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칭 ‘선불금’을 빌린 성매매여성이 법을 악용해 자신에게 돈을 빌려준 채권자에게 되레 민사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했다.

30일 전주지법에 따르면 성매매여성 A씨는 2012년 7월 선불금 명목으로 유흥업소 업주와 잘 아는 B 씨로부터 900만원을 빌린 뒤 업소에 취업했다.

A 씨는 “나중에 1400만원을 갚겠다”며 공증까지 했다. 이듬해 그가 6월 업소를 그만두자 B 씨는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갚을 능력이 없던 A 씨는 일면식이 없던 B 씨의 친구 C 씨한테 1400만원을 빌려 빚을 값았다.

이후 유흥업소 업주는 여성 접대부를 고용해 성매매를 알선한 사실이 들통나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A씨 역시 6개월간 성매매를 한 혐의로 벌금 7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그러자 A씨는 얕은 꾀를 냈다.

성매매여성이 성매매 조건으로 업주 등으로부터 빌린 ‘선불금’은 갚을 필요가 없다는 법을 악용하기로 한 것이다.

A씨는 “성매매업주와 친한 B 씨가 불법원인 급여인 선불금 1400만원을 받았는데 이는 부당이득으로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B씨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자 B씨 등은 “A씨의 성매매는 자신들과 무관하고 업주의 요청으로 돈을 빌려준 것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전주지법 민사 제 7단독(판사 박세진)은 30일 A씨가 B씨 등을 상대로 한 부당이득금 반환소송에서 "선불금 지급약정의 불법성이 피고에게만 있다고 볼 수 없는 이상 A 씨는 부당이득으로서 반환을 구할 수 없다"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고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성매매업소에 일하는 대가로 받은 금액 자체가 불법에서 기인해 제3자가 개입했더라도 채권이나 채무 모두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판결”이라고 설명했다./백세종기자·103b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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