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공음면. 지난 2013년 전북도가 추진한 슬로공동체 사업에 선정돼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았던 지역이다. 올해 초 일부 주민들이 공음슬로협동조합을 결성하고 방과후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느림의 가치를 실현하는 공음면에서 방과후 마을학교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공음슬로협동조합은 공음면슬로공동체를 빼놓고 설명하기 어렵다. 2013년 6월부터 약 40명의 주만들이 공동체에 회원으로 가입해 활동했었다. 당시 슬로공동체는 느림의 가치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주민 교육에 이어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펼쳤다. 지난해 면민의 날에는 슬로공동체가 주관하여 5개 마을이 슬로푸드 요리대회를 열었다. 수수부꾸미, 장어강정, 수박피클 등 지역특산물과 전통음식이 어우러진 새로운 음식들을 선보여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올해 초 예산이 투입되는 전북도 슬로공동체 사업이 사실상 종료됐고 이 사업을 통해 조성된 시설의 운영을 위해 올해 초 공동체 회원 가운데 김한호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김은하, 김부자, 윤경화, 김정미 등 5명이 모여 공음슬로협동조합을 결성했다. 협동조합은 올해초 문을 연 ‘공음슬로카페’를 운영하면서 도교육청이 공모한 ‘방과후 마을학교’에 선정돼 현재 마을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13일 방과후 마을학교 제빵수업이 진행된 ‘공음슬로카페’를 찾았다. 고소한 냄새가 카페에 가득한 가운데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빵을 먹으며 수업을 마무리하고 있었다.
“독서 공부를 통해 자신의 느김과 생각을 잘 표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겼어요. 빵도 내가 좋아하는 모양으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점이 좋아요”(최주희 공음초 5학년)
“(마을학교에서)좋은 시간을 보내며 빵을 직접 추억도 만들어요. 나중에 어른이 돼서 빵 만드는 것을 가르쳐주고 싶어요”(김한나 공음초 5학년)
“ 책을 많이 볼 수 있어 좋아요. 최근에 읽은 ‘찰리의 초코렛 공장’ 기억에 남아요”(강예진)
“빵을 제가 직접 만들어 먹으니 더욱 맛있어요”(이세연 공음초 5학년)
수업이 마무리 되자 아이들은 자신이 만든 빵을 컵에 담아 집에 돌아간다.
“처음 슬로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아쉽게 느꼈던 것이 바로 아이들 교육환경이었습니다. 이곳은 공음면이라 농촌지역으로 도시에 흔한 학원이 하나도 없습니다. 도서관이나 지역아동센터도 하나 없는 불모지였지요. 이런 열악한 지역교육환경 때문에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들을 여러 사람들과 고민을 나누다 자체적으로 방과후 교실을 열기로 했습니다”
슬로공동체 매니저이기도 한 김은하 협동조합 이사에 따르면 방과후 교실은 2014년 1학기부터 시작됐다. 공음초등학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학교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5시부터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운영했다. 처음엔 4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했으나 나중에 10명으로 늘어났다.
방과후 교실 교사를 외부에서 불러올 형편이 아니었기에 일단 주민들이 가르칠 수 있는 과목을 정해 시작했다. 블러그 만들고 활용하기, 한글타자연습은 물론 교육청이 운영하는 사이버가정학습 전북 e-스쿨 공부를 도와주는 등 컴퓨터를 활용한 수업과 영어와 독서지도를 같이 했다. 특히 학과 공부 보충을 위한 전과목 학습지를 지도했다. 외부 지원없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방과후 교실이 올해 교육청 공모를 통해 ‘방과후 마을학교’에 선정돼 ‘엄마품 스쿨’이란 사업명으로 400만원 지원받게 됐다.
지난 5월, 19명의 아이들이 참석해 문을 열고 ‘독서’와 ‘제빵’ 두 과목을 현재까지 진행하고 있다. 수업은 화, 수, 목 오후 4시 30분에서 6시 30분까지 3일간 ‘공음슬로카페’에서 진행한다. 
화요일은 1, 2학년 독서, 수요일 3~6학년 독서, 그리고 목요일 제빵 수업을 한다. 독서지도를 2차례 나눈 것은 학년별 수준차이 때문이다. 저학년, 고학년으로 나눠 수업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아쉬움도 많다. 가장 큰 아쉬움은 자체 차량 운행이 어려워 면소재지 밖에 지역에 사는 아이들이 마을학교에 다닐 수 없다는 점이다. 또한 예산이 적어 다양한 수업을 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현재 카페 공간이 좁아 활용도에 제약을 받는다는 점이다.  
현재 교실로도 활용되고 있는 공음슬로카페는 슬로공동체 지원사업 자금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평소에는 도시의 여느 카페처럼 커피와 각종 음료를 판매하지만 기본은 공동 공간이다. 그래서 주민들이 카페를 자신들의 공간으로 인식하고, 활용을 많이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지난 7일 카페 앞마당에서 재미난 주민축제를 열었다. ‘한 여름밤의 마을이야기’란 주제로 지역 학생들과 아이, 어른신 등 80여명의 주민들이 함께했다. 학생들이 플롯, 피아노, 드럼 등을 연주하거나 태권무를 선보이고 공음 면장도 무대에서 멋진 통기타 연주를 선보이며 주민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김은하 이사는 “공음슬로협동조합은 마을학교 뿐 아니라 여기에 사는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지역 문화와 역사에 대한 소통을 통해 지역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같이 고민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데 노력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슬로공동체에서 슬로협동조합까지

/김은하 공음슬로협동조합이사

공동체 사업은 정말 어려운 것 같다. 공동의 목적을 가진 사람들이 스스로 모여서 이루어지며 상부상조 하여야 하는데 지금의 공동체는 관의 주도하에 공동의 목적을 주민들에게 제시해 주는 격이 된 것이다. 그렇다보니 공동체가 이루어지기도 어렵고, 쉽게 해체가 되기 마련이다.
2013년부터 이어온 슬로공동체 사업은 주민역량교육을 목적으로 많은 교육을 하고, 견학을 했지만, 마을의 연대 및 공동체성을 이어가기는 매우 어렵다. 또한 2015년부터 정부지원 예산이 중단됨으로써 지역주민의 의식은 ‘이제 공동체가 끝이다’라는 생각이 대다수 이다.
그러나, 젊은 주부들은 생각이 좀 달랐다. 공동체 의식 보다는 지역에서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 중의 하나가 카페(문화복합공간)인 것이다. 그곳을 이어가기 위해서 협동조합을 결성하였고, 지역주민과 더불어 살아가는 곳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수입과 지출은 맞질 않지만, 아이들부터 어른까지 이용할 수 있고, 방과후에 아이들이 책을 읽고, 무언가 만들어가는 공간이 확보 된 것이다.
지역사회가 활성화 되지 않고, 인구가 줄어들어서 어려운 실정이라서 더욱 공동체를 이끌어가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러한 현실을 딛고, 슬로우(천천히) 이어가다 보면 뭔가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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