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감정만 한없이 늘어뜨리다 보면 다소 지겹고 공동체적 관점만 갖다 보면 공감을 잃는다. 자칫 잘못하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게 돼 버리는 게 바로 ‘시’인 것이다. 그러나 소재호 석정문학관장은 최근 펴낸 시선집 ‘압록강을 건너는 나비’를 통해 중견시인의 노련함 내지 균형감을 보여준다.

스스로를 탐색하고 성찰하는 게 주축이지만 결코 그만의 얘기로 고립되지 않은 채 많은 이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탓이다. 이는 여느 사물로 한없이 시선을 확장했다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가는 방식으로 실현되는데 가령 ‘달개비꽃’의 색을 보고 지난밤 하늘이 입김을 불어넣은 것이라 상상한 다음 마침내는 하늘과 땅 사이 더듬어 나간 슬픈 사랑까지 뻗어나가고, 그런 과정에서 자아를 돌아본다.

모두 4부로 구성된 시편에는 자연과 그가 나란히 자리한다. 신경림 시인은 서평을 통해 “자아와 타자, 의미와 소리를 충실하게 결속하면서 언어의 한계와 가능성을 두루 구현했다”면서 “최대한 펼쳐진 생태적 사유와 흉내 내기 어려운 진정성을 통해 궁극적 자기 긍정과 타자를 향한 확장의 서정을 노래한 것”이라고 전했다.

인간과문학사. 154쪽. 9,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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