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기억, 종이위에 종이, 180x366cm, 2015

사계절 쉬지 않고 불어대는 바람이건만 유독 와 닿는 시기가 있다. 그 가을, 바람을 소재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표인부는 삶의 순간순간을 ‘바람’에 빗댄다.

덜컹거리는 창문, 흔들리는 나뭇가지, 딸랑거리는 처마 밑 풍경 등을 보면 무언가를 흔드는 존재일 뿐이지만 청량하다, 웅장하다, 꿈틀거린다, 상쾌하다, 포근하다, 외롭다, 두렵다 같은 천차만별의 감정을 자아내곤 한다. 

그런 이유로 어릴 적 아버지의 죽음과 녹록치 않았던 현실, 유학생활의 어려움과 희망 같은 스스로의 상황을 바람으로 되짚는다. 구체적이었던 기억들이 이내 잔상으로 희미해지는 것에서 착안해 찢어서 세워 붙이거나 둘둘 말아 묶은 수백, 수천 장의 한지를 하나의 색깔로 구현한다. 그 유연함과 가벼움, 율동감은 바람 그 자체다.

갤러리 숨(관장 정소영) 공간지원의 일환인 표인부의 개인전 ‘바람의 기억’은 24일까지 계속된다. 조선대에서 서양화를 전공 후 중국 남경예술학원에서 미술과 석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익산에서 거주하며 작품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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