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산 왕궁리 유적에서 백제시대의 왕궁 부엌이 최초로 발견됐다.

20일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지난 7월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백제역사유적지구 ‘익산 왕궁리 유적’(사적 제408호)에 대한 제26차 발굴조사 결과, 조선 시대 왕궁의 수라간에 비유되는 백제 사비기 왕궁의 부엌(廚)터가 확인했다고 밝혔다.

삼국시대는 물론 통일신라시대를 통틀어 왕궁터에서 부엌으로 보이는 건물지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물지 내 타원형 구덩이에서는 철제솥 2점과 함께 어깨가 넓은 항아리 2점, 목이 짧고 아가리가 곧은 항아리 1점, 목이 짧은 병 2점 등 토기 5점과 숫돌 3점이 발견됐다.

토기 중 일부에서는 안에 액체가 담겨 있었던 흔적이 확인됐고, 구덩이 옆에는 배수로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부엌 벽체에서는 기와를 잇대어 만든 시설도 드러났다.

또 바로 옆 바깥에서는 철제솥 1점이 별도로 놓여 있었다. 그리고 구덩이 옆에는 불탄 흙과 검붉게 변한 벽체, 다량의 숯이 바닥면에 깔려 있는 지점 2곳도 확인됐다.

철제솥은 익산 미륵사지, 부여 부소산성, 광양 마로산성 등에서 출토된 통일신라 이후의 철제솥과 유사해 고대 백제계 철제솥의 변화양상을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자료로 평가된다.

익산 왕궁성에서 가장 중요한 곳에 위치한 대형 전각 건물의 서남편에서는 서쪽 궁장을 따라 길이가 약 29.6m, 너비가 약 4.5m인 남북으로 긴 형태의 건물터 등 다양한 규모의 건물들도 확인됐다.

이와 유사한 구조와 배치 양상은 일본의 나니와노미야(난파궁), 아스카노미야(비조궁) 등에서 나타나고 있어, 백제 궁성 축조형식이 일본에 전파되었음을 밝힐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

국립부여문화재연구소는 앞으로 그간의 발굴조사 성과를 토대로 유적의 체계적인 보존정비·활용을 통해 유네스코 세계유산 익산 왕궁리 유적의 가치를 더욱 널리 알릴 수 있도록 힘써 나갈 계획이다./김대연기자·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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