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지역 국도 터널 35곳 중 무려 9곳에 설치된 재난대응장비가 고장이나 훼손된 채 방치된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잇달아 발생하는 각종 안전사고 관련 전 국민들의 안전의식문화가 확산되는 가운데 국도 터널을 관리하는 감독 기관의 현장점검이나 즉각적인 보수 등 대책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지난 7일 새정치민주연합(부천원미갑) 김경협의원 사무실에 따르면 전북지역 9곳을 포함한 전국 고속도로와 국도 터널 177곳에 화재대피시설과 제연설비인 제트팬이 없거나 재난대응장비가 고장 상태로 방치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 의원은 이 같은 자료를 지난 5일 국회에서 정성호·김상희 의원과 공동주최한 '터널안전 확보를 위한 유지관리 강화방안 토론회'에서 공개했다.

김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2014년말 기준으로 대피시설 설치대상인 국도 터널(500m 이상) 146곳 중 81곳과 고속도로 터널(500~1,000m) 313곳 중 88곳에 대피시설이 없었다.

또 국도 터널 16곳과 고속도로 터널 88곳 등 104곳에는 제연설비도 없어서 터널 내 화재발생시 대형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컸다.

아울러 국도터널 73곳은 비상전화기, 비상방송 설비 등 재난 대비 장비가 현재 고장인 상태로 방치돼 있다.

전북지역의 경우, 국토교통부 익산지방국토관리청 산하의 전주국토관리사무소에서 5곳이, 남원국토관리사무소에서 4곳이 각각 재난대응시설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주국토관리사무소는 고덕터널(상), 솔튼터널(상), 광곡터널(상), 상용터널(상)에서 비상전원설비인 무정전전원장치가 훼손돼 상태며, 신원터널(상)은 P형수신반 1대가 고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무정전전원장치는 터널내에서 순간정전이 발생하면 특정 주요 시설에 대해 전원을 공급하는 장치며, P형수신반은 터널 내 각 지점에서 사고가 날 경우, 동작에 따라 알람 등을 통해 수신하는 장치다. 

또한 남원국토관리사무소는 무풍터널과 운암터널에서 CCTV 연동이, 라디오재방송설비할입방송 및 비상방송연동이 각각 불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장비는 터널내 차량 진출입과 현장상황을 모니터하거나 화재나 터널 붕괴 시 외부에서 터널안으로 방송을 청취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다.

결국, 모든 장비가 재난 시 터널 내 운전자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것으로 대형사고를 대비해 즉각적인 보수가 이뤄져야 하는 중요한 설비다.

이와 관련 양 국토관리사무소 구조물과 관계자들은 운영상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입장으로, 안전불감증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특히 익산국토관리청도 각 국토관리사무소에서 터널을 관리하며, 예산도 자체 집행하고 있다는 이유로 현장 점검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등 상급기관의 면모도 세우지 못하는 있는 실정이다.

한편, 김 의원은 "고장이 방치된 이유는 국도 터널의 경우 예산을 확보하고 있다가 고장을 즉시 수리하는 체계가 아니어서 통상 고장발견 6개월 가량 후에 수리가 되기 때문이다"며 "실제로 모지역 터널 2곳은 무정전 전원설비 고장이 2014년 6월2일 발견됐지만 보수계획은 1년5개월 후인 올해 11월로 잡혀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의원은 "터널 화재 대비시설을 대폭 보강하고 고장 장비는 발견즉시 보수하는 체계로 바꿔야 한다"고 덧붙였다./김선흥기자·ksh98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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