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침이 없다. 야한데다가 육두문자와 전라도 사투리가 난무하다. 글만 보면 영락없는 청년이건만 글쓴이는 다름 아닌 원로시인이다.

조기호가 펴낸 시집 ‘민들레 가시내야’에서는 그간 발표한 17권 중 얼굴 내밀만한 놈을 추려 선뵌다. 그래서일까. 모두 6부 86편으로 구성된 책은 시인의 특성과 장점을 더할 나위 없이 보여준다.

관능이 그렇다. 그의 에로티시즘은 에두르기보다는 직설적이고 감각적으로 드러내는 걸 토대로 ‘다소곳이’와 ‘의기양양’이라는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다소곳이에 해당하는 시 ‘여인’에서는 ‘여인 하나 갖고 싶다’고 던져놓고선 ‘놋요강에도 소리 없이/소피 볼 줄 아는 여인’이라는 구절을 덧대 얌전한 여성을 희구한다.

의기양양 쪽인 ‘조껍데기 술집’에서는 ‘골코롬한 새우젓 같은 주모 년 치맛자락에 펄렁펄렁 묻어 새는데’라고, ‘풋마늘’에서는 ‘야 이 썩을 년아 그 화상 낯바닥을 좀 봐라/중략/저에라이 오사 서 빼 죽일녀러 가시내야, 쯧쯧쯧’이라며 절정에 다다른다. 여기서 또 다른 주특기를 엿볼 수 있는데 해학과 관능 너머 존재하는 따스한 시선과 사회비판적 시각이다.

악담 그 이상의 악담을 통해 다정다감한 인정을 드러낸다. 작품에 등장하는 욕 먹는 아가씨, 욕하는 주모, 염치 좋은 손님 등 고된 삶의 현장에 있는, 신산한 삶에 부대끼는 민초들을 애정 어린 눈길로 바라본다. 나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든 사회구조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한다.

조 시인은 “시 쓴다고 60년 끼적거린 게 겨우 이건가 싶어 정말 쑥스럽고 풍신나고 어쭙잖아 내가 봐도 민망하기 짝이 없어 의기소침으로 주눅이 든다”면서 “앞으론 이보다는 쪼개 더 질퍽한 녀석과 숨 깊은 이야기를 나눠볼 심산”이라고 전했다.

전주 출생으로 1960년 문예가족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 ‘저 꽃잎에 흐르는 바람아’ ‘헛소리’ 등을 펴냈으며 전북문학상, 전북예술상, 우리문학상, 표현문학상, 옥조근정훈장을 수상했다. 전주문인협회 3, 4대 회장과 전북문인협회 이사를 거쳤다. 문학사계. 173쪽. 10,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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