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약 100여 년 전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 발견된 돈황 막고굴의 소위 장경동에 쌓여 있던 당나라 시대의 통속 서사문학 고문서 ‘돈황변문’은 속어와 결자가 많아 완전한 번역이 불가능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중국 본토는 물론 대만과 일본에서도 완역을 시도한 적이 없었는데 최근 우석대 유통통상학부(중국학) 전홍철 교수팀(전홍철 정병윤 정광훈)이 한중 양국 연구재단 지원으로 10여년 만에 완역본 ‘돈황변문집’을 출간해 눈길을 끈다.

‘돈황’은 광활한 중국 대륙의 서쪽 끝에 위치한 도시이자 1,500년 전 서역으로 가는 관문으로 동서 문화의 융합 현상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곳이다. 지금으로부터 100여 년 전 세계 중국학 연구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돈황의 미스터리 문헌들은 고대 중국의 역사부터 음악, 미술, 체육, 음식에 이르기까지 수수께끼로 남아 있던 수많은 의문들을 해결해준 마법의 열쇠였다.

특히 ‘돈황변문집’은 중국문학사를 비롯한 동아시아 문학사의 의문점을 규명할 수 있는 중요한 고리였으나 완역본이 없어 제대로 된 연구가 진행되지 못했다. 그 중 한국 고대 문학과 연관성이 있는 건 판소리처럼 운문과 산문을 엇섞어 사용하고 있는 ‘변문’이다 우리나라의 판소리문학 및 불교 강창문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반드시 국내에 소개될 필요가 있었는데 이번에 해결된 셈이다.

전홍철 교수는 “지난하기 그지없는 작업이었고 걱정은 여전하다. 그럼에도 과감히 선보이는 이유는 중국문학 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연구에 기초 자료가 될 거라 확신하기 때문이다. 향후 10여년에 걸쳐 재번역하겠다”고 말했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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