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변두리에 사는 노부부 대우와 순애. 관절염이 극심하고 귀가 잘 안 들리는 등 여러 가지 질병을 앓는가 하면 집마저 경매 처분돼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자, 각기 다른 방식으로 생을 마감하려는 부부의 모습이 낯설지 않다. 유난히 먹먹하다. 나와 내 가족의 현실도 다르지 않기 때문이리라.

창작극회(대표 박규현)가 지난 11일부터 24일까지 창작소극장에서 마련한 ‘발톱을 깎아도(작 박숙자·연출 조민철)’는 지난해 군산에서 열린 ‘제32회 전국연극제’에서 대상을 차지한 광주광역시의 작품으로 배경을 전주로 바꾸고 소극장용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무엇보다 현 시대상을 사실적이면서도 담백하게 담아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고령화만큼이나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는 핵가족화와 개인주의로 노인들이 살아가기 더더욱 어려워지는 등 현대 전주 그리고 한국사회를 자연스럽고 잔잔하게 풀어냈다.

이러한 소재와 구성 탓에 극 속에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아닌 우리네 삶을 보는 듯 했다. 명절 즈음 가족을 소중히 여기는 한편 노후를 예비하고 주변을 살피라는 메시지도 시의적절해 보인다.

여기에는 배우들의 공이 컸다. 누구보다 아내를 걱정하면서도 툴툴대며 구박하는 여느 할아버지의 역할을 제 옷처럼 소화한 대우 역 이부열과 젊은 나이임에도 순종적이고 순박한 아낙네를 능수능란하게 그린 순애 역 서형화의 연기가 눈길을 끌었다. 이웃에 사는 춘식 역 이덕형은 몸을 사리지 않는 코믹 투혼으로 무거울 수 있는 극에 웃음과 활력을 더했다.  

반면 조금은 밋밋했다. 실험적이고 기발한 작품이 아니고 소극장용으로 전환하며 공간과 동선, 조명의 한계가 생길 수 있음을 감안하더라도, 치매 통보나 자살 시도 같은 결정적인 요소들에서는 감정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하지 않았을까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 무렵 대우가 극심한 치매를 앓고 있음이 드러나는데 아무런 복선 없이 갑작스레 멘트로만 처리한 것 또한 흐름상 어색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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