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농산물은 풍작인데 소비부진이 겹쳐 국내산 농작물과 과일 가격이 폭락했다. 전북의 포도 주산지인 김제 백구 포도농가 또힌 폭락한 과일가격 탓에 가슴을 태워야 했다. 여기에 칠레포도 등 수입산 과일에 밀려 백구포도가 설 자리를 잃는 등 이중삼중고를 겪고 있다. 이미 지난해 5kg 상자 도매가격이 1만원대 이하로 떨어지며 백구 포도농가들로 하여금 심각하게 작물 변경을 고려하게 만들었다. 그런데 백구 포도와 같은 품종(캠벨얼리)으로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지역이 전북 남원시에 존재한다. 같은 품종인데도 소매가격은 3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로 맛과 향이 다른 남원 흥부골 '아영포도' 산지를 방문했다./

◆캠벨얼리 단일종 '아영포도'

남원시 지리산 흥부골에 '캠벨얼리' 단일품종을 생산하는 마을이 있다.

남원시는 이미 전북지역 2대 포도생산지 중 첫 번째로 떠오르고 있는데, 남원시 450ha 포도밭은 춘향골(300ha)과 흥부골(인월, 아영, 운봉면 150ha)에 몰려 있으며, 이 중 80%가 아영면에서 생산되고 있다.

아영면이 지리산골(흥부골) 포도 주산지로 떠오르는 이유는 이곳의 천혜환경 때문이다.

아영면은 해발 500m 이상 고랭지여서 어지간한 포도품종은 모두 동해로 고사했다.

결국, 고랭지 품종 1종(캠벨얼리)만 남게 됐는데, 아영면은 배수가 잘 되는 황토까지 많아 천혜의 포도 재배조건을 갖췄다.

밤낮의 큰 기온차(15℃ 이상)는 포도의 당 축적을 강하게 해 최소 18브릭스 이상(평야보다 2~3브린스 높게)의 당도를 생성한다.

또 풍부한 과즙과 껍질부분 두꺼운 과육은 포도의 고급스러운 맛과 향, 높은 영양소를 대변한다.

특히, '아영포도'는 상주 '모동포도', 인천 '대부도포도'와 함께 우리나라 소비자가 인정한 3대 포도로 정착되고 있다.

전국 탑푸르트교육(농촌진흥청)에서 2009~2011년까지 3년 연속 대상을 수상한 '아영포도'는 이제는 출품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유명해졌다.

가격도 일반 캠벨의 약 2.5배 정도이고, 맛은 그정도의 값을 지불하고도 크게 만족시킬만한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지난 2007년 불과 7ha였던 아영면 포도밭은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지리산농협 공선출하회 만석농장

남원시 흥부골 아영포도의 대표주자인 '만석농장' 강신철 대표는 지리산농협 포도공선출하회장을 맡고 있다.

'아영포도'는 35년전 심어졌고, 활성화된지는 25년 정도 됐는데, 강 회장은 공선출하회를 이끄는 20년차 포노농부다.

약 20년전 고향에 귀농해 현재 1만1,600㎡(약 3,500평)의 포도농사를 짓고 있는 강 회장은 "남원시가 최고의 시설을, 남원시농업기술센터가 최고의 기술을 지원했으며, 아영면 농가들은 최고의 노력으로 '특급포도'를 생산해 고소득으로 보람을 찾고 있다"고 말한다.

도매시장에서 타 캠벨얼리가 5kg 상자(특)당 1~2만원대 일 때 아영포도는 최소 2만9,000원에 판매되며, 강 회장 최상급 포도는 3만5,000원 정도에 거래되는데, 이는 대형마트 및 백화점 소매가격이 최소 4만5,000원 이상 나간다는 말과 같다.

3.3㎡당 4만원 정도의 수확을 올리는 점을 감안하면 강 회장의 1년 농사는 1억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특히, 올해 수입과일의 공습 속에서도 8월 휴가철 포도 수요가 증가하며 '아영포도'의 인기는 하늘을 찔렀다.

아영면에서 끝물로 생산되는 너덜포도 추가 수확분까지 상자당 최소 2만원 이상의 도매가격을 받았다. 

아영포도는 수입산 포도 및 가격폭락에 휘둘리지 않을 정도로 고품질화돼 경쟁력을 갖췄다.

아영포도가 크게 알려진 것은 불과 수년전부터이며, 사람들에게 아직 널리 인식되어지진 않았다.

그러나 강 회장은 "공선출하(공동선별 공동출하)가 시작되고 대형마트에 규격화되고 균등한 상품이 납품되면서 전국적 인지도가 급상승 중"이라며 "칠레포도 등 수입과일의 공습으로 전국적으로 캠벨얼리 포도밭이 줄어들고 있는데, 부가가치 경쟁력이 높은 아영포도밭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어려움

포도 꽃이 피고 어린 열매가 맺히기 시작하는 6월 15일 전후로 약 10일동안 알솎이가 완성되어야 포도 생산의 규모가 정해진다.

포도 한송이에서 생기는 포도알 300여개 중 모양을 맞춰가며 70알 정도의 알만 남기고 나머지 알을 솎아줘야 수확시기 약 420g의 최고품질 포도가 완성된다.

그런데 70알 정도의 알로 모양을 잡는다는게 보통의 기술과 노력으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특히, 이 시기에는 실력이 맞지 않는 수준의 일꾼을 구하기도 힘드는게 아영면 포도농사꾼들의 어려움이다.

강 회장은 "70알의 포도 사이사이 알을 솎아내는 것은 예술의 경지에 올라야 가능하다"며 "농협 조공에 인력을 부탁하지만, 이 시기만 되면 인력난으로 농사의 상당 규모가 축소되곤 한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밖의 어려움은 초보 농사꾼들이 겪는 것과 같다.

강 회장은 "귀농 2년차일 경우 의욕이 넘쳐 농사의 모든 것을 다 배운 박사처럼 행동하고, 포도나무 또한 어려 수확이 잘 되는 편"이라며 "하지만 약 5년차 농부가 되면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면서 배운 이론이 맞는지 '긴가민가'한 상태가 되며, 10년차가 되어서야 '아 배우러 다녀야겠다'는 생각에 선배 농가들을 찾아다닌다"고 설명한다.

강 회장은 "실패율을 줄여 성공 기한을 단축시키려면 인근 베테랑 선배농가를 선생님으로 모시고 계속해서 배워야 한다"며 "다양한 상황을 겪어낸 선배에게 요령을 배워야 '농사 실기'가 어느정도 완성된다"고 귀농인들의 어려움을 말했다.

◆국내산 캠벨의 미래

강 회장의 농사 팁은 이 뿐만이 아니다.

비닐하우스 비가림막(천장개폐시설)으로 인해 약을 최소로 쓰게 되는데, 이는 GAP(우수농산물)인증의 중요한 원칙인 만큼 시설은 필수 요소이다.

또한 순이익이 70% 이상인 아영포도 농가만큼은 시설비를 2~3년 안에 회수할 정도로 포도 단가가 비싸고 잘 팔리는 농산물이고, 한 번 설치한 시설은 30년 정도 사용하기에 오히려 저렴한 투자로 생각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3.3㎡당 약 5만원대의 시설비도 2년 안에 회수 가능하며, 포도잎 갈반병만 막아도 시설비 역할을 다 하는 것으로 농가들이 이정한다는 것이다.

또 아영면 300포도농가 중 51농가가 공동출하하고, 나머지 농가는 계통출하(개인선별)해 농협 공판장에서 위탁판매하는데, 개인포장 또한 개별 농가가 속지에 실명을 부착해 판매할 정도로 품질에 자신감을 갖고 있다고 한다.

아울러 해발 500m 이상에서 재배될 경우 7월 25일경까지는 가온(재배온도를 맞춘)재배된 포도가, 이때부터 8월 20일경까지는 무가온 포도가, 이후 9월 20일경까지 노지 포도가 수확된다. 농가는 약 3개월간 꾸준히 수익을 얻게 된다.

마지막으로 상자당 1만2,000원 미만의 상품이 남게 되면 포도즙을 가공하는데, 강 회장네 포도즙은 당도와 농도가 너무 진해 와인용 음료일 정도다.

강 회장은 "7ha였던 포도밭이 8년만에 150ha가 될 정도로 급속히 증가하고 있는 이유는 소비자가 맛을 보고 스스로 이해하게 된다"고 자신감을 내보였다./황성조기자

 

천혜의 기상을 이용한 최고품질 남원 흥부골 아영포도

농업기술원 친환경기술과 송정섭

최근 우리 농업현장은 대외적으로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한중FTA에 이르기까지 국가간 총성 없는 전쟁이 진행되고 있고, 대내적으로는 농촌고령화에 따른 일손부족으로 어려운 농업여건을 맞고 있다. 이러한 위기 속에서도 남원 흥부골 아영포도 작목반 공선회 강신철 회장은 지리산자락의 고랭지 기후라는 천혜의 기상여건과 남다른 노력으로 억대농부의 꿈을 이뤘다.

강신철 회장은 자신의 이러한 성공이 혼자만의 노력으로 이뤄낸 것이 아니라 남원시농업기술센터 및 농촌진흥청 등의 행정적 지원과 남원 흥부골 아영작목반 회원들의 단합된 행동의 결과물이라고 공을 돌리고 있다. 지리산 자락의 고랭지라는 천혜의 기상여건을 이용해 생산한 남원 흥부골 아영포도는 전국 품질평가대회에서 3회 연속 대상을 수상함으로써 명실공히 대한민국 3대 명품포도 반열에 올라 맛 뿐만 아니라 가격 면에서도 다른 지역의 포도와는 월등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오늘날 흥부골 아영포도가 되기까지는 우여곡절도 많았다. 농진청 탑프루트 시범단지에 선정돼 포도전문가에 의한 지속된 컨설팅으로 농가의 기술수준이 향상됐으며, 공동선별 공동출하(이하 ‘공선출하’)를 통해 품질고급화를 이뤘지만, 강신철 회장은 남모르는 고충이 있었음을 토로한다. 이유인즉, 공선출하를 하기 위해서는 개별농가의 품질수준이 똑같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품질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농가에 대해서는 작목반 전체를 위해 퇴출을 시켜야하는 악역을 공선출하 대표로서 담당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로 인해 한때는 같이 고생하던 작목반원이자 이웃이 지금은 어색한 사이가 됐다고 한다.

이러한 고민 속에서도 강신철 회장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삶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싶어 한다. 바쁜 중에도 흥부골 아영포도 작목반을 대표해 농장견학을 안내하기도 하고, 공선과정에도 참여하는 등 역동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강신철 회장은 우리농업의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위기는 곧 기회’라는 긍정적인 열정을 가지고 오늘도 내일을 향한 힘찬 한걸음을 내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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