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가까이 ‘시’라는 걸 공부했다. 생각만큼 써지지 않아 자괴감을 던져주기도 했지만 삶의 끈을 놔버리고 싶었을 때 햇살이 돼주기도 했던 시편들이 처음으로 세상에 나왔다.

한국문인협회 무주지부장을 맡고 있는 서영숙이 첫 시집 ‘면벽 틈새에 촛불 켜다’를 펴냈다. 2004년 월간문학 신인상 시 부문으로 등단 후 꾸준히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는 작가의 가장 큰 장점은 자신의 눈높이에 맞는 평범한 일상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그럴 듯하지만 어려운 형이상학적이고 추상적인 관념 대신 일상부터 자연, 가족에 이르기까지 직접 경험한 것들을 나름의 감각과 상상으로 풀어낸다. 익숙한 소재임에도 새로이 와 닿는 건 이 때문.

가령 ‘금강 벼룻길’을 보면 그가 살고 있는 무주의 금강 벼룻길을 소재로 하는데 발길이 겨우 닿을 만한 좁은 강둑길을 바라보며 ‘상처도 잘만 견디고 나면 길이 되나 보다’라는 나름의 깨달음을 얻는다.

가정사도 등장한다. 등뼈 휘어지는 농촌 살림과 가정 대소사, 홀로된 시아버지를 풀어내며 그 중심에는 시인이 자리한다. 치매를 앓은 홀시부모님과 그 아래 아홉 형제 수발까지 도맡으며 가정의 평안을 일궈온, 여성이지만 남성보다 더한 힘과 인내와 용기를 지닌 주부이자 행정관료, 글쟁이로서의 흔적이 오롯하다.

방송통신대 보건위생학과를 졸업 후 무주군 공무원으로 정년퇴임했다. 제21회 열린시문학상 금탑상(2010)을 수상했으며 현재 한국문인협회 문학관건립위원과 전북시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랑과이삭. 149쪽. 10,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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