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수도였던 전주(완산)에서 발간한 옛 책과 그 판본으로 서울의 경판, 안성의 안성판, 대구 달성판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알려진 ‘완판본’. 하지만 전주에서 간행된 모든 책을 가리키는 건지, 그 수준이나 규모가 전국 최고인 건지 모호하기만 하고 뜻조차 모르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이와 관련해 완판본문화관이 나아갈 방향은 완판본의 개념과 특성을 명확히 하는 것이라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연구기반을 다진 다음에야 교육, 프로그램 등 콘텐츠화해 대중화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완판본문화관(관장 김석란)이 17일 본관에서 ‘완판본의 의미와 완판본문화관의 나아갈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연 가운데 주제발표를 맡은 이윤석 연세대 국문과 교수는 “관련 연구가 여러 방향에서 진행됐으나 대중적으로 확산시킬 정도는 아니므로 해야 할 게 매우 많다. 일단 정의를 분명히 하고 어떤 면이 중요한가를 잘 설명해낼 수 있어야 한다”면서 연구의 중요성을 피력했다.

이 교수는 “그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서는 조선시대 출판에서 전주만이 갖는 특징을 내세워야 한다. 관판본이나 사판본까지 포함시키면 특색이 잘 드러나지 않는 만큼 방각본(상업출판물)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완판방각본 연구는 한글방각본 중심으로 이뤄져 왔고 이미 상당한 성과가 있어 방각본 한글소설을 중심에 놓고, 소홀히 다뤄져 온 한문방각본으로 외연을 넓힌다면 한국출판문화에서 위상을 가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가령 한국사람 가운데 ‘춘향전’을 모르는 이가 없는데 정작 그들이 중학교 때 배운 게 완판 84장본 ‘열녀춘향수절가’인 건 알지 못하니, 모두가 이미 습득하고 있는 ‘춘향전’이 바로 완판본임을 부각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

유춘동 선문대 교수는 “발표자의 제안은 완판본문화관을 특성화하는데 유효하다고 판단된다. 덧붙이자면 관영에서 나온 책들과 어떻게 다른지, 한문/한글 방각본은 어떤 동기에서 출현했는지 합리적인 설명에 대한 고민을 문화관에서 했으면 한다”면서 뜻을 같이 했다.

홍성덕 전주대 교수는 다른 입장을 보이면서도 개념 정비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 그는 “지역문화 활성화 방안이 되다 보니 확장된 경향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학술적 의미로 한정할 경우 완영목판, 조선왕조실록 보존 등 기록 및 출판문화유산에 대한 대응전략을 마련하기 어려운 여건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 “확대를 유연하게 받아들이되 공간적, 시간적, 유형적 측면에서 구체적인 정의는 손봐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면 이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정관성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 팀장은 “로컬문화가 세계적 가치를 갖고 확산되기 위해서는 스토리 즉 책이 있어야 하고 완판본이 여기에 해당한다.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가리지 말고 창의적 활용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자 이윤석 연세대 교수는 “연구를 주도적으로 전개해 나가면서 전북 행정부처, 교육청, 교육기관과 연계해 정보를 전달하는 과정이 병행돼야 한다”면서 교육을 강조했다. 김미진 전북도민일보 문화부 차장은 “완판본에만 함몰된 교육이나 행사로 한정짓다보면 대중의 마음을 끌어들일 수 없다. 기존 프로그램과 함께 콘텐츠 확장 측면에서 한글의 매력을 담아내는 특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한편, 오고가는 이들이 좀 더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공간을 새로이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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