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개의 사연이 굽이굽이 숨어있는 곳, 금강이 시작되는 곳. 탁 트인 초원에서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들을 바라볼 수 있는 곳. 그 곳이 바로 ‘장수’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가을바람을 만끽하며, 이번 주말에는 요란스럽지 않지만 소소한 푸근함이 가득한 장수 여행을 계획해 보는 건 어떨까.

▲가을이면 발길이 향하는 곳 ‘장안산’
가을하면 떠오르는 여행지로도 유명한 장수 장안산은 장수군 장수읍과 계남면?번암면을 경계로 두고 있다. 백두대간 산줄기에서 뻗어 내린 우리나라 8대 종산 중 호남 종산으로 호남?금남 정맥의 어머니 산으로 불리운다.
임진왜란 때 논개의 혼이 서려있는 장안산은 능선 상 정상인 상봉을 비롯해 남쪽으로는 중봉, 하봉이 솟아있다. 정상에 서면 북으로 덕유산을 비롯해 백두대간의 큰 산줄기와 멀리 지리산의 웅장한 모습도 한 눈에 들어온다.
특히 가을이 무르익을 쯤에는, 억새밭이 장관을 이루는데 주촌마을을 지나 무령고개에서 정상으로 이어지는 능선을 타면 만날 수 있다. 무령고개에서 정상을 잇는 산행거리는 왕복 4시간. 가족?연인과 손을 잡고 가볍게 걸을 수 있는 코스로 화창한 날씨에는 멀리 덕유산과 지리산까지 볼 수 있다.
장안산 산행은 무령고개에서 정상-남서릉, 3시간쯤 소요되는 법연동을 잇는 무령고개 코스, 계남면 장안리 괴목 기점코스(3시간 30분 소요), 장수읍 덕산리 법연동-남서릉 능선, 연주동-덕산계곡 남릉코스(4시간 30분 소요) 등이 대표적인 코스로 꼽힌다.
이 중 무령고개에서 정상-남서릉, 법연동을 잇는 코스가 가장 일반적으로 하산길에 보이는 골짜기 경관과 고즈넉한 풍경의 덕산계곡과 용소 등을 볼 수 있어 많이 찾는다.
트래킹도 즐길 수 있는 ‘덕산계곡’도 빼놓을 수 없는 장안산의 자랑. 여름 물놀이 뿐 아니라 나무테크 탐방로를 따라 트레킹 초보자라도 쉽게 다녀올 수 있다. 길을 따라 걷다보면, 아랫용소, 윗용소 등 비경이 연이어 펼쳐지고 숨을 쉴 때마다 청량하고 신선한 공기가 저절로 느껴진다. 윗용소에서 10여 분쯤 더 내려가면 아랫용소가 나오는데, 이곳은 영화 ‘남부군’에서 이현상 휘하의 빨치산 500명이 1년 만에 처음으로 옷을 벗고 목욕하던 장소다. 짙은 녹색의 소는 얼마나 깊은지 바닥이 보이지 않는다.

▲‘논개의 붉은 마음’ 논개사당 의암사
‘진주의 관기이며 왜장을 안고 순국했다’ 이 한 줄이 논개에 대한 기록이다. 유몽인의 <어유야담>에서 전하는 한 구절이다.
의암은 논개가 왜장을 껴안고 남강에 뛰어든 바위다. 본래 의암은 진주에 있고 의암호는 장수에 있는데 생가는 주촌마을에 사당은 의암호에 있다. 이런 의미로 논개사당 이름이 ‘의암사’다.
본래 주촌은 주 씨의 마을, 주 씨 집성촌이었다. 주논개의 아버지였던 주달문이 이곳에 서당을 세우고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마을이 형성됐다. 이 때 논개가 태어나 13세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그녀가 사용하던 우물과 생가터도 볼 수 있다.
실제 장수사람들의 논개에 대한 존경과 애정은 남다르다고 전해진다. 1846년 현종 때 현감 정주석은 논개생향비를 건립했는데, 이후 일제에 의해 파괴될 위기에 처하자 마을사람들이 이것을 땅속에 파묻어 보존했다.
지금 논개사당에 있는 비가 바로 그때 숨겨놓았던 것. 자세히 보면 찍힌 자국까지 볼 수 있다. 논개사당에서 영정까지는 3개의 계단을 오른다. 사당에 올라 뒤를 돌아보면 의암호와 어우러진 앞산의 실루엣이 한 눈에 들어온다.
특유의 청량감을 느끼며, 큰 심호흡과 함께 탁 트인 의암호의 경치를 만끽해 보자.

▲짜릿한 승마체험 해볼까 ‘장수 승마체험장’
한국의 대표적인 고원지 장수. 해발 400~500m 고원 위의 분지형태인 만큼, 남쪽의 개마고원으로도 불리운다. 여름에도 공기 중 습도가 낮아 한낮에 그늘 아래만 들어가면 시원한 바람이 옷깃을 스친다. 이것이 장수에 소와 말이 많은 까닭이다.
장마에서 승마 체험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재미 중 하나. 장수 승마체험장은 지난 2010년 개장했으며, 3만1361㎡의 부지에 마방과 실외마장, 희귀 말 전시장, 방문자 쉼터, 외승코스, 말 방목장 등을 갖추고 있다.
장수 승마체험장에서 보유하고 있는 말은, 조랑말이 아닌 서부영화에서나 볼 법한 커다란 말이다. 말을 타기 위해서는 승마모자와 종아리 보호대인 챕스(chaps) 착용은 필수다. 체험장에 모두 구비되어 있으니 따로 챙기지 않아도 된다.
체험을 시작하면, 말은 네 마리가 한 조를 이뤄 트랙을 따라 돈다. 4명이 한 팀이 돼 코치의 지시 아래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하게 되는 것. 처음 한 두 바퀴는 조심스레 걷는다.
말의 움직임에 리듬을 맞춰 함께 움직이면, 처음 접하는 승마라고 해도 그리 무섭지는 않다. 그러다가 천천히 뛰기 시작한다. 리듬이 익숙해 질 때쯤, 슬슬 재미가 붙는다.
수영이나 조깅보다 2배 이상의 운동효과를 볼 수 있다는 승마는 11세 이상이면 누구나 체험이 가능하니 망설일 필요가 없다.
이 외에도 승마와 말 먹이 주기, 트랙터 타기 등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으니 놓치지 말자./박세린기자?icebl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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