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 시인이었는지 모를 일이다. 초등학교 교사를 꿈꾸며 군산사범병설중학교에서 학급문집에 시와 콩트를 발표하면서부터인지, 사범학교 진학이 무산되면서 태인고에 들어가 영화잡지에 시나리오를 응모할 때부터인지 모를 일이지만 그의 인생엔 언제나 문학이 함께했다.

주봉구가 아홉 번째 시집 ‘아버지의 수첩’을 통해 그간의 시 인생을 망라했다. 공무원이 되고 생계걱정이 없어지자 1979년 문단에 등단한 작가는 다양한 동인활동과 작품활동을 병행했다.

2권의 시선집과 이번 시집을 제외한 6권 중 초반에는 허무와 죽음, 존재, 자아, 생명의 본향을 주로 다뤘다면 중반에는 나그네 의식과 도시적·불교적 심상에 빠져들었다. 본질적이고 무게감 있는 소재들을 깊이 있게 다뤄온 셈이다.

그런 그가 최근 출간한 책에서는 보다 폭넓은 의식세계를 보여준다. 1부에는 근작을, 2부에는 2011년 시선집에 이름없이 부록된 작품들을, 3부에는 스스로의 삶과 문학을 서술한 ‘아직도 꿈 속에 산다’를 각각 실었다.

정읍 출생으로 문예한국작가상과 전북문학상, 전북예술상 등을 수상했으며 김제문협 지부장과 전북불교문학회장을 거쳐 한국문인협회 문학사료발굴위원과 한국시인협회 회원을 맡고 있다. 신아출판사. 117쪽. 10,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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