재기와 연륜 또한 느낄 수 있다. 진안 출생으로 중앙대 국문과를 마쳤다. 전북문협 시조 분과 위원장을 거쳐 현재 한국문인협회와 전북문인협히, 전주문인협회, 전북시인협회 회원이다.

저서로는 ‘날아가지 못하는 새’ ‘세월이 머무는 자리에서’ ‘번지 없는 시의 집’이 있다. 신아출판사. 144쪽. 10,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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