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하기 어렵지만 고통과 시련은 성장의 발판이다. 그 속에서 하고 싶은 무언가를 꼭 붙든 채 부정적인 것들을 긍정적인 것들로 바꾸고자 노력한다면 말이다. 최근 첫 수필집 ‘꽃망울 떨어질라’를 펴낸 박갑순의 삶도 녹록치 않았다.

어린 시절, 학교로 향하는 대신 남의 집 갓난아이들을 등에 업은 채 젖 먹이러 다니는가 하면 모내기 작업단에서 어른 반몫 품삯을 받고 일을 해야 했다. 가난이 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고 남편의 강권에 내몰려 적성에도 맞지 않는 외판원 일을 시작했다가 이내 접었다.

몇 년 전에는 뜻하지 않은 암 선고를 받고 예전처럼 다시 세상을 걸을 수 있을지 가늠할 수 없었다. 충분히 주저앉고 싶은, 주저앉을 수 있는 상황 속에서도 그를 일으킨 건 다름 아닌 문학이다.

생계를 좇으면서도 넋두리마냥 그적거리기를 즐겨했는데 원로시인이 원장을 맡고 있는 문화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문학에의 토양을 다졌고, 잡지사에서 일하며 수필에의 꿈을 꾸기 시작한 것.

오랜 시간 다듬고 다듬어 이제야 공개한 글들은 수려하다거나 색다르진 않지만 읽다보면 가슴이 먹먹해오고 콧날이 찡해온다. 어느 누구도 아닌 우리의 삶이고 유려한 문체보다 깊은 공감이 더 큰 힘을 발휘하는 까닭이다.

1998년 ‘자유문학’에서 시로, 2004년 ‘수필과비평’에서 수필로 등단했으며 현재 교정, 교열, 대필 전문 ‘글다듬이집’을 운영하고 있다. 신아출판사. 235쪽. 12,000원./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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