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로 들어온 방과후학교···꿈도 '생생' 인성도 '생생'

<교육공동체를 회복하자 16. 임실기림초교와 중금마을> 이병재 기자l승인2015.09.22l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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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구리 낚시 체험.

교육공동체(16)-임실기림초등학교와 중금마을

전교생 48명의 작은 학교가 주목받고 있다. ‘마을이 학교다’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방과후학교를 운영해 전국에서도 손꼽히는 학교가 됐다. 마을교육공동체 희망을 보여주는 임실기림초등학교와 치즈마을로 유명한 중금마을의 이야기를 들어 본다.

‘마을로 꿈따러 가자’ 22일 오후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교실을 빠져 나와 학교버스에 오른다. 버스가 도착한 곳은 중금마을. 학생들이 방과후학교 수업을 하는 장소다. 이날은 생태수업을 진행하는 날. 매주 화요일 이 시간에 마을주민인 김정흠(50)씨가 재미있는 생태수업을 진행한다.
“마을에서 사시는 주민들이 바로 아이들 선생님이세요. 올해 우리나라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메르스 때문에 우리 학교도 하루 휴업한 적이 있었어요. 그날 마을에 갔어요. 아이들이 모두 마을정자를 중심으로 모여 있는 거예요. 학교대신 이 마을로 등교(?)한 것이죠. 이 아이들을 학부모인 주민들이 돌아가며 돌보고 있었어요. 마을교육공동체의 힘이 없었다면 이런 돌봄이 가능할까요?”(이수영 교감)
기림초 방과후학교가 마을 속으로 들어간 때는 2013년이다. 당시 학교에는 방과후학교 외에도 오후 돌봄교실과 저녁 돌봄교실이 운영되고 있었다. 정규교육과정을 마치면 아이들은 곧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았다. 돌봄교실과 방과후학교 이름으로 일부 아이들은 늦게는 밤 8시까지 학교에 머물러야만 했다. 하루 중에 12시간을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의 심정은 어땠을까? 방과후학교를 담당하고 있는 유덕종 교사는 이 상황을 ‘폭력’이라고 설명한다. 아무리 학교 시설과 환경이 좋아도 학교는 아이들에게 심리적 압박을 주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편안한 공간이 필요했다.
학교 내부적으로도 힘든 상황들이 발생했다. ‘교육’에 전념해야할 학교가 ‘보육’ 책임까지 떠맡는 형국이 됐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보육’을 외면할 수도 없는 상황. 교사들은 정규교육외에 또 하나의 짐을 지게 됐고 이 때문에 수업 연구 등에 집중할 여력이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이어갔다. 결국 2013년 중반 방과후학교는 대학 사회적기업으로 위탁운영하게 됐고 이때부터 방과후학교가 마을로 들어가게 됐다.
방과후학교가 선택한 중금마을은 도내에서 에너지 자립 운동이 가장 활발하며 자연생태마을로도 유명하다. 일명 치즈마을로도 불리며 해마다 많은 체험객과 관광객, 그리고 전국 각지에서 벤치마킹을 오는 마을이다. 마을에 숙식이 가능한 체험시설과 ‘아낌없이주는나무 작은도서관’, 장류공장 등이 들어서 있으며 마을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깊은 마을이다.
하지만 방과후학교가 마을에 들어오는 것에 대한 약간의 우려도 있었다. 방과후학교 담당 교사인 유덕종 교사의 이야기다.
“주민들의 우려는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시설에 관한 것이었어요. 중금마을에는 이미 작은도서관이 만들어져 있었지만 규모나 시설면에서 학교보다 못하다는 우려였습니다. 또 하나는 아이들의 집중도 문제였습니다. 아무래도 학교가 아닌 마을에서 수업이 진행되다 보니 아이들이 방과후학교를 빼먹는 경우가 가끔 생기기도 했습니다.”
마을 시설 문제의 경우, 마을 자체가 학교이자 교실이라는 점을 주민들과 공감하면서 해소됐지만 수업 집중도는 구체적인 대안이 필요했다.
그래서 태어난 것이 바로 ‘방과후학교 담임제’다. 방과후학교 강사를 위탁업체와 협의해 중등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선택했다. 방과후학교 담임은 수업 시작부터 끝까지 학생과 함께 하며 생활지도와 상담을 맡는 시스템이다. 중등정교사 자격증 소지자를 담임으로 선택한 것은 교육을 전문적으로 공부한 교사이기에 아이들에 대한 교육관점에서의 전문성과 책무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현재까지 기림초 방과후학교의 특징으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마을로 들어온 방과후학교는 학교에서는 불가능했던 ‘잠재적 교육’이 한껏 펼쳐졌다. 아이들은 길에서 마주치는 마을 어르신들에게 인사를 드리며 농촌 어르신들의 일상을 경험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마을의 가치와 고마움을 자연스럽게 몸으로 체득하게 되는 것이다. 흔히 말하는 ‘살아있는 교육’이다.
그래서 방과후학교 이름이 ‘생생’이다. 생생 방과후학교는 자연, 인성, 꿈으로 프로그램이 세분화돼 있다.
‘자연 생생’은 생명존중과 환경보전에 중심이 맞춰져 있다. 모내기, 감자수확, 탈곡, 잎 뿌리채소 수확, 이엉 얹기 등과 함께 재활용품으로 예술품 만들기, 친환경 벽돌 찍기, 분리수거 체험 등이 진행된다.
‘인성 생생’은 공동체 활동을 통한 웃어른 공경, 바른 인성 함양과 함께 마을 어르신들을 강사로 모신다. 쑥 버무리 만들기, 어른들에게 속담듣기, 장작패기, 아궁이에 불 피워 옥수수 쩌 먹기, 송편 빚기, 김장하기 등 어르신들의 가르침에 따라 옛날 공동체 문화를 체험한다.
‘꿈 생생’은 아이들의 창의성을 기르는 프로그램이다. 바이올린·락밴드·사물놀이 등 음악과 명화 따라잡기·벽화그리기·흙놀이·포일 아트 등 미술, 스케이트·수영·방송댄스·스키캠프 등 체육, 오감을 활용한 제과제빵 교육 등이 진행된다. 학년별 수준에 맞는 영어 기초회화, 배전급수 한자, 사자소학, 고사성어 등 한문교육도 이뤄지며 겨울에는 동지팥죽음악회라는 이름으로 그동안 배운 것을 발표하는 자리도 마련된다.
방과후학교가 마을로 들어온지 3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생태수업 지도자로 아이들의 성장을 지켜본 김정흠씨는 가장 큰 성과로 아이들이 ‘공동체성을 이해하게 됐다’는 점을 꼽는다. “아이들이 처음 마을로 왔을 때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했습니다. 가령 작물이 심어져 있는 밭에 함부로 들어간다든지, 자전거를 서로 먼저 타기 위해 다툼을 벌인다든지 하는 일들이 있었습니다. 타인과 주위 사람을 고려치 않은 행동들이죠. 하지만 현재 아이들에게서는 그런 모습을 발견할 수 없습니다. 이제는 저전거를 타기 위해서 가위 바위 보로 순서를 정합니다. 자신의 욕심을 우선시하기 보다는 서로 이해하고 합리적으로 해결하는 지혜가 생긴 것이지요.”
학부모들의 변화도 두드러졌다. 성적 향상을 위해 학원에 보내던 학부모들도 아이들의 이런 변화에 호응했다. 왕따 우려가 사라지고 스스로 협력하고, 즐거운 아이들을 따라 방과후학교에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하게 된 것이다.  김정흠씨는 “마을로 아이들이 들어오면서 어르신들도 쑥 버무리, 송편 만들기 등 생활 속 재능을 전하면서 행복감을 느낀다”며 “우리 마을과 기림초의 사례가 임실군 각 면 단위로 확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 김경자 기림초 교장

김경자 기림초 교장은 “이같이 학교·지역사회·학부모가 하나 되어 운영한 ‘생생 방과후학교’ 성과가 제7회 방과후학교 대상에서 우수상을 수상하는 것으로 이어졌다”며 “우리학교에서는 마을에서 이뤄지는 방과후학교를 지속적으로 운영해 나갈 예정이며, 지역사회와 함께하는 방과후학교 모델을 타 학교에도 확산시키기 위하여 노력할 예정이다”고 전했다.
/이병재기자·kanadasa@


이병재 기자  kanadas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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