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적 제309호 남원 실상사에서 통일신라시대 선종사찰 고원시설인 장고가 확인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주지 응묵 스님)와 (재)불교문화재연구소(소장 정안 스님)가 올해 발굴조사해 27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 창고 같은 부속시설을 가리키는 고원의 일환으로 장과 장독을 관리하고 보관하던 공간인 장고를 발견했다.

고원시설에 관한 문헌기록으로는 ‘오산십찰도(13세기 중반)’의 장, ‘천보산회암사수조기(14세기 초)’의 장고가 있는데 이번에 확인된 곳이 기존 기록들보다 앞서는 것으로 보여 중요시된다. 실상사의 규모와 특성부터 선종사찰의 특징까지 찾아볼 수 있다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실상사 북쪽 담장 외곽구역에 위치한 장고는 정면 1칸 이상, 측면 3칸 규모의 통일신라 시대 건물지다. 내부에서는 대형 항아리를 묻기 위한 수혈(구덩이) 38기가 확인됐으며 폭 5.4m의 중심 칸에 4열씩 열을 맞추고 있다.

수혈 내부에서 확인된 항아리는 28기고 내부 잔존시료는 분석을 의뢰한 상태다. 밑이 둥근 것과 편평한 것 등 여러 종류로 입자가 고운 모래땅에 구덩이를 파고 점토를 바른 후 묻었다.

관계자는 “통일신라 최초의 선종사찰이었던 실상사의 규모와 특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유구다. 또한 중국 선종의 백장회해선사(749~814년) 이후 선종의 독립과 청규(선종 교단에서 지켜야 할 수도 규칙)를 중심으로 한 선종사찰 특유의 자급자족적 생활상에 대한 고고학적 자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밖에 극락전 주변의 현 수철화상 탑․탑비와 증각국사 탑․탑비의 하부에서 조선시대 적석군이 확인됐다. 기존에 발굴된 고려 시대 실상사 원지 북쪽 구역에서는 고려 시대 배수로와 담장지, 석렬이, 남쪽구역에서는 조선 시대 건립된 문지가 조사됐다./이수화기자‧waterflower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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